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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설악산 가는 길(100대 명산 제 29산) - 자생식물원

 

 

 

 

 

 

 

올해의 휴가는 동해안이다.

다시 돌아 오지 않을 2008 5일간의 자유시간

허리가 꺾이고 금융불안의 우울한 그림자가 드리우는 가을 날에 설악산도 감지덕지 아닌가?

 

마티즈를 타고 가기로 했다.

경차라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막상 고속도로에 올라가니 안정감도 있고 경차의 불안감도 느껴

지지 않았다.

게다가 고속도로 요금도 반값, 기름값도 반값, 공용주차장 주차료도 반값이니 경제난국의 알뜰

휴가를 위한 최적의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마눌의 새차를 뽑고 떠나는 2008년 여행길은 마눌과 속도를 실갱이하며 그렇게 신형 마티즈와

함께 시작되었다.

 

 

 

 

 

 

 

 

 

 

 

 

 

 

오대산 자생 식물원

콘도는 미리 예약이 되어 있으니 가는 길 오대산의 단풍을 둘러 볼 여유가 있다.

2년간 강원도와 설악은 잊었다.

그냥

일망무제의 대청봉에서 바라본 나의 설악세상은 침묵의 바다에 깊이 잠들었다.

잠시의 추억으로라도 떠오르지 않은 채 사해의 적요와 적막 속에 침잠했다.

 

먼저 오대산 가기 전에 오대산 자생식물원에 들렀다.

빛 바랜 오랜 날 앞이 보이지 않게 쏟아지는 비

대자연의 경외 속에 우리 셋만 오롯이 남겨진 그날이 있었다.

벌개미취 가득 핀 들판에서 쏟아지던 폭우는 시간의 저편에 지워지지 않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대자연의 열정과 호기심만으로도 한없이 즐거웠던 우리 기쁜 젊은 날은 빨리도 지나갔다.

하늘 가득 내리던 그 폭우가 지나간 것처럼

 

함께 왔던 막내놈은 벌써 고딩이 되어 다시 이 길을 걷는 건 마눌과 나 둘 뿐이다.

자생식물원  많이도 변했다.

꽃들은 화려한 날을 뒤로하고 쓸쓸히 낙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나비와 벌은 아직 계절 속에

잠들려 하지 않는다.

인간의 손길이 스쳐간 자연이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황산에서  보았다.

자연의 계곡 분지에  가득한 우리 야생 꽃 화원은 늘 우수와 외로움의 옷을 걸치고 수줍음 속에

은둔하던 우리 꽃들에게 생기와 활력을 불어 넣었다.

소박한 아름다움에  순수함으로 더해진 난하지 않는 화려함이여… 

 

바람에 억새가 갈기를 날리고 산릉은 이제 처연한 가을 빛으로 물들어 간다.

들판은 다음 해의 화사한 봄을 위해 기꺼이 여름의 전설을 가을 바람에 묻고 바쁜 아낙들은 여름

동안 만들어진 야생화들의 씨를 털어 내고 있다.

 

마눌 손 잡고 편안한 마음으로 들판 가운데로 난 길을 걸었다.

푸근한 그 길

숨가뿐 열정의 시간을 지나고 이젠 조금은 쓸쓸하고 한가로워 진 내 인생 같은 그 길을  조용

히 걸었다.

다시 올 때쯤 세월은 또 어떤 감상을 준비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