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봄이야
지구촌 곳곳이 지진으로 갈라지더니
화산이 폭발하고
철선마저 쪼개지네
어느날 화창한 봄인 듯 하다가
박모의 서글픔 뒤로 처연히 불어가는 삭 바람에 꽃 몽오리를 펼칠 엄두도 못내고
이빨을 부다닥 거리는 철쭉을 보았네
바람과 비가 많아지더니
일도 많아지는 봄이야
아니 어쩌면 이미 잃어버린 봄인지도 모르지
황금의 휴일
그 기막힌 틈새의 화창한 날인데
난 산 친구들과 도장산으로 갈 수가 없네
참으로 아까운 일이야
수 많은 날들 중에 우리가 허구헌날 잃어버리고 사는 느낌표와 감탄사를 찾을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은데 그 소중한 시간에도 난 눈부신 봄 빛 속으로 떠날 수가 없군
사라진 토요일 뒤로 내게 주어진 자유란 일요일 오전 11시 까지야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지…
언젠가 잃어버린 느낌표라도 찾을 수 있는 곳
결국은 또 거기야
그렇게 뻔질나게 안방처럼 드나들다가 그 사단이 나고도
포기하지 못하는 곳
정해진 시간에 휑하니 댕겨올 수 있는 곳
조금은 뻐근하고
갈증은 해소되면서 반쯤은 채워진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곳
이향의 설레임과 가지 않은 세상의 기대는 사라졌어도 혼자의 황홀한 고독과 타인과 나눌 일
없이 눈부신 봄을 마음껏 욕심 낼 수 있는 길
계룡 산신령님 또 심술 부리진 않으시겠지?
4시 30분에 행장을 꾸리고 4시 50분 출발
오늘은 황적봉-쌀개봉-관음봉- 쌀개봉-삼불봉-남매탑-큰배재-하산
혹시나 단속 뜨면 체면불구 가차없이 토끼된다.(토낀다).
컴컴한 산길을 오르고 싶지 않아 희미하게 동터오는 시간에 철문을 넘다.
철망을 걷어내고 철책을 새로 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월담
말도 안돼
6시도 안되어 떠오르는 이 눈부신 아침 태양은
배도 고프고 진달래에 떨어지는 황금 빛 햇살이 너무 고와서
진달래를 마구 따먹어 보았지
인적 없는 조용한 황적능선이 온통 내세상이야
가슴을 찌르는 이 신선한 새벽 공기 까지…
탁월한 선택이었어
떠나지 못한 게 후회되는 날이 있어도
떠나서 후회한 날은 한 번도 없지 아마?
이곳은 멋진 자연공원이야
아직 붉은 햇살은 수줍은 진달래 꽃 위에 쏟아지고
공존의 어울림이 있어 더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길
철쭉만 남은 황매산과 제암산의 화려함보다
참나무와 소나무와 진달래가 어울려 사는 곳
진달래가 환영해 마지 않는 그 화사한 봄 길을 걸어가는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
함께 어울림도 좋지만 혼자 있으면 정말 편해
세상에 나보다 더 죽이 잘 맞는 놈 또 있을까?
때론 보일 듯 조용히 미소 짓는 얌전한 모나리자도
이렇게 춤추고 싶을 때가 있지
막춤 & 봄춤
걸어 온 길이 아득하지
구비구비 휘어지고 때론 떨어졌다 다시 솟구치며 흘러가는 내 인생처럼
잠깐 걸어온 길이야
꿈인 듯 아득한 내 지나온 인생 길처럼 지나고 나면 너무 짧은 길
절벽지대에서 지난 번에는 로프가 끊어져 있어서 애먹었는데
오늘은 누군가 A급 로프를 달아 놓았네
나보다 더 이 길을 좋아하는 사람
그 절벽에서 늘 누군가를 기다리기만 하는 소나무 한 그루 있지
마치 기다림이 기쁨인 것처럼
모를 일이야 나무가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밤인지 새벽인지 ?
가슴을 적셔주는 이슬인지 산의 눈물을 닦아주는 아침 햇살인지
아니면 슬픔을 걷어가는 바람인지 희망을 몰고 오는 바람인지
내가 좋아 하는 곳
반석의 쉼터에서 새벽바람을 맞았어
내 사는 곳 한 발자국 거리에서 이렇게 속세와 유리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곳
관음봉으로 건너 갈 때 까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가지를 털고 불어가는 조용한 새벽바람 소리
낙엽 바스락 거리는 소리
그런 소리 밖에 들을 수 없는 호젓한 산길
나는 여전히 무릉객이고
오늘은 이곳이 무릉도원일세
웃음이 나네
새벽 같이 이 광할한 나의 영지를 돌아보는 뿌듯함에
그래서 칭찬 한 번 해 주었지…
넌 정말 멋진 놈이야 …
다치고도 보란 듯이 일어나고 .
아파도 웃을 수 있는 놈
세월과 산을 스승으로 두고
시간이란 절친한 친구를 갖고 있는 꽤 괜찮은 놈
정말 멋진 곳에 전원 레스또랑이 있지
절벽 난간에 청솔이 비스듬히 누워 있고
먼 산아래 절이 보이는 곳
나만을 위한 정원에서 나와 함께 식사를 하네
대자연의 풀서비스를 받으며 ….
봄처녀의 우아한 미소
맑고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바람
감미롭고 아름다운 선률의 전원 교향곡
멀리 바라 보았던 천황봉이 코 앞이야
인생의 진리와 깨우침이 그것이야
위대한 인류의 역사도 한 발의 발걸음에서 시작되었듯이 ….
또 절벽이야
쌀개봉지나 관음봉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
거긴 늘 로프가 없어
요즘은 절벽에 위태롭게 붙은 흙이 많이도 떨어져 내려서 더 삭막해 졌군
안병재 원장이 그랬지
21세기는 개미형 인재가 아니라 거미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죽도록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적네트워크로 그물막을 쳐놓고 길목을 지키는 사람
이 길에서도 맞는 말 같아
절벽에서는 개미처럼 날리면 안되지
스파이더 맨처럼 절벽에 찰싹 달라붙어 내려가야 해
접때 그 청솔모
인석은 지난 주에도 그곳에서 날보고 사진찍으라 포즈를 취하더니
오늘도 도 또 나와 까부네
도대체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는 거여?
관음봉에서 처음 사람을 보았네
아직 태양의 붉은기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이라
자연성릉엔 사람이 별로 없고
겨울에 흰 눈을 뒤집어 썼던 청솔들이 시나브로 산으로 오르는 봄에
반갑게 인사하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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