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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여행지

초록 빛 왈츠 남도의 봄

남도에 봄빛이 출렁인다. 아지랑이 피는 황토들녘에 훈풍이 분다. 농부들의 몸짓도 부산하다. 한뼘쯤 자란 양파와 마늘밭을 매느라 하루해가 짧다. 농부들이 점점이 박혀 일을 하는 밭은 점점 초록으로 무르익는다. 나물 캐던 아낙도 봄볕이 좋아 마냥 흥얼거리고 있다. 바야흐로 봄이다.
무안읍에서 서쪽 해제반도를 찾아간다. 섬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겨우겨우 육지와 연결된 해제반도는 해남 땅끝과 견주는 ‘이땅의 막내’다.
관광지로 이름난 곳이 아니라서 사시사철 분주한 적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고기잡이와 염전을 생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참살이를 논하는 시대가 되면서 이런 오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순박한 인심과 넉넉한 사람살이, 요즘에는 이런 것들이 경쟁력이다.
조선시대 봉화를 지폈던 봉수대가 있던 봉수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달머리(월두)로 가는 길이다. 해송숲과 무안의 상징이 되다시피한 양파밭 너머로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가 펼쳐진다. 해제반도에 둘러싸인 이 바다는 서남해안권에서 손꼽는 갯벌이 있다. 이곳은 국내 최초로 갯벌습지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달머리의 갯벌에서 꼼지락거리며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감태(가시파래)를 뜯는 아낙들이다. 감태는 서남해안의 갯벌에 자라는 해초다. 파래보다는 연하고, 매생이보다는 굵다. 비타민이 풍부하고 독특한 향기와 맛이 있다.
남도 사람들은 감태를 생으로 무쳐 밑반찬으로 하거나 전을 부쳐 먹는다. 감태는 2월말까지가 제철로 날씨가 풀리면 채취를 멈춘다.
감태가 자라는 갯벌은 싱싱한 초록빛으로 넘쳐난다. 쌉싸롬하면서 갯내음이 물씬한 감태는 남도의 찬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
남도의 식당은 이때쯤 감태를 대량 구입해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1년 내내 찬거리로 내놓는다.
무안군청 관광문화과에 근무하는 곽근상씨는 “감태는 냉동실에서 해동을 하면 채취 당시의 모습 그대로 돌아온다”며 “한여름에도 감태를 밥상에 내놓으면 봄날을 기다리던 겨울의 향기가 그대로 묻어난다”고 말한다.
해제반도의 북쪽 끝에 자리한 도리포는 숭어가 봄을 몰고 온다. 숭어는 가을부터 지방을 축적하기 시작해 보리가 필 무렵이면 눈꺼풀까지 지방이 찬다.
이때 나는 숭어를 ‘보리숭어’라고 해서 으뜸으로 친다. 옛 사람들은 보리숭어가 누운 진흙밭도 고소하다고 할 만큼 그 맛이 좋다.
남도 사람들은 작은 숭어는 ‘등기리’, 어린 것은 ‘모치’라고 부른다. 팔뚝만한 녀석을 썰어 먹는 것도 좋지만 모치를 칼집만 낸 채 통째로 ‘된장박이’로 해먹는 맛이 그만이다. 남도 사람들은 2∼3년 묵은 ‘묵은지’에 숭어회를 싸먹는 것을 즐긴다. 다른 어종과 달리 어획량도 많아서 주머니 부담없이 실컷 맛볼 수 있는 것도 숭어의 매력이다.
서해안의 바닷가는 어디나 일몰이 곱다. 해제반도도 남도의 특별한 정취가 느껴지는 해넘이를 볼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바다에 뜬 섬들이 겹치고 포갠 위로 홍옥처럼 붉은 해가 떨어지는 모습은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수평선을 향할수록 점점 붉어지는 노을은 남도의 봄을 찾아 떠난 여행자도, 보리가 쑥쑥 자라는 황토들녘도 모두 붉게, 붉게 물들인다.
무안=글·사진 김산환 기자
isan@sportsworldi.com

 

 

 

 

 

●매화-해남 보해농원.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IC에서 번도로 타고 땅끝쪽으로 가다보면 나온다. 매화나무 1만4000그루가 펼치는 풍광과 그윽한 매향이 들른 이를 압도한다. 입장료 무료. 보해농원 (061) 532-4959. 그밖에 광양 다압면 도사리 매화마을(섬진마을)도 섬진강 변에 가득한 매화꽃이 일품이다. 인근 청매실농원은 전통옹기와 어우러진 70년된 매화나무 수백그루가 아름답다.

●동백-여수 오동도에는 동백나무 5000여수가 가득차 봄에 장관을 이룬다. 거문도는 수월산~등대까지 이르는 동백길이 유명. 강진 백련사 뒤편부터 다산초당가는 산길 초입에 빼곡한 자연동백숲. 완도 보길도 보옥리의 동백숲도 추천지역. 해남 보해농원에는 매화밭을 감싼 동백이 줄을 지어섰다. 이달 초까지 늦은 동백과 이른 매화꽃이 함께 있어 홍백의 색채조화를 이룬다. 서정주의 싯귀처럼 아직 선운사 고랑에는 지난해 것만 목이 쉬어 남았다. 전북 고창 선운사는 이달말부터 다음달에 늦은 동백이 피어 장관을 이룬다.

●진달래-여수 영취산. 경남 창녕 화왕산. 경남 마산 무학산과 더불어 전국 3대 진달래군락지 중 한 곳. 15만평의 진달래밭에 5~30년생 진달래가 수만그루 모여 있다. 이달 중순부터 절정.



<관광명소>

●함평 돌머리해수욕장 서해안 고속도로 함평IC~23번국도~대덕삼거리~손불방향 우회전. 관리소 (061) 320-3364. 해수찜 신흥해수찜 (061)322-9900. 함평주포해수찜 (061)322-9489

●무안 갯벌체험 용정리 달머리마을 무안군청~군도60호선~현경면사무소~국도24호선(해제방면)~삼거리우회전~용정리. 관광안내소 (061) 285-0124

●완도 청산도 완도여객선터미널(061-552-1171) →청산도=매일 5회 왕복운항. 약 45분 소요. 승선료 5800원(편도·어른기준). 승용차 2만3000원(운전자포함).

 

● 남도로 가시려면 배를 비워두시라. 깊고 그윽한 맛의 향연이 그대의 허기를 한껏 채워줄 것이다.

●함평한우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최상급 한우. 한약재를 첨가해 특수 개발한 사료를 먹여 양질의 한우를 키워낸다. 함평 한우의 제 맛은 육회와 육회비빔밥이다. 싱싱한 생고기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함평읍의 금송식당(061-324-5775)에서 함평한우 생살의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육회는 1인분(200g)에 1만7,000원. 육회비빔밥은 5,000원이다.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변에 있는 무안 몽탄면 명산리는 장어로 유명하다. 일제 때는 명산에 장어 통조림 공장이 설치돼 200여 척의 장어잡이배가 성어를 이뤘다고 한다.

영산강 하구둑이 생기면서 지금은 자연산 장어가 크게 줄었다. 지금은 대부분 전남 지역의 양식장에서 기른 장어를 내놓는다. 70여 년 전통의 3대째 장어를 구워낸 명산장어(061-452-3379)가 유명하다. 장어 2인분(700g)이 3만원, 1kg은 4만원이다.

●몽탄면 사창리는 사창 돼지짚불구이 명소. 암퇘지의 삼겹살 목살 등을 석쇠에 얹어 볏짚에 구워낸다. 짚불구이 원조는 두암식당(061-452-3775). 짚으로 고기를 구워낸 지 벌써 60여 년이 넘었다.

갯벌에서 뒤뚱거리는 칠게를 잡아다 곱게 갈아 마늘과 고추 등 양념으로 버무린 게장이 돼지고기에 감칠맛을 더하고, 이 집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양파김치가 새콤하니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지워준다. 짚불구이 1인분에 7,000원. 게장으로 비벼낸 게장비빔밥은 3,000원.

무안ㆍ함평=글ㆍ사진 이성원기자


 

 

 

무안의 먹을거리 하면 낙지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무안에는 봄날 입맛을 되돌리는 별미가 지천이다.
몽탄면 명산리에 자리한 명산장어(061-452-3379)는 3대에 걸쳐 70년 동안 장어를 팔고 있는 집이다. 명산리는 영산강하구언이 만들어지기 전만 해도 무안과 나주를 오가는 나루터가 있었다. 이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고 늪이 발달해 장어가 많이 났다.
명산장어는 장어구이를 내놓기 전에 24시간 장어의 머리와 뼈를 고아 만든 진국을 내놓는다. 조금 비릿하기는 하지만 따뜻할 때 소금 간을 해서 먹으면 속이 든든하다.
장어는 양념과 소금구이 2가지. 양념구이는 5번쯤 양념칠을 해서 굽는데 첫눈에도 먹음직스럽다. 대추와 구기자 등 20여가지의 약초와 소금을 넣고 달여서 만든 양념도 별미다.
장어구이를 먹고나면 된장을 풀어 끓인 파래국과 밥으로 입가심을 한다. 1인분 2만5000원.

사창리에 있는 두암식당(061-452-3775)도 역사와 전통을 따지면 빼놓을 수 없다. 2대에 걸쳐 60년째 돼지짚불구이를 내놓는 이 집은 허름한 외관과 달리 점심나절이면 식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두암식당은 삼겹살을 짚불로 구워서 내놓는다. 60년 전 김정순 할머니가 좀 더 색다른 요리를 내놓으려고 짚불로 굽는 것을 시도한 것이 입소문이 나면서 별미가 됐다. 짚불을 이용해 고기를 구면 기름기가 제거되고, 짚이 타면서 구수한 향기가 고기에 밴다. 1인분이 한 석쇠로 맛이 담백해 보통 2인분씩은 먹어야 손을 턴다.
짚불구이는 칠게와 쌀 양파 등을 곱게 갈아 만든 칠게장에 찍어먹어야 제맛이 난다. 또 양파를 썰지 않고 통으로 담가 내놓는 시원한 양파김치도 이 집이 원조다. 짚불구이 1인분 7000원, 칠게장비빔밥 3000원이다.
여름이면 연꽃 천지로 변하는 회산 백련지에는 최근 연잎 성분을 첨가한 하우스맥주집 다연(061-285-8501)이 오픈했다.
연잎에서 추출한 성분은 맥주의 생명인 거품을 오래 유지시키는 특징이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알코올 도수는 4.5도로 일반 병맥주보다 조금 높지만 쌉싸롬한 맛이 특별하다.
1일 500ℓ(500㏄ 1000잔)의 생맥주를 생산한다. 가격은 3000원. 연근부침개를 비롯해 연꽃을 첨가해 만든 10여가지 안주도 있다. 1만원 내외.
김산환 기자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무안IC로 나온다. 무안읍에서 24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해제반도다. 용정리 봉수재에서 우회전하면 달머리(월두리), 직진해서 해제 면소재지를 향해 가다 77번 국도를 따라 우회전하면 도리포다. 서울 기준 4시간 소요.
잠들곳 청계면 월선리는 에술인 15명이 모여 사는 예술인 마을. 현지민들과 융화된 예술인들이 꿈꾸는 전통마을을 만날 수 있다. 승달산방(061-454-7790)과 금단농원(061-450-1846)에서 민박을 할 수 있다. 2인 3만원. 민박과 함께 도자기와 한국화, 염색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톱머리해수욕장에 있는 ‘무안톱관광펜션’(061-454-7878)은 24실의 객실을 갖춘 리조트급 팬션이다.
1박2일 추천코스
서해안고속도로-무안읍 낙지골목(점심)-해제면 달머리-두리포 일몰 및 숭어회(1박)-사창 항공우주전시장-회산 백련지-명산장어(혹은 두암식당)-월선리예술촌-서해안고속도로-귀경

김산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