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시장규모 5조원… 코오롱, 세계 3번째 상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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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조끼를 만드는 ‘아라미드(aramid)’ 섬유는 매우 질기고 탄성이 높다.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 실은 웬만큼 잡아당겨선 끊어지지 않는다. 인장강도가 크기 때문이다. 또 어느 정도 늘어났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탄성도 뛰어나다. 이 실로 만든 섬유에 총알이 들어오면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뚫고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스스로 정렬하고 스스로 결합하는 강한 섬유=‘아라미드’는 ‘고분자(高分子) 아미드기(CO-NH)가 2개의 방향족 고리에 직접 결합된 섬유’다. 화학적으로는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라미드 섬유를 생산하고 있는 코오롱 헤라크론 연구소 한인식 소장은 이를 ‘통나무’와 ‘뗏목’에 비유했다. 즉 아라미드 섬유를 구성하는 고분자들은 통나무이고, 아라미드 섬유는 통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통나무(고분자)를 나란히 배열해 튼튼하게 엮어서 뗏목(섬유)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라미드 섬유의 통나무(고분자)들은 스스로가 나란히 정열되고 서로 강력히 결합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뗏목(섬유)보다 훨씬 튼튼하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인조섬유인 나일론 역시 높은 강도와 탄성을 지니긴 했지만, 나일론은 섬유를 만든 후 천천히 당기면서 배양을 시켜 분자(통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아라미드는 그보다 훨씬 강력한 자기 배열 능력과 결합력을 분자(통나무)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라미드 섬유는 1935년 미국 듀폰 사의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개발 과정은 험난했다. 당장 ‘철조망’이라고 불릴 만큼 촘촘했던 나일론의 분자 배열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얽힘이 적은 강직(剛直)한 고분자 사슬을 만들어 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몇 년이 걸렸다. 그 후엔 분자 사슬이 서로 얽혀 실 상태가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여성 연구자 스테파니 크오렉이 강직한 고분자 사슬을 녹이는 용제(溶劑)를 발견하면서 마침내 ‘나일론보다 훨씬 강하고, 늘어짐도 적고, 가위로도 잘 끊어지지 않는 강한 섬유’를 개발하게 됐다. 듀폰은 이 섬유에 ‘케블라(Kevlar)’라는 이름을 붙였고, 듀폰의 케블라는 아라미드 섬유의 원조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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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한국이 아라미드 산업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던 것은 이보다 훨씬 앞선 1982년이다.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윤한식 박사가 3년여의 연구 끝에 열에 강한 아라미드 펄프를 새로운 합성공정으로 개발해냈던 것이다. 자동차 패드 등에 사용되는 아라미드 펄프를 당시까지는 듀폰조차 아라미드 실에서 다시 펄프를 뽑아내는 방법으로 생산하고 있었다. 듀폰은 이 새로운 합성법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을 두 번씩이나 방문하며, 아라미드 펄프의 ‘물질특허’를 사겠다고 했지만, 당시 특허 소유권을 쥐고 있던 코오롱은 후속 연구를 위해 듀폰의 요구를 거절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라미드 펄프는 우리나라에서 상품으로 출시되지 못했다. 실험실 수준의 연구에는 성공했지만 대량 생산에 필요한 막대한 인력과 시설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라미드 섬유가 국내에서 생산되게 된 것은 작년 코오롱의 ‘K2’ 태스크포스 팀이 듀폰의 제조방법과 윤한식 박사의 연구 성과를 결합한 새로운 생산공정을 정립해 내면서 가능하게 됐다. K2는 산악인들에게 최대의 도전 대상이 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로, K2보다 더한 눈보라 속에 빠져 있는 섬유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긴 이름이었다. 코오롱은 상용화에 성공한 아라미드의 이름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에서 따 ‘헤라크론(Heracron)’으로 지었다. 아라미드는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 강하고, 섭씨 500도에서도 끄떡없는 세계 최고의 강한 섬유다. 방탄복합소재에 활용되고, 가공이 편리해 고성능 타이어 및 광 케이블 보강재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2003년 사업화 결정을 내린 후, 지금까지 헤라크론의 기획·마케팅·영업을 맡고 있는 기충호 부장은 “보호·방탄복 시장은 매출액 53억 달러 규모로 연 평균 4.3% 성장하고 있고, 광케이블 등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섬유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힘겨웠던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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