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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소백산 (100대 명산 제 33산)

 

 

 

마눌과 새해 첫 산행

소백의 용트림 하는 능선이 보구 싶었다.

새해 첫날 암울한 덕유 산정에서 순식간에 운무를 걷어내고 찬란하게 빛나던 그 태양처럼

낯익은 세상을 시리도록 아름답게 채색한 흰 눈들과 밝은 태양의 감동을 마눌과 함께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소백으로 가는 길은 멀다.

지난 번 연풍과 괴산, 충주를 지나 찾았던 구담봉

그 길을 따라 더 멀리 속세와 떨어진 길이다.

 

먼 이향의 설레임과 다시 소백에 들어서는 감회가 기대와 기쁨을 풀무질 하는데

계곡을 따라 오르는 내내 몸이 섬뜩해지는 차가운 계곡이 공기가 몸을 잔뜩 움츠리게 만든다.

 

 

 

 

마을 공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식당 앞에 이정표가 선다

우측으로 가면 소백산 비로봉에 올라서고

곧장 가면 늦은맥이와 상월봉 사이의 능선으로 올라서 국망봉을 거쳐 비로봉으로 간다.

어짜피 국망봉과 비로봉을 아우르는 원점산행이지만 비로봉으로 바로 가는 길은 5.1km이고

상월봉 국망봉을 거쳐 비로봉으로 가는 길은 10.5km.

소백산 능선이야 익히 알고 있지만 율전마을에서 오르는 길은 초행길이라 어떨지 잘 모르겠다.

눈이 와서 시간이 발걸음이 늦어지면 오늘의 16km 산행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산 행 일 : 2009 1 3

산 행 지 : 소백산

    한밭 산사랑 산악회

소요시간 : 6시간 15분

 

11:05 : 율전마을 출발

       국망봉 7.4km 비로봉 : 10.5km

13:38 : 늦은맥이재 위 국망봉 근처 능선

14:05 : 식사시간 약 25분 후 출발

14:13 : 국망봉 도착 (늦은맥이재 2.1km)

14:21 : 초암사 갈림길

14:50 : 비로봉 1.6km 이정표

15:07 : 비로봉 0.9.km 이정표

15:22 : 어의곡 하산길 비로봉 400m 전방

15:30 : 비로봉

15:44 : 어의곡 갈림길 리턴 . 어의곡 4.8klm

16:02 : 어의곡 3.8km 이정표

16:07 : 어의곡 3.0km 이정표

17:16 : 들머리 매표소

17:23 : 들머리 비로봉 식당

 

 

 

 

 

 

길은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다.

잠들어 있는 계곡은 무채색이다.

언제 사람이 다닌 적이 있는지 조차 희미한 계곡 길에서 흐르는 물조차 두껍게 얼어 붙은 듯

얼음으로 뒤덮힌 물길은 아무 소리 내지 않는다.

얼어 붙은 물길로 길은 군데군데 끊어지는데 여름철 이 길을 따라 가다보면 발을 적시지 않고 소백에 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걷는 것이 무에 별다를게 있겠냐 만은

바닥에 눈이 좀 쌓이고 앙상한 가지 위에 마른 잎새는 고사하고 눈조차 달아 두지 못하는 황량한 나무숲 사이를 걸어 가는 것은 그다지 재미가 없다.

하지만 이것 저것 바라 볼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아 이러저러한 생각에 잠기거나 동행과 얘기를 나누는 데에는 더 할 나위 없이 괜찮은 길이기도 하다.

 

한참을 지나 멀리 능선이 다가올 듯 보이는데 눈이 점점 더 많이 쌓여 있는 길은 지루하게 계속되고 길은 점점 가파라 진다.

눈 위에 한 줄로 길이 나니 동행을 옆에 두지 못하는 고독한 산행이다.

 

 

 

 

눈덮힌 길이 벌떡 일어나 앉아 있는 급경사를 치고 오르며 허기가 동한다.

눈밭이라 밥을 먹을 곳은 마땅치 않고 중간 평평한 곳 나무등걸에 앉아 마눌과 초코파이를 하나 빼 먹는데 그게 꿀맛이다.

 

음식이란 이렇게 먹어야 살이되고 피가 되는데….

눈이 점점 많아 지고 나무키가 줄어드는 걸 보면 얼추 오긴 온 것 같은데 저 곳만 올라서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데서 번번히 새로운 능선이 나타난다.

몸이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고 등로가 별 재미 없다는 뜻이다.

 

 

 

 

소백산 등줄기에 올랐다.

낯익은 능선이다.

사월의 푸른 초목 빛과 안개에 쌓여 걷던 길

새벽이 깨어나면서 가득한 운무에 쌓인 능선들이 한편의 시처럼 다가오던 그 소백의 새벽길이다.

 

백두대간을 따라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어느 여름날 거친 비바람 속에서 더 후련하던 그 소백.

 

따사로운 태양이 내리쬐는 소백의 능선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단단히 채비를 차리고 만나리라 했던 악명높은 소백의 칼바람은 만나지 못했다.

소백의 눈꽃과 대찬 바람을 만나기 위해 잡은 날인데

 

 

 

 

우리는 능선의 남쪽사면 아래로 좀더 내려가서

풍광 좋고 바람이 없는 양지바른 바위 아래서 허기진 식단을 풀었다.

태양의 위력은 대단하다.

허기야 지금도 적도 어딘가에서 작렬하는 태양아래 굵은 땀을 씻어내는 사람들이 있을 터이다.

 

산님 두 분에게 막걸리를 한 잔 얻어 먹었다.

거친 체력소모 후에 평화로운 산 아래를 굽어보며 먹는 식사는 꿀맛이다.

무사히 첫 번 째 관문을 지나 소백의 능선에 오른 감동과 시장기가 소박한 식단을 진수성찬과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게 만든다.

 

 

 

 

 

북두칠성의 국자 안에 무수한 은하계가 있다고 한다.

태양계란 은하계에 속한 무수한 별들의 집합 중 하나 이다.

지구란 그 속의 하나의 행성이고 난 그 지구의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우주 속에서 나란 존재는 강가의 모래알 보다 작다.

 

하지만 우주의 중심은 내가 있는 곳이다.

내 입장에서 광활한 우주란 나의 피사체 일 뿐이고 우주의 모든 별들은 나를 중심으로 공전한다.

나의 죽음은 우주의 괴멸이다.

내가 행복해야 온 우주가 평화롭고 행복한 것이다.

삶의 의미와 최고선은 나의 행복일 뿐이다.

삶이 행복한가?

 

 

 

 

 

 

 

 

국사봉을 둘러 능선을 가는 길은 뒷동산 길이다.

아래로 내려다 보는 고도감만 아니더라도 내가 소백의 무등을 탄 듯 편안해 지는 길이다.

소백 능선에 업혀 가는 길

 

산을 정복한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점잖게 타이른적 있다.

실제 매스컴에서 그런 표현을 쓰는 사람들을 본 적도 있다.

참으로 건방진 말이다.

가만히 거기 있는 산에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와서는 정복했다고 말한다.

산이 보면 참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김제동은 한술 더떠서 산에 업히러 간다고 했다.

누군가 그랬단다.

산이 얼마나 나이가 많은데 산을 타러 간다는 표현을 쓰냐고 ?

그래서 산에 갈 때는 산에 업히러 간다.”고 말한단다.

 

산에 업히러 간다.”

소백에 서니 그 말이 딱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듯 마음이 푸근하고

산에 가면서 힘든 일 주절주절 이야기하고

불어가는 바람에 맺힌 무언가를 훌훌 털어내기도 한다.

그 위에서 우리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지난한 삶의 위안을 받는다.

 

 

 

 

세월은 참으로 빠르고 인생이란 것은 아쉽기만 하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야 인생을 좀 알 것 같아 지는데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은 이미 아깝게 흘러 갔다.

앞으로만 가는 세월은 지난 시간을 다시 돌려 주는 법이 없다.

가끔씩 온 길을 되돌아 보면 허탈해 진다.

이룬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잠깐 인 듯한 세월이 이리 많이도 흘렀을 줄이야

그래서 누군가 얘기처럼 인생이란 순간순간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건데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모두들 나름 열심히 살지 않겠는가?

인생의 구비구비 마다 우린 무엇엔가 취해 있었고 또 바쁘게 살면서 세월을 고민하느라 세월을 의식할 겨를이 없었다.

늘 시간은 물 흐르듯 우리 곁에 있는 것으로 알았고 소리 없이 떠나는 젊음을 알아채지도 비통

해 하지도 않았다.

아니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거나 추던 춤을 멈출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세상의 이치를 조금 아는 건 나이가 들어야 한다.

인생을 느끼고 되돌아 볼 때쯤 의식하지 못한 세월은 저만치 가 있다.

결국 내비도 이렇게 살다 죽을래….”

이젠 살아온 관성과 늙어간다는 생각이 체념을 낳는다.

열정과 감동을 잃지 않는 것 만큼 소중한 것은 없지만 그걸 간직하기는 쉽지 않다.

 

 

 

지긋한 세월의 고갯마루에서 바라보니 역시 산이 있어서 행복한 인생이었다.

2년 전 대형사고에도 흔들림 없이 시간을 기다렸는데 세월은 벌써 심산으로 난 거친 길을 막아서려 한다.

자꾸 먼 길을 못 떠나게 하려는데 이 엄동설한에 소백으로 가는 마차에 올라 탄 것이 잘한 것인 것 인지 못한 것인지

 

희망이란 늘 기다림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게 하지만 희망이 떠나면 기다림도 따라 간다.

회복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 내 삶의 근원적인 힘이 약해질 것이다.

아직 돌아 볼 세상의 아름다움과 만나야 할 감동과 기쁨이 너무 많이 남아서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마눌과 소백을 돌아 내리면 그 큰 산의 영험한 힘으로 모든 아픔이 사라지고 2009년이 새로운 희망과 기쁨으로  충만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국사봉에서 비로봉 가는 길은 몇 번을 지나 갔지만 능선의 낙차가 그렇게 큰 줄 미처 몰랐다.

늘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새벽과 안개 속을 배회한 날이 많았던 게다.

산행코스를 역방향으로 잡아서 먼저 비로봉에 올랐다가 국사봉 쪽으로 능선을 따라가는 산행길이 훨씬 수월할 듯 싶다.

아마도 국사봉 지나 늦은맥이 가기 전 어은리 하산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역방향 산행을 선택한 모양이다.

 

 

 

 

 

 

오늘 소백은 겨울바람도 쉬는 날이다.

동해에서 불어와 거침없이 능선을 불어가던 바람도 오늘은 차라리 부드럽다.

1500m 고원의 산보 가는 길

빛나는 태양은 눈 위에 부서지고 눈 꽃의 축복이 사라진 능선에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준다.

비로봉이 보이는 흰 빛의 능선을 올라서면서 바람이 드세진다.

거친 듯 허장성세를 보이지만 날 선 바람의 예리함은 찾아볼 수 없다.

패주하는 겨울의 바람처럼 소문과 다른 맥빠진 소백의 바람이다.

 

 

 

  

 

 

 

그래도 1500고지의 바람이니 두건으로 귀와 입을 막고 비로봉에 올랐다.

몇 년 전 죽령에 오를 때 푸른 빛으로 어슴프레 깨어나던 비로봉이다.

비로봉은 늘 새벽과 빗속에서 만난 터라 그 아래 풍경을 제대로 내려다 본 적이 없다.

여기가 한국의 큰 산 소백의 최고봉이다.

심산이 기가 필요할 때 걸어가던 그 길.

 

 

 

 

2009년 새해에는 서두르지 말자

묵묵히 그리고 천천히 가자 .

아까운 세월이라 서둘렀던 지난 시간 속에 빠져 있던 것이 많다.

여유와 관조

세상엔 좀더 시간을 갖고 돌아보고 음미해야 할 것들이 많다.

 

기축년 소의 해

우직하고 고집 세고 겁이 많지만

비상시에는 호랑이와도 맞서는 용맹함으로 고개를 숙이고 뿔은 치켜든 채 조금씩 앞으로 가자.

 

새해에는 경제가 조금더 좋아지고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400m 되돌아와서 어은리 하산 길을 잡았다.

이 길이 생태 숲의 보고라 하는데

자작나무 숲 사이로 흰 눈길이 완만하게 계속된다.

2시간 30분 계속되는 길에서 마눌이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

무리가 아닐터이다.

16km의 먼 눈 길

능선에 오르는 두 시간에 체력소모가 많았고 국사봉에서 비로봉으로 올라치는 낙차 큰 능선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리고 휴지기의 무미건조한 계곡 길을 2시간 30분이나 걸어 내려야 했다.

 

 

 

 

 

 

 

 

 

거친 산행의 마무리에는 푸근한 이동 베이스 캠프가 기다리고 한잔의 막걸리와 그 맛이 푹 우러난 김치찌개가 있어 먼 여정의 쌓인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민주지산 , 소백산, 한국의 대표 산을 이 겨울에 길게 돌아 내렸으니 잠시 겨울 속에 휴식을 취하더라도 역마살이 발사슴하지는 않을 것이다.

뻐근한 허리나 그냥 먼 길을 다녀와서 수고했다는 인사치레로 끝나면 좋겠다.

소백의 기운을 받아 아무리 먼 길을 걸어도 허리는 아무렇지도 않고 다리만 좀 아프면 좋겠다.

4일 후면 벌써 2년이다.

내가 인생 살면서  큰 행복과 부귀영화를 바란 것도 아닌데 가던 길 계속 갈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1대간 9정맥! 추던 춤 계속 추고 싶다.

다음에 소백에 오를 때는 허리통증이 말끔이 사라진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꽃에 취하고 신록에 취하고 싶다. 

 

 

 

 

 이혼한 부부

 브래드피트의 졸리와 결혼전  전부인

 행복하기 위해 이혼한 두사람은 원하던 것을 얻었을까?

 인생이란 늘 무언가를 얻기위해 무언가를 잃어야하는 것

 전적으로 잃기만 하는 법이 없음을 알고나면

 살아감이 좀더 가벼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