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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행

갈기산 2009년 7월

 

 

 

 

마눌을 채근해서 갈기산에 갔다.

갈기산에 간 몇 가지 이유.

 

토요일 좋친들과의 갈기산 산행이 무산되었다.

비온 후 맑은 하늘아래  바라보는 갈기산 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조용한 계곡에 물이 불었으니 염천 산행 후 내밀한 알탕은 올가즘이다.

 

 

 

 

 

 

일찍 나선다고 10시에 나서긴 했는데 11 30분쯤 들머리에 도착했다.

작은 주차장에 꽉 들어찬 승용차에 구미 버스까지 몇 대 주차되어 있는 걸 보면 갈기산의 진가를 알아가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증거

한적한 여행길이 소란스러워지면 안 되는데….”

 

예상한대로 마눌은 비교적 가파른 오름 길에서 휘청이는 오후를 맞닥뜨리며 고난의 행로를 감수해야 했다.

유럽여행으로 바뀌어버린 신체리듬으로 40대 명산 주유에 빛나는 마눌은 고작 변방의 이름없는 산 길에서 갈팡거리고 있다.

날은 무더웠고 으레 그러하듯 오름 길 산등성이에서 시원한 산바람은 출장 중이다.

 

가는 길 공무원들의 낯간지러운 비책(?)이 무더위에 실소를 자아낸다.

적정 거리마다 나무등걸에 매달린 콜라병 3

거기엔 큼지막한 글씨로 방화수 라고 씌여 있다.

불이 나면 부리나케 달려와 군데군데 준비한 세 병의 물로 화재를 초기 진압한다.

그래 그게 부족하면 아이 때처럼 오줌 이라도 누면 되겠네....

유비무환  우리 공무원님 만세…’

 

 

 

 

 

  

 

 

 

 

 

다리쉼을 하자는 마눌을 몰아서 전망바위로 갔다.

햇빛은 구름 사이를 오락가락하는데 하늘 빛은 지난 봄처럼 그렇게 맑고 푸르지 않다.

금강물은 많이 불어서 흙탕물이고 눈 닿는 곳은 푸른 산이 마치 한 덩어리인 듯 멀리

까지 푸른 주름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방이 트인 성곽 같은 능선 길에서 바람이 다시 돌아왔다.

바람의 위로와 도열한 노송의 환영을 받으며 우리는 번잡한 도심의 가까이에서 마치 속세와

유리되고 고립된 것 같은 호젓함으로 그 길을 걸었다.

계곡에선 낮게 깔리는 감미로운 전원교향곡의 리듬 속에 무성한 숲의 향기가 느껴졌다.

 

 

 

 

 

 

 

 

 

우리가 지나가는 길엔 생각보다 산객이 적었다.

구미 산악회는 월영산에서 갈기산 까지 종주산행을 하는 모양이다.

계곡의 상부에는 3명의 산객이 물가에 휴식하고 있고 우리보다 먼저 가던 부부산님들은 계곡

중간 쯤에서 발을 담그고 있다.

 

 

 

 

우린 한참을 더 내려가다 나만의 은밀한 소에서 뜨거운 한여름의 열기와 삶의 독소를 씯어냈다.

마눌은 좀 떨어진 곳에서 망을 보고 ….

그 날아갈 것 같은 상쾌함이라니

얼음장 같은 서슬로 온몸을 소스라치게 했던 차가운 계곡물은 점차 부드러워 지더니 역설적인 열기마저 느끼게 해 주었다.

마치 어떤 의미 있는 의식이라도 되는 듯이 그 단순한 유희로 몸은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 지고

마음은 기쁨으로 넘쳐난다.

믈심일여로 대자연에 합일되는 것 같은 느낌

대자연의 세례로 정화되고 경건해진 느낌

상류 계곡에 노닐던 산님들은 숨겨진 계곡 아래 우리를 보지 못하고 말없이 사라져 갔다.

아래로 내려 갈수록 계곡이 물이 불어 제법 탕탕한 소리를 내는 물길을 따라 우리도 여유롭게  흘러내렸다.

 

 

 

물 속에서  본 씽크로나이즈

 

 

 

 

옷을 짜서 입었는데 계곡을 내려서자 7월의 태양에 옷이 금새 마른다.

탐나는 넓다란 농장 밭에서는 수풀 속에서 토종 닭이 모이를 찾고 있다.

 

우리는 추부에 들러 추어탕으로 늦은 식사를 했다.

골목추어탕 집에 둘러 쌓여 고립된 섬처럼 남아 있는 둥구나무 집에서

 

장마가 잠시 물러 간 날의 즐거운 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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