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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트랜드

종이와 잉크의 변신

일본 후지쯔는 올해 컬러 e페이퍼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개인정보 단말기를 선보였다.
 인류의 오랜 기록유산과 함께 해온 종이와 잉크. 첨단과 혁신이란 수식어가 판치는 요즘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지는, 오히려 따스한 정감마저 동반하고 있는 물건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끈끈한 만남의 역사를 뒤로 하고 다양한 최신기술과 접목을 통해 다른 분야와 외도(?)를 시도하는가 하면 새로운 성질을 받아들여 또다른 역할모델을 찾아나서고 있다.

 은이 함유된 이른바 ‘전자(e) 잉크’는 전자회로나 전자태그(RFID) 등의 구리선을 대체할 수 있게 됐고 일정한 온도에 이르면 글자가 나타나는 잉크도 개발됐다. 또 기존의 종이를 대체한 전자종이(e페이퍼),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나노종이 등으로 거듭나며 응용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투명 전자잉크=잉크에 대한 고정관념을 혁파한 대표주자로 꼽히는 전자잉크는 전도성이 뛰어난 은을 이용한 액상형태의 신물질이다. 이 잉크로 회로를 인쇄하면 회로기판이 되고 교통카드에 사용되는 RFID에 인쇄하면 전파를 수신하는 안테나 역할도 한다.

이 방식은 금속을 회로에 새겨 넣는 기존 공정을 대체해 작업 시간·비용 절감, 슬림화 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RFID·인쇄회로기판·디스플레이·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잉크테크 등 여러기업들이 상용화를 추진중이다.

 조현남 잉크테크 연구소장은 “향후 전자산업 부문에서 프린팅 공정기반 기술이 대세를 이룰 것이며 그에 필요한 핵심소재로 전자잉크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감지 잉크=영국의 B&H컬러체인지는 열에 반응하는 잉크를 개발했다. 이 잉크를 이용해 계란 표면에 문자나 기호를 적어 넣으면 온도에 따른 완숙이나 반숙 정도를 알아 볼 수 있다. 계란을 삶은 뒤 3분 뒤면 ‘살짝 익은(soft)’라는 표시가 표면에 나타나고 4분 뒤 ‘반숙’, 7분 후 ‘완숙’이라는 표시가 나타난다.

 이 같은 열감지 잉크 기술은 다양한 분야로 응용이 모색되고 있다. 초콜릿 제조업체는 초코바가 흐물흐물해졌는지를 포장지에 표시하기 위해, 맥주 회사는 맥주가 가장 좋은 맛을 내는 온도인지를 나타내기 위해, 유아용품 제조업체는 아기가 먹는 음식이 너무 뜨거운지 색깔로 표시해주는 수저를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다. 얼마나 뜨거워졌는지를 표시하는 방화문, 체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색이 변하는 축구 유니폼, 도로 표면에 얼음이 얼었는지를 색깔로 나타내는 도로 표지판 등의 등장도 머지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플렉서블 전자종이=구부려서 휴대할 수 있는 디지털 스크린 신문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LG필립스LCD가 A4용지 크기의 컬러플렉서블 E-페이퍼를 개발해 시선을 모았다. 이 제품은 구부려도 원상태로 복구가 되도록 하기 위해 유리가 아닌 금속박으로 된 기판에 박막필름트랜지스터(TFT)를 배열했고 색 구현을 위해 컬러필터(CF)가 플라스틱 기판에 코팅됐다. 일본 후지쯔도 올들어 컬러 e페이퍼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개인정보 단말기를 선보였다.

 해외에선 이같은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까지 모색되고 있다. 벨기에 경제지 드티드(De Tijd)가 지난해 시험판 전자종이 신문을 선보였으며 미국 출판업체 허스트, 프랑스 피어슨사의 레제코 등 세계 유수의 출판·신문사들이 디지털 스크린 기반 전자종이 서비스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폴리머비전은 전자책(e-book)과 전자지도 가이드 등에 활용하기 위해 4.8인치 크기의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를 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뱅크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규모가 오는 2010년 59억 달러를 거쳐 2015년 1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가가치를 흡수한 종이=최근 출시되고 있는 레이저프린터 전용 컬러복사지는 필름 인화지만큼 화질이 선명한 데다 복사할 때 종이가 휘어지는 현상이 없어 보고서 등을 만들 때 유용하다.

 또 음이온이 발생돼 집중력 향상과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 인쇄용지도 등장했다. 한솔제지 등이 선보인 이 종이는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광물질 ‘토르말린’이 나노처리돼 표면에 얇게 코팅된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