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통신을 만나 개벽하다’
새로운 미디어 세상이 다가온다. 채널 수 제한도 없고, 방영 시간대에 맞추기위해 허겁지겁 달려올 필요도 없다. 내가 원하는 맞춤형 정보를 주문하기도 하고 선명한 화질로 콘텐츠를 즐기면 그만이다. 바로 방송과 통신이 만나 탄생한 IPTV다. 우리나라 방송 100년, TV 50년 역사에 획기적인 변화다. 채널수가 제한된 지상파 방송이나 단방향의 방송을 제공하는 케이블TV,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가진 인터넷방송의 제약점을 모두 뛰어 넘는다. 고화질 콘텐츠, 양방향 서비스, 차세대 미디어 모델 등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단 하나 문제인 법제화 이슈도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미 통신사업자·포털업체들은 IPTV의 전신인 프리IPTV(TV포털) 시장에서 일전을 시작했다. 법제화 여부에 상관없이 대중 속으로 파고들 태세다. 윤종록 KT 부사장은 “공중파, 케이블TV 시대를 지나 고화질·양방향이 주도하는 IPTV 시대로 접어들었다”라며 “미디어2.0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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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불붙은 프리IPTV 시장=프리IPTV 가입자는 60만명에 가깝다. 시작은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가 했다. 지난해 8월 하나TV가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반응은 다들 시큰둥했다. 그저 새롭게 시작하는 통신의 부가상품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하나TV는 불과 4개월만에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나타냈다. 1년이 지난 8월에는 가입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80만∼90만명, 내년에 13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진하 하나로텔레콤 부사장은 “초기만해도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매달 교체하는등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그러나 지속적인 노력으로 소비자 만족도가 20% 이상 높아지고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KT도 시장에 본격 가세했다. 홈엔·메가TV라는 TV포털 서비스를 제공하고는 있었지만 제대로된 의미의 IPTV 서비스는 지난 7월초부터다. 가입자는 8만명 안팎으로 아직은 미미하다. 교육 등 킬러 콘텐츠가 보강되고 메가TV가 포함된 결합상품이 나오면서 앞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KT는 올해말 30만 가입자, 내년 100만 가입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LG데이콤이 10월에 프리IPTV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같은 유선 3자 구도가 형성되면서 IPTV 시장은 초고속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드라마틱한 증가세를 누릴 수도 있다. 게다가 인터넷포털 업체의 가세와 케이블TV 업체들의 디지털 전환은 상당한 자극제가 된다.
◇내수 잠재성 크고 세계 진출도 가능=IPTV에 가입하지 않은 이용자 10명중 6명은 향후 1년내 서비스를 가입할 의사가 있다는 본지-엠브레인리서치의 조사결과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사용자들은 이미 IPTV에 대한 인지는 끝났으며 선택의 시점만 남겨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론상으로는 수백만 가구가 내년말까지 IPTV의 수요자가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포화한 통신시장에서 이 같은 분야는 새로운 탈출구와 다름없다.
법제화 미비로 많은 기회를 상실하기는 했지만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도 있다. 이영희 KT 미디어본부장은 지난달 메가TV 발표회에서 “IPTV는 KT만의 사업이 아니며, 130여개 협력사와 함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글로벌한 사업모델”이라고 말해 장비·콘텐츠 업체들의 동반 진출을 기대할 수 있는 수출 산업임을 부각시켰다. 표준화에도 이미 199건의 기술을 IPTV 국제표준으로 반영시켰다. 해외의 여러 기업들이 하나TV의 콘텐츠와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해갔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통신컨설팅업체인 지텍스의 페이라쉐 CEO는 “홈게이트웨이와 연계한 TV포털의 접근방식이나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손쉬운 제어 등이 인상적”이라며 “라이브 방송이 주류를 이루는 프랑스도 오히려 콘텐츠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하는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한국의 모델을 많이 배워갔다”고 말했다.
◇법제화·망중립성은 여전한 불씨=시장은 무르익었지만 법제화 및 권역분리 등의 이슈는 업계의 여전한 화두다. 올 정기국회에서 IPTV 법제화가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사다. IPTV 법제화를 위해 개최한 공청회와 토론회만 해도 수백번이 넘는다.
2005년만 300회 이상이었다. 도입논의가 10년이나 이어진 위성방송이나 7년을 넘긴 DTV 전송방식의 선례를 따라가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KT경영연구소에 따르면 IPTV 서비스 도입이 1년 지연될때마다 1조원씩의 경제적 기회손실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자회사 분리 및 권역분리 문제도 방송업계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번지고 있다. IP기반의 방송에 권역을 분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자회사 분리는 컨버전스 추세에 역행한다는 것이 통신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케이블TV 업계는 통신사업자의 지배력전이를 감안해 자회사 분리 및 동일 규제 차원에서 현재 케이블에 전국 권역분리가 이뤄진 것처럼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망중립성과 망이용대가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KT가 최근 DTV포털인 365℃의 참여업체인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판도라TV, CJ인터넷 등에 공문을 보내 “KT와 (망 이용료 정산 등) 별도 협의없이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제공할 경우 법률적 조치를 강구할 수 있다”고 경고해 다양한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이슈가 시장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이미 IPTV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고 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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