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기산 짜구 산행

 

 

요즘 날씨가 장난이 아니네

지구 한 쪽은 물난리에 폭염에 난리고

다른 쪽은 폭설과 한파에 가축들이 죽어 나가고…

혹시 마야인이 경고한 2012년 지구의 종말의 서곡은 아니겠지?

 

수많은 사람들이 폭염에 졸도하고 물놀이하다 사망했다는 흉흉한 뉴스 속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있지

크리스마스가 다가 온다는 거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은 어딘가에서 열쓈히 걸어오고 있는 중이야

메리 크리스마스 !

 

살아감이 시들해지고 단조로운 일상이 지루해 질 때

사람들은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하지

충전? 무식한 넘들!

사람은 로보트가 아닌겨.

우린 그걸 유식한 말로 삶의 여백이라 불러

지화자!

돈 엄청 많은 워렌버핏 할아버지가 말했지?

“ 성공은 원하는 것을 갖는 것이고 행복은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다”라고

내가 어느 무더운 휴일의 강바람과 여유로운 망중한을 원했으니 난 성공했고

그 바람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에 만족했으니 행복했네 그랴!

 

한 시간만 맨살로 싸돌아 다니면 넙적다리가 스테이크 rare 정도는 너끈이 되는  

이 염천시하에 하루종일 산을 타야 한다는 법칙은 어디에도 없어

그렇다구 집 나가면 개고생 한다고 아얘 나가지 않는다구?

왜사냐…

어짜피 갈거 더운데 일찍 가고 말지…

 

우리가 기다리는 계절의 변화처럼

새로운 의욕과 활력을 위해 필요한 건 삶의 작은 변화로도 족할 수 있지

흔쾌한 일탈로 하루 삶의 디자인 한 번 바꿔 보는 것

폭염으로 나른해진 몸에 원기보양을 통해 다시 신체리듬을 회복시키는 것

 

그래서 귀연이 진짜로 솥단지 두 개 걸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잡상인도 아니고 기회는 찬스라 많은 사람이 꼬리를 잡았는데

정작 산에 오르는 사람이 많지는 않더군

야외 셋팅 및 조리에 무뢰한이면서 퍼질러 앉은 사람도 몇몇 있었지

 

하산 길에 긴급 무전이 타전되더군

“빨리들 오시오 … 양반곰이 개고기 반도 더 먹었어”

아뿔사 왜 양반곰을 거기 남기고 온 거야 !

 

그래도 괜찮아

우린 짧은시간 쌈박하게 제대로 땀을 흘렸지

멋진 풍경과 말없이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보면서….

구비치는 금강 그리고 구름

아무도 없는 노천 독탕에서 씻어 낸 것은 땀 뿐이 아니었어

세상에서 뒤집어 쓴 지저분한  오물들

쓸데없는 생각들

내 몸에 붙어 있는 삶의 찌꺼기들과 찌뿌둥한 기운 까지…

 

누가 끓였는지 개고기 수육맛 죽이데

정구지(부추) 가득한 진국 국물까지….

양반곰이 너무 먹어 양이 조금 부족 했다지만

그래도 엄청 먹었어

소변볼 때 다리가 들리도록…

삼겹살도 먹고 백숙도 먹었어

수박도 먹고 복숭아도 먹었어

근데 돼지껍데기는 못 먹었어

배가 너무 불러서…

 

누가 그랬지 변화를 즐겨라.

글구 아버지가 말하셨어

“인생을 즐겨라.”

인생의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방법이 세가지 쯤 있을까?

뱃전에 기대어 흘러가는 강둑의 현란한 풍경의 변화를 감상하거나 

배 안에 누워 잠을 자 거나

흔들리는 배 안에서 고스톱을 치거나.

 

자유가 있어서 좋은 세상이긴 하지

우리가 발을 담그는 강물이 예전의 강물이 아니듯

변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을 것 같지 않아?

 

부인할 수 없군

여러 사람들의 수고로움 때문에 즐거운 시간이었음을

새로운 시도로 귀연에 활력을 불어넣고 늘 모객을 위해 노심초사 하시는 회장님

많은 사람의 먹거리를 위해 집에서 양념이며 재료를 준비해 주신 분들

일정을 조율하고 사전준비와 치닥거리에 고생하신 총무팀

등산도 팽개치고 멋진 식탁을 위해 애쓰신 분들

십시일반으로 정을 함께 나누어 적자를 모면하게 해주신 사람들

그리고 참가해서 함께 즐거움을 니누고 맛있게 먹어주신 산님들

모두 복 받을 거야

 

 

불쌍한 내 위장

다 좋았는데 그넘만 생고생 했네

술에 고기에 과일에….

그리고 자매식당 연장근무 까지

귀연의 대단한 식성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음

그렇게 먹구 식당에서 또 술과 고기 먹더군

대패 삽겹살에 돼지 두루치기

항복!

 

이거 다음부터 이름 바꿔야해

보신산행이 아니야

짜구산행

 

이럴거면 애초에 물가에서 더 놀구 올걸 그랬어

피 같은 돼지 껍데기도 많이 남았구

산용님과 칸님이 배딴 물고기 매운탕도 남았는데….

(난 도저히 못 견디고 중간에 도망 나왔음 …)

 

 

아쨌든 새로운 걸 많이 보구 만났던 하루였어

정말 뜨거웠던 태양

흐르는 강물

시원한 계곡의 사람들

요리의 달인들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귀연의 젊은 피들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

술 겁나게 마시고 말짱한 사람들

 

즐거운 하루였수

오늘의 삶의 여유와 여백으로 살아감이 조금은 더 가벼워 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