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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펌)

뱀 이야기

 

2009년 6월 19일 동아 일보


 

■뱀이 귀띔하는 ‘나의 비밀’
, 오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소개

《“쉬리릭.” 기다란 뱀이 땅 위로 빠르게 미끄러진다.

‘취릿’ 소리를 내며 혀를 날름거린다. 날카로운 이빨에 콱 물릴 것만 같다. 미국의 온라인 과학전문지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은 최근 뱀에 관해 새로 밝혀진 몇 가지 오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했다.

공포물의 단골손님인 뱀이 직접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겠다며 인간에게 말을 걸어왔다. 》

○ 방울뱀, 새끼 먹는 ‘엽기모()’

난 지구상에 약 3100종이 알려져 있어. 이 중에는 ‘엽기적인’ 녀석도 많단다. 엄마 방울뱀은 한 번에 5∼20마리의 새끼를 낳아. 그런데 죽은 새끼가 있으면 엄마 뱀이 먹어버리곤 해. 임신 기간에 바닥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야. 번식 전 몸에 지방을 가득 쌓아놔도 새끼를 낳으면 20∼30%까지 떨어져. 사냥을 하기도 쉽지 않고 굶어죽을 위험도 있단다.
인간이 만드는 과학학술지 ‘동물행동저널’ 1월호에 이런 내용을 발표한 스페인 그라나다대 연구팀이 따져봤더니 엄마 방울뱀 가운데 68%가 죽은 새끼를 먹는대. 사실 방울뱀만 그런 건 아냐. 햄스터와 늑대거미, 그리고 북극곰도 죽은 자신의 새끼를 먹어.

동족을 먹는 녀석도 있지. 몸길이는 1∼2m밖에 안 되는데 자기보다 큰 뱀을 잡아먹어서 왕뱀이라는 이름이 붙었어. 어떻게 그렇게 입을 크게 벌리느냐고? 너희 인간은 위턱뼈가 두개골에 붙어 있지만 우리 뱀은 위턱뼈의 근육과 힘줄이 두개골에 연결돼 있거든. 게다가 아래턱 중간도 갈라져 있어 좌우로 크게 벌릴 수 있어. 먹이를 통째로 삼켜 뼈까지 소화시키는 녀석도 있어. 버마비단뱀이라고 불리는 놈이야. 무지막지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칼슘을 보충하기 위해서란다.

○ 코브라, 60cm 백발백중 ‘명사수’

피리 장단에 춤추는 코브라 알지? 사실 코브라는 명사수야. 적의 눈을 향해 독을 최대 2m까지 내뿜을 수 있어. 60cm 안에서는 백발백중이지. 노하우가 뭔지 알아? 미국 매사추세츠대 연구진이 ‘생리 및 생화학 동물학회지’ 1월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브라가 독을 내뿜을 때 한 줄기가 아니라 스프레이처럼 여러 줄기로 흩뿌린다는 거야. 머리와 목 근육을 상하좌우로 움직여 독을 쏘는 셈이지. 그래야 목표물의 눈에 맞힐 확률이 높아지거든. 하늘을 나는 녀석도 있어. 황금나무뱀은 무려 100m나 날 수 있지.

이 친구의 몸길이는 약 1m인데, 뛰기 전 몸 안의 갈비뼈를 쭉 편 다음 배 부분을 약간 오목하게 만들어. 그 다음 점프를 하는 거야. 공중에선 몸을 S자로 만들고 지그재그로 움직이지. 이렇게 해야 몸이 땅과 수평이 돼서 공중에서 오래 버틸 수 있거든.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이 무려 8년간 연구해서 2005년 5월 ‘실험생물학저널’에 황금나무뱀의 점프 비법을 소개했지.

황금나무뱀이 왜 비행을 하는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아. 이 뱀이 나무에서 살기 때문에 땅으로 내려가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그럴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야.

○ 그물무늬왕뱀, 토끼 다섯 마리가 석 달 치 식사

너희 사람은 물만 마시고 한 달을 견디기 힘들다며? 우리 뱀은 안 그래. 서부다이아몬드방울뱀이나 볼비단구렁이는 6개월 동안 먹이를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어. 미국 아칸소대 연구진이 2007년 9월 ‘동물학저널’에 그 비밀을 밝혔는데 몸이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뜻하는 기초대사율을 평소의 72% 수준까지 떨어뜨리기 때문이래.

그물무늬왕뱀은 겨울이 다가오면 아예 토끼 다섯 마리를 한번에 먹은 뒤 석 달 동안 아무것도 안 먹어. 기온이 15도 아래로 떨어지면 아예 먹지를 않아. 먹어도 소화를 시킬 수 없거든. 우리는 변온동물이라 환경에 따라 체온이 바뀌는데 이 정도 온도에서는 소화효소가 제 기능을 못해. 먹이를 토해내지 못하면 안에서 썩을 수도 있어.

참, 우리 중에 키가 10cm밖에 안 되는 녀석이 있는 건 알아? 이 녀석도 뱀이야. 지난해 8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이 멕시코 중남부 카리브 해 바베이도스 지역에서 발견했어.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지렁이와 헷갈려. 연구진은 먹이가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다 보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집이 확 줄었을 것이라고 말한대.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도움말 주신 분: 송재영 국립공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심재한 한국양서파충류생태연구소 소장, 임정균 서울동물원 사육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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