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개척의 주역=케이씨텍은 무역업체에서 장비 개발업체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기업이다. 지난 87년 일본 반도체 장비를 수입 판매하면서 93년에는 무역업을 통해 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거상’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케이씨텍은 무역업 전성기에 과감하게 반도체 장비 개발이라는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무역업은 리스크가 적어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됐지만 외국업체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성장의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93년 기술연구소와 4950㎡(1500평) 규모의 제1공장을 설립함으로써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가스 캐비넷(Gas Cabinet)을 처음 국산화했다. 케이씨텍은 이를 기반으로 96년 30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했고, 이듬해 11월에는 거래소에 상장되며 고속성장의 날개를 달게 됐다.
불모지인 국내 반도체 장비시장을 개척한 케이씨텍은 2000년 LCD 습식 공정장비를 개발, 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에도 팔을 걷고 나섰다. LCD 습식 공정장비는 2001년 70억원, 2002년 230억원, 2003년 3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평균 100% 이상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LCD 습식 공정장비는 2004년부터 연 매출이 900억원을 넘어서며 세계 일류 장비 대열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케이씨텍은 이를 통해 93년 4950㎡의 클린룸을 2004년 4배 가까이 커진 1만6500㎡로 확대하며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장비업체로 면모를 갖추게 됐다.
◇성장동력은 부단한 기술 개발=케이씨텍은 지난해 1486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96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주성엔지니어링, 세메스 등과 국내 장비업계 ‘빅3’로 도약했다. 이같은 성장의 원동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의 결과였다.
현재 케이씨텍은 차세대 반도체 및 LCD 제조장비 개발을 위해 전체 인원의 25%를 상회하는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매년 매출액의 7∼8%에 가까운 연구개발비를 투자 중이다. 특히 LCD 기판에 얇은 막을 입히는 전공정 핵심장비 LCD 코터(Coater) 국산화를 위해 실패를 무릅쓰고 2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기도 했다. 케이씨텍은 3년 가까운 연구 개발을 통해 지난해 마침내 LCD용 스핀리스 코터(Spinless Coater)를 국산화했다.
반도체용 300㎜ 웨이퍼 세정기도 수 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개발에 성공해 지난해부터 본격 매출이 발생했다. 300㎜ 웨이퍼 세정기는 올해 200억원, 내년에는 400억원까지 매출이 확대돼 LCD 습식 공정장비와 함께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를 전망이다. 수준 높은 기술력은 국내 반도체와 LCD업체들이 빠짐없이 케이씨텍 장비를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거침없는 신시장 개척정신=케이씨텍의 신 시장 도전은 장비뿐만 아니라 소재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반도체 연마장치(CMP) 공정용 세리아 슬러리(Ceria Slurry)가 올해 처음으로 고객사로 공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슬러리는 반도체 회로를 구성하기 위해 웨이퍼를 평탄화하는 재료로 미세공정화될수록 필수공정으로 인식되는 핵심 소재다. 일본 업체들이 독점해온 슬러리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케이씨텍의 기술력을 평가받는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전지 장비시장에서도 글로벌 메이커를 꿈꾸고 있다. 결정질용 태양전지 웨이퍼를 생산하는 잉곳(Ingot) 제조장치 개발을 위해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잉곳 제조장치를 개발한 업체는 4∼5개에 불과해 향후 국산화에 성공하면 케이씨텍은 또 다른 성장 모맨텀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케이씨텍의 자회사인 티씨케이는 잉곳 제조장치의 필수 부품인 핫존(Hot Zone)을 국내에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케이씨텍은 이와 함께 박막형 태양전지용 세정기 공급을 준비하는 등 LCD 장비 기술을 활용한 태양전지 장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태양전지 장비 매출이 본격 발생해 2009년에는 300억원대 새로운 매출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정신을 무기로 케이씨텍은 거침없는 질주를 멈추지 않을 태세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