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2일 부여 궁남지
욕망이여 입을 더 크게 벌려라
네 목안에 숨겨진 아름다움 내가 찾아 내리라!
2009년 7월 12일 일요일
가뭄으로 걱정한지가 얼마 전 인데
이젠 온통 물난리라고 아우성이다.
늘 사는 게 그렇다.
어제 회사 한마음 교육을 다녀오고 오늘 궁남지 연 꽃을 보렸더니
아침부터 장마비가 세차게 내린다.
집에 우두커니 있으면 또 뭐하나?
나의 소중한 하루는 모래시계처럼 흘러내리고
궁남지 연꽃은 주말이면 시들어 갈텐데…
400년 백제의 영화가 바람에 흩어지고
망국의 수심이 연 꽃에 가녀린 주름으로 남았다.
오늘도 나의 날들은 시들어 가고 있는 중이라면
태어나고부터 죽을 날은 점점 가까워 지는 거라면
비오는 날 날궃이 한 번 해본들 어떠랴?
우산을 썼지만 바람은 세차고
비는 사선으로 내린다.
우리가 가릴 수 있는 것 허리 위
마치 오늘은 망국의 한이 서러워 우는 날이기라도 한 듯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마저 잃어버린 제국의 땅에서 내 몰려는 듯
비는 점점 세차게 내리고 바람은 소리 내어 운다.
연꽃은 잠자코 앉아 아픈 세월의 비를 묵묵히 긋는다.
우비를 입고 마치 아기를 강보에 싸듯 큰 카메라를 칭칭동여맨 사람들은
서둘러 떠나고
웬만하면 버티려던 우리도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그 짧은 시간에 바지는 다 젖고 신발은 개구리 울움을 낸다.
더 오래 있을 수도 없다.
반바지 입고 나들이 나선 마눌은 너무 추울 것이고
바지가 다 젖은 나는 장마의 꿉꿉함을 달고 다녀야 한다.
돌아 오는 길에 비는 앞이 안보일 정도로 퍼붓고
내 차가 튀겨 올리는 물창에 핸들은 화들짝 놀라고
반대 차선 물벼락에 나도 화들짝 놀라고
그래도 말할 수 있었다.
비오는 궁남지가 낭만적이고
물벼락이 쏟아지는 날의 드라이브는 카타르시스라고….
이 비에 연 꽃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말없이 꽃잎을 떨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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