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오름 인근에 전시·영상체험관 갖춰 … 2012년 완공
세계자연유산센터는 부지 3만9789㎡에 지상 1층, 지하 1층, 건축연면적 7335㎡ 규모로 지어진다. 291억원을 들여 2012년 6월 완공할 예정이다. 센터에는 홍보전시관·영상체험관과 교육·연구실, 국제기구 사무실 등이 마련된다.
전시관과 영상체험관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제주의 숨겨진 풍경, 화산섬 제주도와 한라산의 탄생 과정 등을 보여준다. 한라산과 용암동굴의 지질구조, 지형 특성 등을 실제 모습에 가깝게 재현하는 등 다양한 화면으로 제주의 세계자연유산을 재구성한다.
유네스코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벵뒤굴·만장굴·김녕굴·용천동굴·당처물동굴), 성산일출봉 응회구를 2007년 6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을 붙여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양성철 기자
2010.08.27 00:13 입력 / 2010.08.27 00:13 수정
순천만의 일몰. [중앙포토] | |
옐로나이프 도심에서 30㎞쯤 벗어난 설원 위에 오로라 빌리지라는 관측시설이 있었습니다. 특이 시설은 아닙니다. 원주민이 사용하던 텐트를 개조해 난방시설을 들여놓고 따뜻한 음료 따위를 제공하는 게 전부입니다.
밤바다 오로라를 지켜보다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오로라 빌리지에서 잠을 잘 수 없는 겁니다.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만 오로라 빌리지는 문을 열었습니다. 숙박시설을 운영하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을 텐데, 오로라 빌리지는 저녁마다 옐로나이프 시내에서 전용버스로 손님을 실어나르는 수고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옐로나이프가 속한 노스웨스트주(州)의 게리 르프리어 관광청장을 인터뷰했을 때입니다. 르프리어 관광청장은 “오로라 빌리지 같은 설원지대의 관광시설은 법률에 의해 24시간 이내에 철거 가능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관련 법규 때문에 관광객이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도 잘 알지만 우리는 자연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생태관광은 자연 속으로 한발짝 더 들어가서 생명의 숨결을 느끼는 것이다. 제주 거문오름 제2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부대오름(중앙)과 민오름(오른쪽 뒤). | |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도 있고, 람사르 습지도 14곳이나 됩니다. DMZ 지역은 전 세계 환경단체가 주목하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며, 천수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가창오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관측할 수 있는 명당입니다. 순천만은 생태관광의 모범답안을 제시합니다. 2002년까지만 해도 간척지 논에 불과했던 갯벌을 습지로 복원한 덕분에 겨울마다 대표적인 두루미 도래지가 됐습니다. 순천시는 순천만으로 인하여 2007년 현재 탐방객 180만 명을 유치했고, 직접 경제효과만 71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생태관광이 화두입니다. week&이 오늘부터 6개월간 ‘자연 나들이’ 집중기획을 선보이는 이유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전국의 생태관광 명소를 둘러보고, 생태관광 체험단을 모아 독자 여러분을 모실 예정입니다.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배운 게 있습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다고 해서 모두 생태관광의 명소가 되는 건 아니란 사실입니다. 생태관광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그 일에 week&이 동참합니다.
368개 오름 중에 왜 여기만 세계자연유산일까
- 제주도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은 모두 세 곳이다.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그리고 거문오름이다.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 한참 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명승지였다. 한데 거문오름은 아직 낯설다. 제주도에 있는 오름(기생화산) 368개 중에서 거문오름만 세계자연유산으로 뽑힌 이유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week&이 집중 기획 ‘자연 나들이’ 첫 번째 순서로 거문오름을 다녀온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거문오름이 간직한 가치를 알고 싶었고, 거문오름에 배어 있다는 태고적 비밀이 궁금했다. 그 가치와 비밀을 찾아 거문오름을 올랐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맹하의 한낮이었다.
글=손민호 기자(ploveson@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거문오름 분화구 내부를 걷다 보면 수시로 만나는 곶자왈. 바위 위에 뿌리를 내려 곶자왈의 나무는 늘 휘어져 있거나 가늘다.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 |
거문오름 정상코스 제1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제주 중산간지역 모습. 사진 아래 짙푸른 녹음이 거문오름 능선이다.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 |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모두 자연유산 해설사 코스를 이수한 전문가입니다. 거문오름을 둘러싼 역사는 물론이고, 온갖 꽃과 나무 이름, 지질학적 현상까지 공부를 마쳤습니다. 외국어가 되는 해설사도 여럿입니다.”
용암협곡에 내려가서.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 |
“용암협곡입니다. 제주에서 가장 긴 용암협곡입니다. 거문오름 굼부리(분화구)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협곡을 따라 14㎞ 떨어진 용암동굴 지대까지 흘러 내려갔습니다.”
바로 여기가 거문오름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된 증거가 되는 장소다. 화산 폭발로 거문오름이 생겼고,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으로 만장굴·김녕굴·용천동굴도 생겼다. 그러니까 거문오름은 제주 용암동굴의 자궁이다. 김 이장이 협곡 바위에 맺힌 이슬방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나오는 물은 30년 전의 물입니다. 오랜 세월 땅 속에 스며 있다가 해안에 가까워지면 물이 이렇게 지상으로 나옵니다. 제주도 물이 특별히 좋은 이유입니다.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지요.”
이끼 천국인 거문오름 내부.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 |
“곶자왈이어서 그럽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곶자왈을 제주도의 원시림 정도로 설명합니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자갈을 뜻하는 ‘자왈’이 합해진 말입니다. 그러니까 자갈 더미 숲이란 뜻이지요. 저기 보세요. 죄다 자갈밭이잖습니까. 그 돌 위에 흙이 덮였고 그 흙 위를 지금 걷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있는 돌은 물론 화산 폭발로 인해 생겼지요.”
김 이장이 가리킨 곳은 온통 바위투성이였다. 놀라운 건 그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들이었다.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릴 수 없어 여기의 나무 뿌리는 바위를 감싸고 있거나 흙 위에 드러나 있었다. 일부러 조성한 삼나무가 아니면, 곶자왈의 나무는 한결같이 기울어져 있거나 굴곡이 심했다. 김 이장은 “다른 데에서 1년이면 자라는 나무의 키가 여기에선 3년이나 걸린다”고 덧붙였다.
풍혈도 있었다. 바람구멍이라고 해서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엔 따뜻한 바람이 바위 사이에서 나오는 지형이다. 풍혈 입구는 사시사철 기온 11도를 유지한다. 뭍에도 풍혈로 유명한 지역이 몇 군데 있는데, 모두 화산 활동과 관련이 있다. 35m 깊이의 수직동굴, 용암과 함께 분출됐다가 바위에 그대로 박힌 화산탄도 거문오름에서만 볼 수 있는 화산 지형이다.
일본군 동굴진지.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 |
거문오름에서 발견한 뜻밖의 인기척은, 일본의 것이었다. 태평양전쟁이 끝나갈 무렵 일본군 6000여 명이 이 거문오름 안에 기어들어와 주둔한 적이 있었다. 연합군과의 마지막 일전을 대비하기 위해 이 오지로 숨어들었던 것이다. 그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일본군 진지와 주둔지, 그리고 병참도로 터까지. 전국 어디를 가도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다.
거문오름은 희귀식물의 보물창고다.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 |
●탐방 안내 거문오름 탐방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최소 이틀 전에 예약을 마쳐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30분마다 출발하니까, 하루에 일곱 번 출발하는 셈이다. 하루 탐방 인원은 300명. 등산 스틱을 사용할 수 없고 비가 와도 우산을 쓸 수 없다. 음식은 식수만 허용된다. 탐방 코스는 두 가지다. 세 시간 가까이 걸리는 분화구 코스와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정상 코스. 분화구 코스에만 자연유산 해설사가 동행한다. 탐방안내소부터 태극 모양으로 이어진 분화구 코스와 정상 코스를 모두 걸으면 10㎞ 거리다. 입장료ㆍ주차료 무료. 거문오름 탐방안내소. 064-784-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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