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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운/39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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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나 영화와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에서도 일명 ‘유행’이란 게 있다. 80년대의 ‘선택과
집중’, 90년대의 ‘고객감동’ 그리고 2000년대의 ‘FUN 경영’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업 경영의 유행을 생산해낸 본거지는 언제나 시장을
압도하는 초일류 기업들이다. 기업 규모가 거대해질수록 경영 철학 또한 보수적일 것 같지만 재빨리 시대의 흐름을 읽고 탄력적으로 대처했기에 그들은
여전히 일류로 남을 수 있었다. 지금 국내 기업들이 배워야 하는 건 바로 이처럼 시대를 선도하는 경영 노하우, 즉 선진
경영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에 가장 필요한 선진 경영철학은 ‘윤리경영’이다. 기업의 비자금 조성, 불법 정치자금 제공, 경영권
편법 승계 등의 굵직한 소식들은 단순히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내 경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또 해외 투자가들의 자금 이탈이나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인한 수출 전선 이상으로 이어져, 국내 기업들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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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보더라도 윤리경영이 곧 살
길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산하 기업윤리위원회를 열어 업종별 실정에 맞는 표준
윤리경영 모델과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협력 업체와의 ‘상생경영’ 역시 국내 기업들에
요구되는 경영 철학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상생 경영을 주요 경영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상생경영이야말로 미래 경쟁력의
하나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하지만 막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갑과 을의 관계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최근 SW산업협회가
IT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현금결제 비중을 늘리고, 협력사 직원 교육에 앞장서고,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하고, 의사소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확대해도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대기업의 절반은 현재의 상생 협력에 만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무려 3배 이상 만족도의 차이가 난다.
물론 이러한 체감 불균형의
책임을 모두 대기업에 떠넘길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대기업 쪽에 책임이 더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경영 마인드 변화는
환영하지만, 아직 상생 경영을 내세울 수준은 아니라는 데 입을 모은다.
초일류 기업들의 경영 전략에서 불투명한 거래를 없애고 협력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다. 아무리 단순할지라도 체계화되지 않은 업무는 비능률, 저효율, 고비용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겨우 야영 텐트를 치는 일까지도 철저하게 교과서화했던 로마가 무려 1300여년이나 세계사에 존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와 같은 ‘효율적인 시스템’의 힘이 크다. 그리고 이 거대한 국가가 결국 1453년 멸망했던 결정적인 이유도 효율적인 시스템의
붕괴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사자원관리(ERP), 지식경영시스템(KMS), 고객관계관리(CRM),
업무흐름재설계(BPR) 그리고 ISO 9001과 같은 표준화된 품질경영시스템의 인증은 이제 초일류 기업들만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없다. 단
여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은 정보전략계획(ISP)조차 없이 이들의 경영 기법을 그대로 모방해서는 필패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산업자원부의
‘3만개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ERP 시스템을 도입한 중소기업들의 90%가 여전히 시스템을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곰곰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초일류 기업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수십년간의 부단한 경영 혁신과 창조적인 전략이 쌓이고 쌓여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익히는 것만으로도 분명 적잖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일류가
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윤리경영, 상생경영 그리고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실천하자.
◇김기종 피보텍 사장(kyle@pivotec.co.kr)
○ 신문게재일자 :
200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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