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가기 전
쌍계사
회색 도시에 웅크리기엔 너무 아까운 봄날
그 옛날의 푸른 하늘과
한꺼번에 터져버린 하얀 꽃의 전설이 기억 나더군
섬진강 가는 내내 가슴이 울렁였어
봄은 강변 허리춤에 꽃 띠를 두르고
그렇게 푸름으로 강둑을 기어 다녔지
세월은 많이도 흘렀군
수면에 반사되는 봄 빛이 눈부셔
잠시 눈을 감은 사이
무작정이란
참으로 낭만적인 어휘
봄이기에 용인될 수 있는 감상과
그리고 의도되지 않은 달콤한 방황
서둘러 떠난 청춘처럼
짧은 봄날처럼
떨어지는 꽃잎도 아름다운 거야
너무 빨리 져서 채 떨어지지 않은 아쉬움과 미련마저
아름다운 거야
봄은 짧아서 아름답고
벚 꽃은 짧은 봄날의 가지에 잠시 머문 봄바람이라 더 아름다운 거야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여린 봄날 애처러운 나비의 날개짓이
너무 가볍고 경쾌해서 더 서럽고 아름답듯이
다시 돌아 오지 않는 여행 길이라 더 아쉽고 아름다운 거
벚 꽃이 피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벚꽃이 바람에 지는 것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
잠시 머무르다 세월에 떠 가는 것들이 아름다운 거야
화사한 꽃 잎이 불러내주는
돌아 갈 수 없는 날의 추억이 있어서
꿈처럼 그리운 상념이 있어서
그래서 벚꽃이 더 아름다운 거야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다시 만개한 벚 꽃 길을 걸었어
봄바람이 꽃비처럼 벚꽃을 흩날리고
아득한 기억 위에 쌓인 먼지를 날려 주었어
떨어지는 꽃잎 사이로
지천명 황혼도 청춘처럼 아름다울 수 있음을
봄날은 괜히 헤픈 웃음과 부푼 가슴으로 말해 주더군
그런 시가 있었지
바람 불어와 꽃잎 날리면
꽃향기 내게 날아오네
꽃 향기 내게 하는 말
나 당신 사랑해요
벚꽃이 그냥 피어나서 아름답듯이
벚꽃이 바람에 흘날려서 아름답듯이
우리 생도 강물처럼 흘러서 아름다운 거야
벚꽃 같이 짧은 인생이라 아름다운 거야
2012 년 4월 14일 토 마눌과 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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