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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쌍계사 벚꽃 - 2012.4.14 (토)

 

 

 

하동 가기 전

쌍계사

회색 도시에 웅크리기엔 너무 아까운 봄날

그 옛날의 푸른 하늘과

한꺼번에 터져버린 하얀 꽃의 전설이 기억 나더군

 

섬진강 가는 내내 가슴이 울렁였어

봄은 강변 허리춤에 꽃 띠를 두르고

그렇게 푸름으로 강둑을 기어 다녔지

세월은 많이도 흘렀군

수면에 반사되는 봄 빛이 눈부셔

잠시 눈을 감은 사이

 

 

무작정이란

참으로 낭만적인 어휘

봄이기에 용인될 수 있는 감상과  

그리고 의도되지 않은 달콤한 방황  

 

 

서둘러 떠난 청춘처럼

짧은 봄날처럼

떨어지는 꽃잎도 아름다운 거야

너무 빨리 져서 채 떨어지지 않은 아쉬움과 미련마저

아름다운 거야

 

 

봄은 짧아서 아름답고

벚 꽃은 짧은 봄날의 가지에 잠시 머문 봄바람이라 더 아름다운 거야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여린 봄날 애처러운 나비의 날개짓이 

너무 가볍고 경쾌해서 더 서럽고 아름답듯이

다시 돌아 오지 않는 여행 길이라 더 아쉽고 아름다운 거

 

벚 꽃이 피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벚꽃이 바람에 지는 것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

 

잠시 머무르다 세월에 떠 가는 것들이 아름다운 거야

화사한 꽃 잎이 불러내주는

돌아 갈 수 없는 날의 추억이 있어서

꿈처럼 그리운 상념이 있어서

그래서 벚꽃이 더 아름다운 거야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다시 만개한 벚 꽃 길을 걸었어

봄바람이 꽃비처럼 벚꽃을 흩날리고

아득한 기억 위에 쌓인 먼지를 날려 주었어

떨어지는 꽃잎 사이로

지천명 황혼도 청춘처럼 아름다울 수 있음을

봄날은 괜히 헤픈 웃음과 부푼 가슴으로 말해 주더군

 

 

그런 시가 있었지

 

바람 불어와 꽃잎 날리면

꽃향기 내게 날아오네

꽃 향기 내게 하는 말

나 당신 사랑해요

 

벚꽃이 그냥 피어나서 아름답듯이

벚꽃이 바람에 흘날려서 아름답듯이

우리 생도 강물처럼 흘러서 아름다운 거야

벚꽃 같이 짧은 인생이라 아름다운 거야 

 

 

                                                                                                                   2012 년 4월 14일       토     마눌과 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