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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펌)

그릇크기

 

출처 : 조선블로그  뿔송 
blog.chosun.com/shwp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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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JES, Eugenio, "동방박사의 경배" (The Adoration of the Magi 

 

                               하늘이 내게 주신 그릇크기


오래된 얘기지만 내가 갓 졸업 후 입사한 H회사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기간 중에 있었던 일이다. 그 때는 교육을 받고 있을 때였고 마침 점심을 먹고 난 후라 모두들 나른하고 졸리고 강의내용도 딱딱해서 재미없었을 뿐 아니라 마침 그 시간에 들어온 강사도 좀 시원치 않단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신입사원인 수강생들이 강의시간이 시작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강의를 맡은 과장님에게 겁도 없이 이제 그만 하시고 대신 노래나 하시죠 하였다. 그런데 과장님은 처음은 조금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는 것 같다가 금방 표정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럼 그렇게 하죠 하고는 마이크를 잡는데 난 그 과장님이 강의는 몰라도 노래는 끝내 줄 것 같단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막상 노래 부르는 소리를 들으니 뭐 목 따는 소리 같은 것이 영 그게 아니었다. 노래가 끝나고 박수소리는 들렸던 것 같았는데 앙콜 소리는 한 군데서도 들리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난 그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아서 “아! 저 사람 분명 나중에 큰 일 한번 하겠구나.” 하며 그 후에도 이 얘기를 여기저기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하곤 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이 지금 대선 주자로 앞장서서 뛰고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과 관련한 얘기들이 더러 있지만 난 지금 어떤 개인에 대하여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기에 다만 우리들의 각자 타고난 그릇크기에 대하여 얘기하고 싶다. 그 후 그 사람은 최고 CEO까지 올랐고 난 평사원으로 그 회사에서 퇴사한 후 각자 전혀 다른 인생의 여정을 지나왔지만 그 사람의 그릇크기가 큰 항아리 정도라면 내 그릇크기는 상대적으로 아마 조그만 사기그릇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며 생각해 왔다. 그 것은 살아온 과정도 그렇겠지만 어쩌면 스스로 느끼는 자괴감이 될 수도 있었고 자학이 될 수도 있었다. 


살아오면서 종종 난 스스로에게 “아유, 좀생이~” 하던 기억이 있다. 아마 어떤 일에 실패했거나 올려다보지 못할 큰일을 앞에 두고 쏟아냈던 소리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이젠 그런 원망 섞인 한탄은 사라졌다. 왜냐하면 스스로는 아닐지 모르지만 무엇을 속에 새기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기 때문이고 대신에 감사하고 소망하고 희망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어제는 우리 집 강아지 때문에 난리가 났었다. 난 동물병원에 부리나케 전화를 거는 등 나도 모르게 부산을 떨었지만 이 것도 내 그릇크기로 비롯된 일인 걸 어찌하랴?


그러나 난 지금 내 작은 그릇크기로 인해서 옛날에 느꼈던 억울함도 그리고 원망은 조금도 없다. 한 때는 욕심도 내보던 것을 역시 다 놓아 버렸기 때문인데 하느님 보시기에 나의 지금 모습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 나의 전부가 되어 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부터 마련해 주신 내 그릇크기를 내가 거부 할 때부터 내게는 시련이 왔고 평화를 잃어버렸지만 하느님은 내가 달라는 평화는 주시지 않고 나보고 먼저 내 그릇에 만족하라 하시며 그릇에 담을 보화만을 주셨던 것이다. 하지만 그 때 난 그 말씀을 듣지 못했고 외면만 했다.


이제 뒤 늦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반드시 그릇이 크다고 좋거나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작다고 나쁘거나 부족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하늘이 우리에게 주신 그릇에 우리가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서 그릇은 좋아질 수도 아름다워 질 수도 빛을 발할 수도 있다는 믿음이다. “하느님 당신께서 마련해 주신 제 그릇에 스스로 담을 것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혹시 너무 많아서 교만하게 될까 두렵습니다만 그나마 아직 찾지 못한 형제들을 외면하거나 잊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Mozart-Alleluia / Sop. Kathleen B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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