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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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의 후반부는 이렇게 이어진다. '그들은 마침내 작아졌다/ 우습지 않을 때 가장 크게 웃을 줄 알고/…기쁜 일은 깊숙이 숨겨둘 줄 알고/ 모든 분노를 적절하게 계산할 줄 알고/…아무도 묻지 않는 의문은 생각하지 않을 줄 알고/…그렇다/ 그들은 충분히 작아졌다. '
나이 들수록 작아지기만 하는 사내들의 슬픔인가. '2010 한국인의 행복지수' 조사 결과 40대 남자의 행복감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성취 · 성격 · 건강 등 개인적 측면과 인간관계를 비롯한 사회적 측면 모두 불만스럽고 따라서 삶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그렇다는 것이다.
왜 아니랴.남자 나이 마흔이 넘으면 도리없이 아저씨다. 야근과 회식에 시달리다 보니 몸은 전 같지 않은데다 꿈은 사라지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잘나가는 친구에 비하면 초라하기만 한 모습은 스스로도 싫은데 내색할 곳은 없다.
불안과 두려움을 숨기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느라 말도 못하고 끙끙거린다. 스트레스를 해소하자면 운동이나 산책 같은 신체적 심리적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여가활동을 해야 한다는데 필요성은 알지만 막상 시간 내기는 쉽지 않다. 의욕은 여전하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니 자신도 모르는 새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지기 십상이다. 남자 40대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암에 이어 2위라는 끔찍한 통계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닌 셈이다.
그러나 행복해지자면 억지로라도 웃어야 한다고 한다. 40대가 되면 여자보다 잘나야 한다거나 남자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외롭고 당황스러운 나머지 변화를 부정하거나 일탈의 유혹에 빠지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웩슬러는 '관계의 심리학'에서 중년은 최악의 시기지만 최상의 시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가능성과 잠재력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지 말고 기대를 낮춘 다음 가족 및 주위사람들과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애쓰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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