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2월2일자에 8페이지 짜리 영국특집 섹션을 만듭니다.
저 최홍섭이 제작 책임을 맡고, 조선닷컴 최고의 블로거인 전 영국 특파원 최보윤 기자를 비롯, 김영진 현 영국 특파원, 초등학교 시절을 영국에서 보낸 산업부의 김현진 기자, 프리미어 축구 전문가인 스포츠부의 장민석 기자 등 조선일보의 내로라 하는 '영국통' 기자들이 모두 글을 씁니다.
영국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많이 봐주세요.
물론 인터넷 뉴스나 이런 블로그가 아닌, 종이로 된 정식 조선일보입니다.
그 섹션에서도 일부 언급이 되지만, 오랫만에 접한 감동적인 영화 <미스 포터> 이야기를 올립니다.
<영국 호수지역 국립공원의 위치입니다. 여기에서 미스 포터가 만들어졌습니다.>
베아트릭스 포터가 피터래빗과 퍼들덕을 그렸던 시골 저택인 힐탑(Hill Top)을 2년전에 가보았습니다. 영국 중부지방에 있는 호수지역(Lake District) 국립공원의 니어소리(Near Sawrey)란 구석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힐탑은 일대의 평화스럽기 그지없는 전원적인 풍경과 어울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아래 브로셔의 오른쪽에 힐탑의 사진이 있습니다.
그렇게 아련한 추억만 간직하고 있었는데, 베아트릭스 포터와 힐탑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개봉되어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바로 영화 <미스 포터>입니다. 시시껄렁한 한국영화 개봉작들에 실망하던 차에 <미스 포터>의 출현은 한줄기 샘물과 같은 시원함을 주었습니다.
영화 <미스 포터>는 19세기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동화책 ‘피터 래빗’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베아트릭스 포터의 실제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미스 포터>는 르네 젤위거와 이완 맥그리거가 4년 만에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이는 영화입니다. 이완 맥그리거가 베아트릭스의 동화책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출판업자이자 사랑에 빠지는 상대역 노만으로 나옵니다.
1920년대 영국은 일하는 독신 여성에 대해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림 그리기와 이야기 짓기에 타고난 재주를 지닌 베아트릭스 포터는 토끼, 오리, 고슴도치들과 사랑에 빠진 독특한 노처녀입니다. 동화책 작가로 당당하게 이름을 날린 그녀는 자신의 책을 출판한 노만과 부모의 반대와 신분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가 낸 아이디어, 즉 베아트릭스 포터가 저 멀리 '호수지역'에 석달 가있는 동안 심사숙고한 뒤에도 계속 사랑이 변치않으면 결혼을 허락해주겠다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호수지역'으로 가있던 베아트릭스 포터는 갑작스럽게 노만의 죽음 소식을 맞게 됩니다. 그렇게 실의에 빠진 그녀에게 새로운 기운을 부여하는 곳이 '호수지역'입니다. 바로 지금의 영국 호수지역 국립공원입니다.
사실 노만의 죽음 이후 영화는 스토리 전개에서 다소 힘에 부친다는 인상입니다. 사실을 다루었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하지만 이를 거뜬하게 메꾸는 것은 바로 베아트릭스 포터가 런던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민 '호수지역'의 자연풍광입니다. 그림엽서에나 나올 법한 푸른 대지와 호수가 수시로 스크린을 채웁니다. 실제 풍광도 좋은데 화면에 나오는 풍광은 더욱 감동적입니다. 미국 출신인 르네 젤위거도 이 지역에 반했다는군요.
<이완 맥그리거(왼쪽)와 르네 젤위거>
영화에도 나오지만, 베아트릭스 포터는 책을 펴내 번 돈으로 4000에이커에 이르는 광대한 땅을 산 뒤, 이를 자연보호 공공기관인 National Trust에 기증했습니다. 절대 인근의 평화로운 자연을 해치지 못하도록 한다는 조건을 붙이면서 말입니다. 당시의 농촌개발 광풍에 맞서 사재를 털어가면서 이곳을 지킨 그녀의 헌신 덕분에 '호수지역'은 100년이 넘도록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지금 영국 최고의 국립공원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잔잔하고 애절한 스토리에다 아름다운 배경을 선사하는 이런 영화를 보는 것이 정서순화에도 도움이 될듯 싶습니다. 그리 짜릿하고 그리 쇼킹한 장면은 많지 않지만 베아트릭스 포터의 일생을 수채화 그리듯 담백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가족 모두가 구경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영화에 나온 관련 호수지역 국립공원의 풍광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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