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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 영원한 승자는 없다

지난 3분기 세계반도체업체의 순위가 크게 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6년과 비교하면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1, 2위를 제외한 8개 업체가 모두 순위가 바뀌었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세계 시장 경쟁이 치열함을 의미하며 기술력과 시장창출 능력이 없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음을 뜻한다. 반도체는 보통 공장 하나 짓는데 2조∼3조원이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산업이다. 이 때문에 규모의 경쟁과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업체는 세계 10위권에 도시바를 비롯해 NEC·히타치 등 5곳이나 포진해 있었지만 지금은 3곳에 불과할 정도로 선두권 경쟁이 뜨겁다.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가 이번에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투자력이 높고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선점효과를 톡톡히 노리고 있는 인텔과 삼성전자가 부동의 1, 2위를 차지한 반면에 다른 업체는 모두 순위가 변동할 만큼 극심한 시장다툼을 벌였다. 무엇보다 일본 간판업체인 도시바의 선전이 두드러져 향후 일본업체를 향한 경계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5위에 머물렀던 도시바는 이번에 3위로 두 계단이나 뛰어오르면서 삼성전자를 더욱 압박했다. 한때 우리보다 크게 앞섰던 일본은 지난 90년대와 2000년 초반 벌어진 한일 반도체 대전에서 우리에게 패한 이후 최근 빼앗긴 자존심을 찾겠다며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이번에 3위권에 입성한 도시바는 지난 9월에도 6000억엔(4조8000억원)을 쏟아부으며 세계 최대 플래시메모리 공장을 준공, 세계 1위인 삼성 타도를 선언한 바 있다. 도시바는 시장 동향을 봐가며 계속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4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를 크게 위협할 것이다. 일본 엘피다도 대만 파워칩세미컨덕터(PSC)와 함께 D램 합작법인을 세우고 이르면 내년 D램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최근 우리 업체가 전략 대상으로 선정한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업체의 공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만 파워칩도 공공연히 “삼성전자를 따라잡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는 등 대만업체도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 업체도 첨단 신제품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부으며 거세지는 일본·대만업체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0나노 64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메모리를 개발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하이닉스도 집중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제품군을 다양화해 10년 뒤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앞으로 몇 년간 세계반도체 시장의 글로벌 경쟁 파고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럴수록 경쟁사와 차별화된 우수 기술과 뛰어난 시장창출 능력을 가진 업체는 더욱 돋보일 것이다. 우리 업체가 뼈를 깎는 신기술 개발과 창의적 마케팅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우리는 메모리 분야에서만 세계 시장 1위일 뿐 메모리보다 규모가 3배나 큰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아직 열세인데 앞으로는 비메모리에서도 메모리와 같은 성과를 내도록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