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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서시

윤동주의 서시   2006/11/27 10:02

출처 : 조선블로그 숲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윤동주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11.20>

                 

                 

                   

                 

                 
                 
                 
                 
                 
                 
                 
                 
                 
                 
                 
                 
                 
                 
                 
                  
                       詩人 尹東柱之墓 

                                                   
                     무덤 속에서도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덤 속에서도 바라보고 싶은 별들이 있다 

                     잎새에 이는 바람은 잠이 들고 
                     바다는 조용히 땅에 눕는다 

                     그 얼마나 어둠이 깊어갔기에 
                     아침도 없이 또 밤은 오는가 

                     무덤 속에서도 열어보고 싶은 창문이 있다 
                     무덤 속에서도 불러보고 싶은 노래가 있다

                 

                 

                           정 호 승 

                 

                 

                      

                  

                 

                     윤동주 무덤 앞에서

                                             

                  이제는 조국이 울어야 할 때다
                  어제는 조국을 위하여
                  한 시인이 눈물을 흘렸으므로
                  이제는 한 시인을 위하여
                  조국의 마른 잎새들이 울어야 할 때다

                  이제는 조국이 목숨을 버려야 할 때다
                  어제는 조국을 위하여
                  한 시인이 목숨을 버렸으므로
                  이제는 한 젊은 시인을 위하여
                  조국의 하늘과 바람과 별들이
                  목숨을 버려야 할 때다

                  죽어서 사는 길을 홀로 걸어간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웠던 사나이
                  무덤조차 한 점 부끄럼 없는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했던 사나이

                  오늘도 북간도 찬 바람곁에 서걱이다가
                  잠시 마른 풀잎으로 누웠다 일어나느니
                  저 푸른 겨울하늘 아래
                  한 송이 무덤으로 피어난 아름다움을 위하여
                  한 줄기 해란강은 말없이 흐른다

                 

                     정 호 승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나는 왜 아침 출근길에
                  구두에 질펀하게 오줌을 싸놓은
                  강아지도 한마리 용서하지 못하는가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는 순간
                  새로 갈아 신은 양말에 축축하게
                  강아지의 오줌이 스며들 때
                  나는 왜 강아지를 향해
                  이 개새끼라고 소리치치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개나 사람이나 풀 잎이나
                  생명의 무게는 다 똑같은 것이라고
                  산에 개를 데려왔다고 시비를 거는 사내와
                  멱살잡이까지 했던 내가
                  왜 강아지를 향해 구두를 내던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데
                  나는 한마리 강아지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진실로 사랑하기를 원한다면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윤동주 시인은 늘 내게 말씀하시는데
                  나는 밥만 많이 먹고 강아지도 용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인생의 순례자가 될 수 있을까
                  강아지는 이미 의자 밑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강아지가 먼저 나를 용서할까봐 두려워라

                 

                         정 호 승 

                  

                  

                  

                   

                   

                   

                   

                   

                   

                   

                   

                   

                   

                   

                   

                   

                   

                   

                     윤동주의 서시 

                                                                       

                  너의 어깨에 기대고 싶을 때
                  너의 어깨에 기대어 마음놓고

                  울어보고 싶을 때
                  너와 약속한 장소에

                   내가 먼저 도착해

                  창가에 앉았을 때
                  그 창가에 문득 햇살이 눈부실 때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
                  뒤늦게 너의 편지에 번져 있는

                  눈물을 보았을 때
                  눈물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어이 서울을 떠났을 때
                  새들이 톡톡 안개를 걷어내고

                  바다를 보여줄 때
                  장항에서 기차를 타고

                  가난한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
                  갈참나무 한 그루가 기차처럼 흔들린다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인가
                  사랑한다는 것은 산다는 것인가
                   

                   

                         정호승

                   

                   

                   

                         
                        
                                       윤동주의 서시
                         정호승 시. 김가영,손병휘,김현성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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