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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트랜드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7초마다 한 명씩 어린이가 영양실조와 이와 관련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네 명 중 한 명의 어린이와 그 가족이 하루 1달러도 되지 않는 돈으로 살아갑니다.”

 세계 최대의 기독교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이 동참을 호소하며 밝힌 내용이다. 또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 제임스 모리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일 8억5000만명이 저녁을 굶고 잠자리에 들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어린이다. 기아 어린이가 가장 많은 곳은 1억명이 배를 곯는 인도고 두 번째는 4000만명의 중국이다.

 지난 9일 주요 외신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워드·엑셀을 개발한 전설적인 프로그래머 찰스 시모니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우주여행을 떠났다고 전했다. 시모니는 이번 여행 중 ‘우주의 만찬’을 위해 절인 메추라기 구이와 최고급 와인 등 특별 메뉴를 준비해 갔으며, 12일간의 우주여행에 무려 2000만달러, 우리돈 186억원을 지급했다.

 지금 지구촌에는 양극화 해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양극화는 사회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국가 간 분쟁으로까지 발전한다.

 노르웨이 수도 헬싱키에 있는 유엔대학교 부설 세계경제개발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성인 1%가 전 세계 부의 40%를 소유하고 있으며 세계 부의 30%는 미국이 갖고 있다. 물론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절망적 빈곤’은 항상 있어 왔다.

 우리 사회에도 양극화는 사회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점심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방학이 시작되면 인천공항 출국장에는 어학연수를 떠나기 위해 미처 우리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내 돈 내 맘대로 쓴다는 데 뭐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진정한 부자와 졸부는 재산이 많은 부분은 같아도 그들이 보여주는 사회적 책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5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부부는 없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전 재산의 절반을 흔쾌히 내놨다. 두 사람의 이름을 딴 세계 최대 자선기금인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게이츠 부부가 출연한 기금은 288억달러로 우리 돈 30조원이다. 재단은 이 돈으로 백신보급, 에이즈 퇴치 등에 앞장서고 있다.

 빌 게이츠는 과거 자신의 세 자녀에게 1000만달러만을 물려주고 나머지 재산은 자선사업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인에게 1000만달러라는 금액은 엄청난 액수지만 2005년 빌 게이츠의 추정 자산이 510억달러라는 것을 놓고 보면 1000만달러는 푼돈으로 비쳐진다. 또 빌 게이츠에 이은 세계 2위의 부자며 ‘투자의 귀재’라는 워렌 버핏은 작년 빌 게이츠 재단에 310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는 20년째 연봉 10만달러를 고집하고, 12달러의 이발소를 즐겨 이용하며 20달러짜리 스테이크가 외식의 전부라고 한다. 특히 워렌 버핏이 대단한 것은 빌 게이츠처럼 자기 이름의 재단을 만들 수도 있을텐데 그 많은 돈을 빌 게이츠재단에 기부한 점이다. 이유는 단지 자기보다 기금 관리를 더 잘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란다.

 선진국에서 부자들은 기부를 당연시 한다. 기부는 부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사회적 특권이며 이것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 자의 도덕적 책임)’의 실천이다. 버는 것에만 급급해 어떻게 써야하는지 모르는 수많은 졸부에게 돈을 ‘제대로’ 쓰는 것이 어떤 것임을 보여주는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은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준다.

홍승모 글로벌팀장 smhong@etnews.co.kr

○ 신문게재일자 : 200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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