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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트랜드

PLM(제품수명주기관리)이 제조업을 바꾼다

한국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은 한 발짝 앞서가고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샌드위치론’을 거론하는 이유다. 이것만이 아니다. 소비자의 요구 사항은 빠르게 변하면서 수요 예측도 힘들어졌다. 자동화 설비를 바탕으로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드웨어(HW)적인 투자가 아니라 소프트웨어(SW)적인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제품수명주기관리(PLM)가 그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 제품 출시 기간 단축

 중. ERP를 밀어낸다

 하. 토털솔루션으로 간다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삼성전자는 최근 규정과 지식에 기반한 ‘몰드 디자인 및 제조 자동화’를 통해 세계 최고급 휴대폰 몰드 개발 기간을 최근 14일에서 10일로 단축시켰다.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솔루션을 도입한 효과다.

 삼성전자는 지난 93년부터 PLM 솔루션을 활용한 설계·제조 프로세스 디지털화를 통해 제품 설계의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휴대폰 생산의 경우, PLM 구축을 통해 개발주기를 30% 단축했고, 물리적 프로토타입에 대한 필요성을 30% 가량 감소시켰다.

 김세현 삼성전자 상무는 PLM 구축 효과에 대해 “삼성전자는 금형 설계 및 제조 프로세스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했다”며 “최초 생산 라인 가동 시 발견되는 오류가 50%나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시스템 구축으로 지난 6월 공급업체인 UGS PLM 소프트웨어로부터 아시아태평양 PLM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상했다.

 디지털복사기 대표업체인 신도리코도 PLM을 통해 혁신을 꾀했다. 신도리코는 지난 2004년 중국 청도 공장의 원격지 관리와 본사와 협업 필요성이 제기되자 곧바로 PLM을 도입했다.

 정낙준 신도리코 전산기획팀 과장은 “PLM의 도입으로 과거 2∼3주 걸리던 최고경영자의 승인기간이 2시간∼3일 정도로 단축됐다”며 “데이터를 축적해 공유하는 시간이 줄고 부서간에 서로 데이터를 하나의 공간에 올려놓고 볼 수 있어 임직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국내에 앞서 해외에서는 한발 앞서 PLM 도입에 대한 효과가 검증됐다. 컴퓨터업계의 대명사인 IBM은 90년대 후반 자사의 제품 개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사 제품의 35%가 제품을 출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경쟁사에 비해 두 배나 되고, 연구개발(R&D)에 지출된 금액의 25%는 제품으로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었다.

 IBM은 해법을 PLM에서 찾았다. PLM 구축 이후 서버 및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제품 기획 단계에서 시장 출시까지 70개월이 걸리던 시간이 19개월로 단축됐다. 기업의 수익에서 차지하던 R&D 비용도 12%에서 6%로 축소됐다.

 성공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GM, LG필립스LCD 등 세계적인 기업은 물론 크레신, 텔레윈 등 중견기업들도 PLM 구축을 통해 제품의 출시기간을 단축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설비투자 못지 않게 PLM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상섭 PTC코리아 상무는 “PLM을 구축한 기업들의 대부분은 구축 효과를 검증하고 적용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며 “PLM은 제조업의 전사자원관리(ERP)보다 중요한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국내 상당수 중견·중소업체들이 PLM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자칫 우리나라의 글로벌 제조 경쟁력이 뒤쳐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쏘시스템코리아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일본과 중국의 샌드위치에서 벗어나 이들보다 한 발 앞선 정보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PLM이 국내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