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쾌남
사진 : 산이
지리산에 들면 가슴이 저려 옵니다.
코끝을 찡하게 스쳐가는 추억과 아련한 그리움의 향기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파도치는 초록바다와 춤추는 구름
변화무쌍한 세월에도 변함 없는 무언가를 만날 수 있음은 감동 입니다.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깊고 푸른 힘
무성한 생명의 향연을 봅니다.
초목과 바람과 구름과 사람
지리산은 가슴을 열고 세상의 모든 걸 받아들입니다.
만물의 기운과 움양의 조화
그리고 상처받은 영혼까지…
넓은 대지의 가슴 속에서
세상의 모든 피조물들이
거슬림 없이 자연에 동화되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떠나고자 하는 갈망과
세월을 비웃는 젊음이 있어 다시 만날 수 있는 풍경입니다.
원시로 돌아갈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습니다.
팽팽해지는 근육과 거친 호흡으로 누리는 자유
도시에서 거세당한 야성을 회복하고
한 마리 야생의 들개처럼 표효하는 그 시간이 좋습니다.
지리산엔 몇 번을 들었는지 셀 수도 없습니다.
그냥 바람을 만나고
숲의 향기를 마시고
고원의 길을 걸었을 뿐인데
돌아오는 길엔
늘 정리되지 않고 흩어진 마음이 가지런히 정돈되고
답답한 가슴이 후련해 졌습니다.
구도와 묵상의 길 입니다.
그 길 위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삶과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새소리,물소리,바람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 가슴에서 무엇인가 비워지고 또 채워 집니다.
마치 성지를 순례하 듯.
숱한 날 마음을 기대었던 지리산이라
수림의 바다 한가운데 서면
세상 한가운데서 메말랐던 가슴이 다시 촉촉해집니다.
우리 삶의 중요한 것들의 순서가 다시 바로 잡히게 됩니다.
아 세월은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흘러 갔습니다.
내가 밟고 지났던 수많은 기쁨과 슬픔들이
어느 산 모퉁이에서 손을 흔듭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월에 좀더 둥글어 가는 것
아쉬울 것도 없습니다.
가슴을 흔드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지나왔고.
그 길 위에서 수 많은 교훈과 영감을 받았습니다.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행복을 누렸습니다.
지리산은 그리움입니다.
다시 찾고 싶은 추억과
아직 돌아보지 못한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
늙지 않는 열정을 불러내고
기쁨의 배낭을 다시 둘러메게 합니다.
지리산은 한 편의 시 입니다.
수림의 바다와 푸른 하늘에
깨끗한 물과 맑은 바람으로 쓰는 시
지리산 길 구비구비에서
내 삶의 구성진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산우들과 천왕봉에 올랐습니다.
파란하늘과 푸른 숲은 그림같고
사람들은 한 점 거슬림 없이 그 풍경에 동화되었습니다.
어느 모퉁이를 돌면 어떤 풍경이 나올 것이란 걸 다 알고 있는 익숙한 산길에서
언제나처럼 또 새로운 감동을 만납니다.
계절과 날씨와 바람의 무수한 변수와 아름다운 것들에 쉽게 흔들리는 가슴이 또 다시
지리산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게 합니다.
무수한 날 주 능선을 걸었으면서 일출 능선을 따라 청내골로 내려서기는 또 처음이었습니다.
떠날 수 있었기에
삶이란 여행길의 어느 여울목에서 만날 수 있었던 살아가는 날의 소박한 기쁨이었습니다.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며
지리산의 품에서 또 하루의 행복한 날을 보냈습니다..
2012년 6월 17일 (일) 지리산
중산리-법계사-천왕봉-일출능선-청내골 /9시간 30분
귀연 산우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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