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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착착 감기는 숙성한우 드셔봤나요?

황교익의 味食生活]

입에 착착 감기는 숙성한우 드셔봤나요?
한우고기 최고의 맛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천현한우’의 숙성육. 막 꺼내 육색이 짙은데 공기 중에 조금 두면 선홍색으로 바뀐다.

‘한우고기도 숙성시켜서 먹어야 한다.’

10여 년 전부터 이 주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요즘 강남에서 수입 숙성육(드라이 에이징)을 파는 스테이크 집이 인기라고 한다. 그 덕에 숙성육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발 빠른 한 외식 기자재 업체에서 식당용 ‘숙성냉장고’를 출시할 정도다. 그러나 외국에서 하면 맞는 것이고 한국에서 하면 “비전문가의 소리이거니” 하는 습성은 여전하다.

쇠고기를 일정 기간 보관하면 카텝신이라는 자체 효소의 작용으로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새로운 맛이 더해지는데, 이를 숙성이라 한다. 쇠고기 숙성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쇠고기를 진공포장 숙성시키는 ‘웨트 에이징’과 공기 중에 노출해 숙성시키는 ‘드라이 에이징’이다. 드라이 에이징이 더 맛있게 숙성된다고 하지만, 쇠고기의 손실이 많고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어려워 대부분 웨트 에이징을 한다.

사실 한국에서는 드라이든 웨트든 숙성이라는 것 자체가 낯설다. 한국 사람은 무엇이든 ‘막 잡은 싱싱한 것’을 맛있는 것으로 친다. 이건 기분의 문제일 뿐이지,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고기는 물론 생선도 일정한 시간 숙성시켜야 맛있다.

한우고기는 외국의 쇠고기에 비해 확실히 맛있다. 쇠고기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올레인산의 함량이다. 올레인산이 많으면 고기 특유의 감칠맛이 강하고 그렇지 못하면 싱거운 맛이 난다. 지방산 중 올레인산의 비율을 보면 한우는 48%인 데 비해 미국산은 42%, 호주산은 32%, 뉴질랜드산은 31% 정도가 들어 있다.

맛은 미세한 함량 차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설탕과 소금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도 단맛과 짠맛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 그 이치다. 따라서 올레인산 1~2%포인트의 차이가 맛에서는 큰 차이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맛있는 한우고기가 외국의 쇠고기에 밀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숙성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급 호텔의 두툼한 스테이크가 수입 쇠고기임에도 부드럽고 깊은 육향을 내는 것은 다 숙성 덕분이다. 그러면 왜 한우고기는 숙성육으로 유통되지 않는 것일까. 가공과 유통에 드는 비용 때문이다. 숙성 과정에서 미생물에 오염되면 매우 짧은 시간만 숙성이 되고 이후부터는 부패한다. 따라서 숙성에는 도축, 발골(發骨), 포장, 유통 등 모든 단계에서의 미생물 오염 방지가 중요하다. 부패를 방지하면서 숙성시키기 위해서는 저온숙성 기술이 있어야 하며, 미생물 오염을 막고 지방의 산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진공포장 기술이 필요하다. 또 상당량의 쇠고기를 저장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한우가 생고기로도 비싸게 잘 팔리니 축산사업자들이 이런 부담을 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숙성 한우고기가 귀한 것이다.

한우 숙성육을 내는 믿을 만한 식당 두 곳이 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천현한우’(031-763-5762~3)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한우 숙성육을 낸 곳이다. 식당을 하면서 한우 목장도 운영한다. 여러 사람에게 이 집을 소개했는데, 특히 서양인들이 “최고의 쇠고기를 맛봤다”며 칭찬했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웃었다. ‘같은 숙성이라도 그건 한우야’라면서.

전북 정읍의 ‘행복하누’(1577-8531)는 한우 1000여 마리를 키우면서 식당도 운영한다. 총체보리를 먹이며 무항생제로 친환경 축산을 실현하고 있는 목장이다. 숙성육을 낸 지는 3년 정도 됐다. 다루는 고기 양이 많다 보니 숙성 노하우가 상당 수준에 있다. 총체보리를 먹인 소는 육향이 진한 편인데, 숙성이 그 맛을 깊게 한다.

두 곳 다 20일 정도 숙성된 한우고기를 낸다. 숙성시키면 등심만 맛있는 것이 아니다. 부위별로 맛이 확연히 다르면서도 맛있다. 모둠으로 맛보기를 권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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