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2일 토요일 아침
머리가 무겁고 귀가 웅웅거립니다.
아침 6시
30분쯤 기다렸다가 마눌을 깨우고….
다시 아이들을 깨웁니다.
흔들어 깨워도 태현이 계속 몸을 뒤채고 이불 속으로 파고 듭니다.
허리춤을 잡고 막 끌어내립니다.
이제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
태현이 온갖 인상을 쓰며 불평불만을 합니다.
그리고 급기야 녀석이 큰소리를 냅니다.
“아빠 진짜 왜 이래… 정말 짜증나…”
그 한마디에 순간적으로 전 맛이 같습니다.
잠에서 덜 깬 놈 뺨을 한대 올려 붙였습니다.
성질 참 더럽지요…
숱한 산을 다니며 마음의 수양을 쌓았어도 아직도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깨우치지 못했습니다.
제겐 이성을 마비시키는 아킬레스 건 과 같은 게 있지요…
마눌이 집안 문제에 제 뜻에 반기를 들 경우
순식간에 피가 위로 뻣쳐 올라 갑니다.
마눌의 말에 따르면 얼굴이 허얘지고 동공이 확대되면서 헐크처럼 변한다지요
주변의 모든 것을 부셔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힙니다.
합리적인 대화나 감정의 추스림 따위는 물 건너 가지요…
아들 녀석이 잠결에 반항하니 꼭지가 돌아 버렸습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뻣쳐서
한번도 손을 대 본적이 없었는데 뺨을 때리고 나서도 끌어내서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었습니다.
참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좀 무안하고 경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노의 앙금도 아직 남은 채 차에 올랐습니다.
유성 목욕탕 가는 차 안 분위기가 무겁습니다.
차 안의 어색함을 무마하려고 다시 목소리를 높여 아들에게 경고를 보냈습니다.
참 수양이 덜 된 아버지 입니다.
차에서 내려 서늘한 새벽공기 속을
걸어가면서도 맞은 것보다 지가 아빠한테 그런 말을 했던 것이 더 마음에
걸리는지 아빠한테 그런게 아니라 합니다.
압니다.
곤히 자다 깬 녀석이 무슨 정신을 가지고 그런 말을 했겠습니까?
다 제가 무식하고 부족한 놈이지요.
목욕탕에서 아들 놈 등을 밀었습니다.
그리고 가슴을 닦아 줄 때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아들놈에게 그랬지요…
“ 태현아!
아빠는 태현이가 목욕 가자고 깨우는 아빠가 짜증난다고 해서 너무 화가 났다
아빠는 가족의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고 가족 누구한테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아니 세상 누구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단다.
네가 아버지이고 아들이 그렇게 아빠를 이야기 한다면 네 기분이 어떻겠니?
아빠는 다 안다.
그 말이 너의 본심이 아니라는 것을…
태현이가 참 착한 아들이라는 것을….
아빠 엄마 말씀도 잘 듣고 심부름도 잘하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나쁜 말을 아빠한테 절대 안 할 것이란 것도 안다.
그렇지만 너의 한마디 말이 한 순간에 아빠를 몹시 화나게 만들어 버렸다..
잠이 덜 깨건 술이 취하건 말이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
늘 조심해야 한다.
넌 아무렇기 않게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는 괴로움을 줄 수가 있다. .
하지만 아빠도 잘못을 했다.
그렇게 자는 너의 뺨을 때려서는 안 되는데 ….
너를 잠자리에서 불러 내어 네 잘못을 깨우쳐 주고 꾸중을 하던지 매를 들던지 해야 하는데…
그건 아빠가 미안하다.
우리 둘 다 잘 못 했으니
오늘 일은 모두 잊어 버리자….
녀석은 내내 닭 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 입니다.
가족이란 그렇지요…
매일 얼굴을 대하니 너무 가까워 함부로 대할 수 있고 그 신뢰가 너무 깊어
예의를 벗어날 수도 있고 ….
저처럼 고리타분한 부모들은 자신들의 가치관을 벗어나는 아이들의 억누르고
인격을 무시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가끔은 상처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지요…
하지만 가족이란 다른 이름은 사랑입니다.
우리가 애써 노력하며 살아 가는 이유는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위함입니다.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운 세상
서로가 의지하고 등 두드리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 게지요….
'붓가는 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ㅁ (0) | 2008.01.02 |
---|---|
동생 집들이.... (0) | 2007.12.24 |
귀연산우회 2007년 송년의 밤 제 2부 (0) | 2007.12.12 |
귀연 산우회 2007년 송년회 제 1 부 (0) | 2007.12.12 |
태안 기름유출 (0) | 2007.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