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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방태산의 추억

 

 

 

세상엔 가슴을 흔드는 풍경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산행일 : 201262일 일요일

산행지 : 방태산

  : 휴양림-적가리골-매봉령-구룡덕봉- 지당골 -주억봉-휴양림

  : 12.8 km

  : 5시간 35

  : 귀연 45 

  : 맑음

 

 

시간

경유지

비고

11:25

출발

 

11:40

휴양림 입구

탐방로 표지판

11:47

삼거리

매봉령2.7km, 구룡덕봉4.2km,주억봉4.2km

12:20

공터 식사

30

13:25

매봉령

구룡덕봉 1.5km

14:12

구룡덕봉

주억봉 1.8km

14:26

주목

 

15:06

주억봉(방태산)

1444m

16:24

삼거리

 

17:00

하산완료

 

 

 

어젠 반가운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먼길을 떠나야 하는데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별장 같은 그의 집에서 12시 까지 취하도록 마셨다.

전원주택의 한 켠 원두막에 등을 걸고

 

둥근 달이 웃고 있었다.

오랜 세월 함께한 우정과

그 옛날로 돌아가게한 무수한 개구리 울음소리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을 마셨다.

 

마눌을 대동한 자리니 귀가하는 차편이 문제될 것도 없었다.

 

우린 베짱이와 개미다.

난 늘 어디론가 떠날 생각만 하고

그는 이젠 너무 커져버린 회사운영에 항상 눈코뜰 새가 없다.

나는 인생의 황금기를 일에 묻혀 흘려 보내는 그를 아쉬워하고

그는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그늘에서 깽깽이만 켜 대는 나의 불안한 노후를 걱정한다.

 

그래도 우린 둘다 괜찮다.

자신의 목청으로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부르니까

그는 잃어버린 풍경과 낭만을 돈으로 보상 받고

난 오랜세월 돈의 효용을 줄이는 내공을 연마해왔다.

 

 

돌아 오는 내내 꾸벅꾸벅 졸았다.

짧은 새우잠을 자고 작취미상의 무거운 머리와 비몽사몽의 몽롱함으로 떠나는  길이다.

 

 

먼 길이란 생각에  책을 한 권 가지고 왔다.

내가 무슨 철인 이라고

책은 그냥 졸음을 불러내는 주문과 같았다...

 

시끄러운 차 안에서도 군데 군데 잠을 잘 수 있었던 건 출중한 나의 공력이고  

친구와 술의 도움 때문 이었다..

 

아직 짱짱하다.

지난 주에 심한 배탈이 나고도

어제 낮에 마눌과 3시간 30분 산을 타고 일주일 만에 대차게 술을 마셨다.

그리고 오늘은 4시간 30분의 먼 시간이동 후에 가지 않은 큰 산에 오른다.

원시의 계곡을 품고 있는 방태산

 

 

다시 가슴이 설렌다

먼 여행을 떠나는 날.

가지 않은 길을 걷는 기대와 흥분이 다시 가슴을 부풀게 한다.

 

우린 연어처럼 물길을 거슬러 원시의 계곡을 올라 갔다.

축축한 습기와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태고의 숲에서

푸른 숲의 향기와 맑은 물의 기운이 몸으로 들어왔다.

난 아침이슬을 머금은 풀 꽃처럼 다시 싱싱해졌다.

생체리듬은 급속히 회복되고 새롭게 만나는 풍경 하나하나가 경이로웠다.

 

 

원시의 수림과 긴 가뭄에도 저렇게 풍부한 수량을 간직하고 있는 청정계곡

오랜 세월 풍상을 견뎌왔을 큰 나무들

 

 

능선에 올랐다.

여긴 아직 봄이다.

눈부신 태양아래 빛나던 연초록의 능선들

파란 하늘 아래 뭉게구름 피어나고

눈 길 닿는 어느 곳에서나 넘실대는 초록바다

아름다운 풍경이었고 멋진 풍경 한 가운데 서 있어서

또 행복한 날이었다.

 

늘 네 가슴에 출렁이는 바다가 있게 하라.”

 

대자연은 늘 메마른 적셔주는 감동이다.

부드럽게 흘러 가는 바람을 목에 걸고

유장하게 흘러가는 능선을 바라 보는 것 만으로

고원엔 살아가는 날의 기쁨이 펄펄 날린다.

 

헨리 데이비드소로가 그랬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값싸게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라고

 

맑은 바람과 흰 구름이 나를 춤추게 한다.

젊은 시절 온 산하에 뿌린 나의 땀방울과 어디를 가도 다시 살아나는 즐거운

추억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억지로 마시는 술이 아니라 풍류와 자연을 벗삼아 마시는 한잔의 술과 아름다운 풍경들

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우린 휴랑림에서 적가리골을 따라 가파른 계곡 비탈사면을 치고 올라 매봉령에 오르고

구룡덕봉을 거쳐 주억봉에 올랐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1000고지 산릉에서 부는 바람은 시원했고 멋진 고원을 거닐며 후련한

 대자연의 풍경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긴 시간여행의 보상은 충분했다.

 

더 이상 바랄게 없는 날

건강한 몸으로 만나는 건강한 자연은 신의 선물이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

었다.

 

즐거운 뒷풀이는 긴 여행길의 덤 이었다.

곰취에 싸서 먹은 삼겹살은 환상이었다.

어제 친구네 원두막에서 삼결살을 그렇게 구워 먹고도 또 엄청 먹었다.

같은 고기였지만 또 색다른 맛이었다.

고기를 맛있게 먹는 법은 무수히 많은 법이다..

 

삶의 고난과 슬픔은 작게 줄이고 멋지고 즐거운 시간을 길게 늘이는 지혜

그리고 맛난 음식을 싸게 먹는 비법은

오랜 산 길을 걸으며 내가 터득한 삶의 내공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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