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를 헤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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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연합뉴스) 3일 오전 강원도 양양-평창-단양으로 이어지는 2007 투르 드 코리아 레이스 3구간에서 선수들이 폭우를 헤치며 힘차게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남들은 비속을 뚫고 삶의 열정을 노래하는데 난 게슴츠레한 눈으로 삶의 무료함에 젖고..
비가 추실 거린다.
한 주 내내 오락가락하며 36.5도의 폭염을 잠재우던 는 주말이 되어 본격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그냥 주말엔 훌쩍 어디로 떠날 생각에 골몰해 있다가 이런 날이면 그저 허탈해진다.
빗 속을 아랑곳하지 않고 산속으로 떠날 열정은 척추의 아픔을 의식해 벌써 자포자기의 체념으로 돌아누워버리고 비 오는 강가를 떠도는 사색의 여정이나 목적지 없이 어딘가를 방황하고 싶은 충동을 실행하기에도 자유롭지 못한 날이다.
사십을 넘어 은퇴할 때 까지 만나는 주말의 휴일이 마지막 남은 내 인생의 황금의 날인데 오늘도 그 비를 넘어서지 못하고 조용히 백기를 든다.
젊은 시절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은 적이 있다.
반쯤 읽다가 참 재미없는 책이리라고 덮어 버렸다.
늘 왕성한 독서력을 자랑하는 은비에게 물었다.
”(검은집)과 (피피온) 중 어느 것이 더 재미 있니?”
은비가 말했다.
“둘 다 재미 있어 아빠!”
그 옛날 스티브맥퀸의 “빠삐용” 영화를 재미있게 본 터라 내가 인정하지 않지만 남들이 알아 주는 베스트셀러작가 베르베르의 파피온을 읽기로 했다.
창밖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조금씩 졸면서 그리고 가끔은 온몸을 뒤틀며 어렵게 책을 읽는다.
비 오는 날 아침.
택일을 잘 못했지만 동생들 가족이 몽산포 리조트를 예약해서 아이들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혜정이 결혼식이다.
호텔 결혼식장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결혼식을 보는데 무상한 세월을 느껴야 했다.
늘 보면서 같이 늙어 가는 사람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는 세월을….
항상 앳되고 발랄한 이미지의 기억으로 남아 있던 혜정이
얼굴을 보지 않은지 10년은 넘은 것 같은데….
하기사 벌써 혜정이도 사십이다.
세월이 변화시킨 그 모습은 다소간의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나도 그렇겠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나의 범주 속의 사람들 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나의 모습도
오래 만에 만난 그 누구에겐 충격이겠군
혜정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빗속에 아이들을 인계하고 돌아왔다.
재미 없는 책을 그래도 꽤 열심히 읽었다.
오늘은 별로 할 일이 없는 날이라….
현대판 노아의 방주
자구의 종말을 두려워 하여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14만 4천명의 이야기다.
음모,정치와 폭력, 그리고 환경오염으로 얼룩진 지구를 뒤로하고…
거대한 우주선 속에 재현한 생태계에서 종족번식을 이루며 1000년의 긴 항해를 해나가지만
유토피아를 꿈꾸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유전자에 프로그램된 숙명처럼 최후의 희망인 나비호도 지구의 운명을 답습해 간다.
역사는 유전된다.
나비호는 새로운 곳을 향한 인간의 도전을 상징하고 지구는 인류의 윤회를 상징한다.
나비호의 생존자가 발견한 원시의 행성이 태초의 지구고 그 지구는 인류의 창조와 파괴 본성에 의해 오늘의 역사를 만들었고 훗날 누군가는 다시 지구를 떠나 새로운 지구를 찾아갈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류가 수많은 노력과 자기학대로 인류의 운명을 바꾸어 가지만 그건 광대무변의 우주에서 미미한 하나의 작은 사건이고 인류는 그 우주에서 마치 한 송이 꽃이 피고 지는 계절의 변화 같은 거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지구란 어느 외계인이 노아의 방주 같은 비행선을 타고 와서 종족을 퍼뜨려서 오늘에 이르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인류가 이 지구의 이방인이고 우리의 지구와 같은 인류의 고향은 먼 다른 태양계의 행성인지도….
혹시 지구에서 인류보다 고도로 문명이 발달한 생명체가 있었고 어떤 이유로 멸종 했는지도 모른다.
우주에서 태양계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고 그 속의 지구의 역사는 더욱 짧다.
그 짧은 지구 역사에서 인류의 역사란 정말 보잘 것이 없다.
땅이 여전히 용암으로 끓어오를 때도 바닷속에는 생명체가 있었고 혜성과의 충돌이나 대자연의 천재지변 그리고 몇 차례의 빙하기 등으로 오랫동안 문명을 진전시킨 어떤 종족이 사멸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또 모른다.
우리가 변함 없이 내일 떠오르리라고 믿는 태양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을지
인간이 뿌려댄 이산화 탄소가 지구의 온실을 만들어 모든 생명을 말라 죽일지도…
내년 쯤엔 살벌한 혜성이 지구와 박치기 하게 될지…
또 모른다.
히틀러를 닮은 또라이가 하나 나와 미국과 소련에 원자폭탄 하나씩 떨어 뜨릴지…
몇 씨씨 안 되는 두개골 용량으로 별 걸다 걱정하다 보면 인생 피곤해진다.
인류가 개발한 위대한 통계와 통밥이 있지 않은가?
내일 어쩔지 모르지만 해가 다시 뜰 가능성이 99%이상이고 내가 다시 회사에 나갈 확률도
99% 이상이다.
내일이 어떻든지 간에 그냥 오늘 재미 이게 사는 거다.
근데 이노무 책은 너무 재미가 없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모두 읽었으니 나도 엔간히 할일 없는 놈이다.
소재는 그럴 듯 한데 정말 재미 없이 무미건조한 책이다.
정말 재미 없는 책을 읽고 무언가 쓴다는 것은 그냥 아까운 시간에 대한 반항일 뿐이다.
그래도 무언가는 건져야 한다는 안깐임 같은 거
“우리는 탈바꿈에 성공해서 나비가 되어야 하는 애벌레들이다.
나비가 되고 나면 날개를 펼쳐 빛을 향해 날아야 한다.”
일요일에는 장인어른 생신행사에 참석해서 축하노래 해드리고 뱀장어 배터지게 먹었다.
마눌을 끌고 영화관에 가다.
디스터비아
스필버그 제작(?) 인지 뭔지 하여간 스필버그가 개입이 되었다고 했고 전미 박스오피스 3주연속 1위의 흥행대작 이라 했다.
비오는날 공포스릴러라 잔뜩 긴장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다지고 갔는데….
요새 왜이러니?
이게 족보가 공포영화냐 코미디 영화냐?
전반부 계속 코구멍 쑤시며 지루해 하다가 결국 5분쯤 살짝 졸았고 막판에 좀 살벌해지는가 했더니 속이 빤히 들어다 보이는 진행에 맥빠진 크라이 막스…
마눌한테 면목도 안서고
하여간 앞으로 검증되지 않은 영화는 가지 않는다….
외화 퍼주고 쓰레기 같은 영화 수입해대는 한심한 넘들은 누구인가?
그 영화를 보려고 황금 같은 인생의 소중한 휴일 세시간을 컴컴한 골방에 처박아 버린 넋떨어진 넘들은 또 누구 인가?
비 와서 황당했던 9월의 첫 번 째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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