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또한 한국에서는 아직 개봉이 되지 않은 영화이지만,
특히 청소년들과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들에게 꼭 권유하고 싶다.
사실은 부모된 이나 자식된 이나,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야 할 모든 사람들이 보아야 영화이기도 하다.
우리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일은 결코 거창하거나 복잡하지도 않다.
아주 작은 일에 대한 성의와 성실이 우리의 인생을 바꾸어 버릴 수도 있다.
모두가 보다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영화이다.(약간 구태의연하지만…)
이 영화는 에린 그루웰의 베스트 셀러인’ The Freedom Writer's Diaries: How a Teacher and 150 Teens Used Writing to Change Themselves and the World Around Them.’ ( 더 프리덤 라이터즈: 한 교사와 150명의 학생들은 그들의 글쓰기를 통하여 어떻게 자신과 세상을 바꾸었는가) 가 모티브가 되어 만들어진 영화이다.
두 차례나 오스카 여우 주연상을 석권하였던 힐러리 스웽크가 신출내기 여교사로 분한 이 영화는
1960년대 시드니 포이티어 주연의 ‘언제나 마음은 태양(to sir with love)’ 과
1990년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죽은 시인의 사회’에 이은 정통 학교 영화가 아닐까 싶다.
현실에 타협하지 않은 정의감이 충만한 젊은 교사가 학생들을 계몽시키는 의미의 이런 영화는
다소 상투적일지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가 교육을 떠나서 살 수 없고,
누군가 선구자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푼 꿈과 희망을 갖고 신임 교사 에린 그루웰이 처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학교는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윌슨고교이다. 학생들은 범죄의 온상인 지역적인 특색으로 주로 흑인, 라틴계, 아시안들과
또 어려운 가정환경을 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소외 층들이다. 지난 LA흑인 폭동을 계기로 학교와
교사도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하여 학생들에 대한 통제도 불가능하고 제 멋대로이다.
그 나이 또래의 청소년들이 가져야 할 인생에 대한 장밋빛 환상과 미래는 이 어둠의 자식들에게는
머나 먼 곳의 이야기이고 국가와 지역 사회와 부모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 하였기에
또 그런 것을 배우고 습득할 기회를 이미 상실하였다. 에린의 수업시간은 학생들의 냉소와
거부로 제대로 이어 갈 수 없는 나날들이 반복되지만 그녀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고 체념하기에는 그들이 너무도 젊고, 범죄를 일상사로 저지르긴 하지만 아직은 연약하기 때문이다.
절망과 어둠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 하였다. 타인이 내게 관심을 갖지 않으니 자기 스스로에게도
사랑이 야박한 것이다.
에린은 그들에게 노트를 나누어주며 매일 글쓰기를 하도록 권유하는 한편,
그들과 함께 홀로 코스트 기념관을 견학한다. 생명의 존귀함을 느끼기에 가장 적절한 곳이 그 외에 더 있을 것인가.
스스로 원하지 않는 죽음을 타인의 무력으로 인해 거부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혼이 담겨 있는 곳.
천방지축이었던 학생들도 생명과 자유의 존엄 앞에서는 엄숙해진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생존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의 하루 하루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도 된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못해 날들이지만, 또 다른 누 군가에게는 절박하게 살고 싶고,
꼭 살아야만 하는 세상인 것이다.
학교측의 협조를 받지 못 한 에린은 자비를 들여 학생들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한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함께 읽고 공감하며 대화와 타협을 배우게 된다.
2층 다락방 평수만큼의 자유를 얻을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을 사랑하고, 꿈을 키워나간
안네 프랑크의 이야기에 그들은 크나 큰 감동을 얻는다. 사람을 통해, 그리고 활자를 통해
자기 마음을 담고 삶을 사랑할 수 있는 계기를 찾게 된 것이다. 학생들은 매일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 가며 이제껏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마음 속의 모든 회한들을 담아낸다.
‘글쓰기’라는 단 하나의 행위가 사람과의 따뜻한 관계를 일깨우고, 어지러운 어둠의 파편들을 정리하여 주기도 한다.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하는 것이다. 내가 먼저 우호적일 때, 세상은 나의 편이 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꼭 보아야만 하는 미국 속의 한국인과도 관련된 영화이다.
요즈막의 미국 영화, 특히 흑인 폭동에 관련된 영화에서 꼭 빠지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중년의 한국 남성이 분노하여 흑인들에게 기관총을 들고 쏘아 대는 것 말고도,
감옥소보다 더 한 철창이 둘러쳐진 그로서리에서 주인인 한국인은
이렇게 소리치곤 한다. “ 이 새끼. 너 뭐 야! 이 새끼, 야 저 새끼. 너 빨리 안 나가 이 새꺄!”
이 영화 안에서 그런다. 그러니 흑인 학생은 이렇게 대꾸를 하며 소동을 피운다.
“새끼? 쒜끼 쎄끼? 쒝? 쉑! 쉑 !!! “
우리 한국인의 모습이 요즘 헐리우드 영화에서 이렇게 정형화 되어 있는 것은 정말이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뭔가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인가?
마침 영화를 본 다음 날은 내가 사는 동네에 위치한 리챠슨 하이 스쿨의 아트 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캣츠’(cats)를 아이들과 함께 보러 갔었다. 영화 속의 프리덤 라이터즈와 똑같은 나이의 학생들이
선보이는 연기와 춤과 노래와 연주 솜씨는 너무도 훌륭해서 내 생애에서 잊지 못 할 가장 인상적인
뮤지컬 공연이었다. 그들이 미래의 마리아 칼라스가 되고 파바로티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였고,
이미 그 이상으로 그들의 재능이 아름답게 빛나는 밤이였다.
청소년들이 저마다 가슴 속에 빛나는 별을 품고 미래를 꿈꿀 수 있을 때, 그런 세상이야말로 아름답고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지연 02,04.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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