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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트랜드

외길 걸어온 SW 전문업체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가장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회사를 꼽으라면 티맥스소프트를 빼놓을 수 없다. 올 6월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티맥스소프트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미들웨어 제품들로 IBM, 오라클, BEA 등과 같은 외국계 대형 IT기업들을 제치고 국산 SW의 자존심을 당당히 지켜 온 기업이다. 한글과컴퓨터, 안철수연구소, 핸디소프트 등도 티맥스소프트와 함께 국내 SW역사를 새로 쓰며 대표기업으로 10년 이상 한 길을 달려왔다.

 이들 기업 외에도 국내 SW 산업계를 10년 이상 지키며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국내 척박한 SW 시장에서 10년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그 기업은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수많은 SW업체들이 세상에 나왔다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이들은 묵묵히 한 길을 걸으며 국내 SW 산업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어떤 기업이 있나=국내 SW업체 중 업력이 10년 이상 된 기업은 줄잡아 30여곳이 넘는다.

고객관계관리(CRM)대표기업으로 성장한 위세아이텍, 임베디드 SW의 최강자인 MDS테크놀로지, 구 기업전산원인 알티이솔루션, 국내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시장을 연 포시에스, 인사관리(HR) 분야에서 외국계 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화이트정보통신, 글로벌 콘텐트관리시스템(CMS)업체로 성장한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지식관리시스템(KMS)의 대표업체 온더아이티 등 일일이 열거하기 조차 숨가쁠 정도다.

 김종현 위세아이텍 사장은 “SW 산업의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10년 이상 고집스럽게 연구개발에 몰두해 특정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자리를 잡은 기업이 적지 않다”며 “국내 SW산업은 이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을 근간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태헌 큐브리드 사장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라는 시스템 SW 분야를 10년 이상 개발하면서 사업을 그만두고 싶은 적이 많았다”며 “국산 SW를 세계적인 SW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큐브리드를 버티게 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큐브리드는 이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SW 산업 기둥=강태헌 사장의 말처럼 이들은 국내 SW산업의 기둥을 역할을 해냈다. 세계적인 SW업체에 맞서 국내 시장을 지켜온 이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국산 SW의 토대를 마련했다. 김형곤 투비소프트 사장은 “선배기업들이 국산 SW가 생존할 수 있는 터전을 닦은 덕분에 세계 시장을 넘보는 국내 SW업체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며 “국내 SW 시장에서 10년 이상 버틴 기업들이야말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영위하면서 국산 SW의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MDS테크놀로지는 외국계 기업들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임베디드 SW분야에 전념, 이제는 당당히 실력으로 그들과 겨룰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국산 임베디드 SW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김현철 MDS테크놀로지 사장은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쌓은 노하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며 “앞으로 10년은 임베디드 SW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SW업체 도약 과제=하지만 이들에게도 큰 과제가 남아있다. 국내 무대를 벗어나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것이다. 분야마다 차이는 있지만, 국내는 특정 기업이 매출 100억원을 넘기 힘든 시장이다. 국내 시장에서 10년 이상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세계 시장에서 활용해야 한다.

 현재 장수 SW 업체 중 티맥스소프트, 핸디소프트, 안철수연구소, 한글과컴퓨터, 아이온커뮤니케이션 정도만이 해외 시장에서 통하는 업체로 분류된다. 나머지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력은 아직 뒤쳐진다.

 그렇다고 전혀 길이 없는 아니다. 정윤식 맨인소프트 사장은 “국내 업체간 인수합병(M&A)이나, 선단형 수출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국내 SW업체들이 얼마든지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며 “특히 업력이 10년이 넘은 업체들은 국내에서 충분히 제품력을 검증, 해외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사장은 “장수 SW업체들을 중심으로 협의회 혹은 협회를 구성, 국산 SW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10년 이상 텃밭을 지킨 SW 기업들이 이제는 해외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


우리나라 SW산업은 수많은 기업들의 활동 무대였다.

 SW 산업이 막 꽃을 피기 시작한 70년대는 이주용 소장이 이끄는 한국전자계산소(현 KCC정보통신)이 주목을 받았다. 한국전자계산소는 미국 시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부 및 주요 공공기관의 전산용역을 담당하며, 국내 대표적인 SW업체 명성을 날렸다.

  80년대는 컴퓨터 보급 확대와 맞물려 SW 산업이 유망업종으로 등장하면서 대기업들의 SW 진출이 활발했다. 금성이 히타치제작소와 합작해 금성히다찌를 설립했고 효성도 효성인포메이션을 만들었다. 또 국내 워드프로세스 업체들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삼보컴퓨터가 트라이잼88용 한글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하고 한글과컴퓨터는 공전의 히트작 아래아한글을 출시하면서 SW 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높였다.

 90년대는 우리나라 SW산업이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사장을 정점으로 장영승 나눔기술 사장, 백신의 대부 안철수 소장이 등장하면서 국내 SW 산업은 일대 변혁기를 맞는다.

한글과컴퓨터는 국내 SW업계 최초로 단일 패키지 10만명 보유와 함께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기업들이 내부 업무 효율화, 혁신 등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정보화에 대한 기업 마인드가 형성됐다. 한국기업전산원, 영림원소프트랩, 지엔텍 등이 국내 중견·중소기업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며 국내 SW산업의 ‘미들맨’으로 계보를 이어갔다. 안철수연구소는 V3를 유료화하는 등 SW업계의 수익 구조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또 미들웨어로 국내 SW시장을 평정한 티맥스소프트가 등장했다. 티맥스소프트는 IBM과 BEA가 주도하는 미들웨어 시장에 뛰어들어 고전분투끝에 국내 시장을 평정했다. 핸디소프트는 기업공개(IPO)와 함께 코스닥 시장의 SW황제주로 군림했다.

 2000년대에도 투비소프트 등 전도 유망한 기업들이 과거 화려한 업체들의 명맥을 이어가며 글로벌 시장을 향해 달음박질하고 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사장은 “국내 SW업계가 수십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글로벌 시장에서 펼칠 때가 됐다”며 “아시아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맹활약해 한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