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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칠보산

 

 

 

 

 

 

 

 

 

부족함이 없이 넘쳐날 때 느끼지 못하는  고마움

그리고 가리워진 것이 드러날 때의 적나라한 고통

 

전지전능하신 신을 흉내내며 자만심에 가득한 인간이 아직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

거북 등처럼 갈라지는 저수지의  한 모퉁이

바닥을 드러내는 물 속에서 헐떡이며 죽어가는 물고기들을 다시 살릴 수 없고

뜨거운 태양아래 말라가는 농작물과 함께 타 들어가는 농심에 비를 불러 줄 수 없다.

 

엊그제 바람에 일렁이는 푸른 물결을 보며 노을이 스러지는 낭만적인 호숫길을 걸었

는데 어제는 물이 마른 호수의 바닥에서 풀풀 날리는 먼지 속에 냉장고와 소파와 의자

 그리고 수 많은 폐타이어를 보았다.

 

뜨거운 태양아래 증발해 버린 물은 인간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가리려고 애쓴

우리의 치부를 부끄럽게 드러내 보인다.

있을 자리에 있지 않은 부조화스런 물상은 우리 인간의 버려진 양심의 모습 이었다.

 

 

 

 

 

 

 

 

 

6월 30일 오늘은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다.

비를 부를 재주가 없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비를 맞으며 기뻐하는 일과 아직

대적하기 힘든 대자연의 섭리에 경배하는 일 뿐

 

 

 

 

 

 

 

 

 

여름엔 가뭄처럼 사람들 마음도 메말라 버리는 모양이다..

물 없는 뜨거운 염천 속을 낙타처럼 고뇌하며 걸으려 하지 않고

메말라 버린 가슴 속에는 감상과 감동이 자리할 여유가 없다.

혹여 마른하늘이 비를 쥐어 짜면 물에 빠진 생쥐의 몰골로 빈 산을 방황하고 싶지도

않아서 인지 7월 첫날 괴산 칠보산으로 가는 산객은 그다지 많지 않다.

모처럼 단비가 저녁까지 춤을 추는 날 

일기예보는 내일의 맑은 하늘을 점쳤는데도….

 

 

 

 

 

 

 

 

 

 

 

 

2012 7 1

어제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으니 가장 멋진 칠보산의 기대가 살아 온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멋진 청솔과 바위능선

맑은 물과 생명이 넘치는 푸른 수림의 청정 계곡

 

 

 

 

 

 

 

 

 

 

 

어제 단비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 흐린 날이다..

도마재에서 보배산 능선으로 출입이 안 된다고 해서 구봉능선을 따라가는 칠보산

주릉을 타기로 했다.

아홉 봉우리를 넘어 원래 예정된 마당바위와 749봉을 거쳐 살구나무골 칠보산 입구로

내려설 계획이었으나 그쪽에는 주차할 만한 공간이 없댄다.

 

계곡을 따라가는 도로로 들이대는 관광버스들로 보아 예상되는 궃은 날씨와  때이른

여름 임에도 가히 엄청난 인파가 인근 계곡에 몰려든 것 같다..

 

 

 

 

 

 

 

 

칠보산은 속리권의 전형적인 암릉미를 간직하고 있는 산으로 수량이 풍부한 수려한

쌍곡 계곡을 품고 있어 여름엔 피서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10년 전 쯤엔 한적한 계곡이었는데 이제는 해마다 인파가 늘어난다

사람들은 나이들수록 산과 자연에 더 집착하고

경제가 어렵고 머리 복잡한 일이 많을수록 적은 비용으로 도심을 떠나려 하는 충동이

더 커지기 때문 이겠다..

 

어쨋든 우린 계획한 산행루트를 변경해서 구봉능선을 따라 칠보산에 올라 계곡으로

내려 오기로 했다.

오래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능선 길이었으니 오늘의 돌발 상황이 해묵은 바램을

이루어 준 셈이다.

 

 

 

 

 

 

 

 

 

 

 

등로는 가파르게 벌떡 일어나 있고

어제 비가 아직 채 마르기 전이라 길은 축축하고 바위는 들떠 있다.

 

 

계속되는 낙차 큰 오름 길이지만 수월한 산행이다.

태양은 아직 구름 속에 숨어 있고 먼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가파른 오름

길에 흐르는  땀을 식혀 준다.

산안개는 바위와 청솔의 조화로운 풍경 한 가운데 은은히 흐른다.

구봉능선 구비구비가 풍류와 운치가 살아 있는 멋드러진 바위산 길 이었다.

 

 

 

 

 

 

 

 

 

 

 

 

 

 

 

오늘 산행의 테마는 단연 암릉과 소나무이다.

우수에 찬 대지의 화폭에 산 안개가 그린 그림은 한 폭의 은은한 동양화 였고

건강한 붉은 소나무는 짙푸른 녹음의 바다에서 혹은 절벽의 바위 난간에서 저마다의

성으로 아름다운 풍경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

자연이 살아 있는 그 길을 걸으며 오래된 나무와 숲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내 마음에

일렁이던 먼지 같은 잡념들이 조용히 가라 앉았다.

 

 

 

 

 

 

 

 

 

 

 

 

 

 

 

 

 

칠보산

7개의 보물을 간직한 산(?)

원래 구봉능선을 따라 솟아 있는 7개의 아름다운 봉우리를 간직한 산이란 의미에서

옛날에는 칠봉산이라 불리웠다는데 7개의 보물에는 7개 봉우리 외에도 당연히 멋진

토종소나무의 우아함도 포함되어야 할 듯 하다..

 

 

 

 

 

 

 

 

 

 

 

 

칠보산 입구 표지판 지도 에도 나타나지 않는 금지된 길의 때 묻지 않은 자연미

무수한 인파에 의해  깨어지지 않은 적막과 그 호젓함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산 길 이었다.

 

 

 

 

 

 

 

 

 

 

 

 

 

 

 

 

 

칠보산 정상

그렇게 좁은 정상에 운집한 수 많은 인파는 처음 보았다 .

협소한 공간에 발디딜 틈 없어 사진 한 장 찍기가 쉽지 않다

칠보산에 턱 밑에 까지 한 사람의 산객도 만나지 않았는데 그 무수한 인파가 놀라울

따름 이었다.

모두 계곡으로 올라 온 사람들이다.

 

 

 

 

 

 

 

잠시 머무르다 계곡 길로 하산한다.

내림 길 2.7km

 

 

 

 

 

 

 

 

 

수 많은 사람과 교행하며 내려 간 계곡 길은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했다.

능선 길 일부를 제외하고 사위가 막혀 있는 계곡 길은 단조로웠고 계곡의 수량도

전성기의 계곡의 모습과는 동 떨어져 있었다.

계곡의 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어제의 단비도 청정 계곡을 해갈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느낌 이었다.

 

내려 오는 길에 해가 구름 밖으로 나왔다.

흐린 날씨에 알탕하느라 혹여 감기라도 들까봐 걱정하시는 칠보산 신령님의 배려였다.

 

접시 물에 빠져 죽는다는 말이 나름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거라면 

모래무지처럼 조용하게 땀을 씻어 내던 웅덩이는 그 옛날엔 커다란 이무기가 승천한

검푸른 소였을지도 모른다.

 

그 옛날 무수히 회자되던 알탕의 전설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듯

천하의 쌍곡계곡 언저리를 힘없이 흐르는 빈약한 물길이 안스러웠다.

 

 

 

 

 

 

 

 

 

 

 

 

4시간 30분 소요된 여유로운 여정이었다.

이동 베이스 캠프는 좀더 상류에 위치한 도로의 공터에 설치되었고 먼저 내려온 산우

들은 수육을 삶아내며 삼삼오오 둘러 앉아 여름날 야유회 같은 뒷풀이의 즐거움을 만끽

하고 있다.

 

 

 

 

 

 

오늘도 체중조절은 도로아미타불이다.

짧은 산행과 긴 뒷풀이

 

더 즐겁게 더 아름답게라는 슬로건에 하나 더 추가 한다면

더 맛있게가 될 것이다.

 

잘 먹는 건 올해 귀연의 대세였다.

여름이란 주제에 어울리게 진화하는 또 다른 변화가 계절의 리듬을 타고 있다.

 

여름엔 조금 게을러 져도 좋을 듯 싶다.

돌아오는 가을의 멋진 방황을 위하여

 명상과 사색의 계절을 위해 이 여름엔 자칫 쇠할 수 있는 기력을 보하는 것도 삶의

배런스를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뜨끈뜨끈 한 상태로 알맞게 삶겨진 수육과 소주를 배부르게 먹고 나서 잘못된 정보로 알

바하느라 뒤늦게 합류한 귀연 요리사 남실장님의 메밀소바와 묵은지 쪽 갈비찜 까지 섭

렵하고 그것도 모자라(?) 대전에 도착해서는 산우님이 운영하는 둔산동 양푼이 동태찌게

집에서 한 양푼의 동태와 한 양푼의 맥주를 더 마셨다.

 

그래도 좋다.

그 자리는 술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귀연의 정을 나누는 자리 였음에….

 

 

 

여름엔 산친구들이 줄어 들지 모른다.

휴가도 가야하고

땀흘리기 보다 집에서 시아시된 맥주에 차가운 수박 한덩이 쪼개 먹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그래도 괜찮다.

산이 거기 있고 여전히 산에 가는 일에 더 높은 비중을 매기는 누군가와

땀흘리며 바라보는 풍경의 아름다움과 땀흘린 후 마시는 맥주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 최

소한의 운행 정족수는 채울 것이다.

 

귀연의 재정은 아직 짱짱하다.

어쩌면 이 여름엔 사람이 적어질수록 더 풍성한 식탁의 역설이 만들어 질지도 모를

 일이다.

 

 

 

 

 

우린 이 여름에도 땀을 흘려야 한다.

세상에서 더 잘 살기 위해

아직 돌아보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 들을 위해

건강의 축복으로 누릴 가을 그리고 겨울의 멋진 여행을 위해

 

우리가 흘린 땀이 거두어 갈 것이다.

잉여의 지방과 잉여의 고뇌와 잉여의 집착과 욕심들과

 

 

 

 

자연을 사랑하는 무수한 사람들과 마음으로 통하는 산 친구들이 있고

많은 사람들을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수고를 감수하는 또 많은 사람들이 있어

10년을 누려온 귀연의 태평성대는 좀더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

몇 사람의 수고만으로 지탱하던 귀연이 아니라 산과 자연을 사랑하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부드럽게 자연으로 굴러가는 더 성숙한 귀연의 모습으로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연으로 난 멋진 길의 길동무가 되어 주신 산우님들

 

특히 고맙습니다.

먹거리에 대해 늘 신경 써주시는 갓바위 전회장님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 공급책 마실이 대장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귀연의 뒷치닥거리를 즐거운 마음으로 소화하는 호나우드와

단비 총무

요즘 산행길에 자주 동행해서 매번 특선 요리로 산우들의 미각을 돋우어 주는 남실장님

그리고 귀연 대표 산행대장 산꼭대기와

정신 없는 산우들의 안전운행 뿐만 아니라 맛있게 수육을 삶아 요리의 진수를 보여주신

 베이스 캠프 총괄 책임자 장사장님 까지

모든 산우들의 이름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늘 넓은 가슴으로 귀연을 안아주시는 고문님들과

앞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의 정성과 맛있는 요리를 고맙게 받아주고 불가사리 같은 먹성으로

호응하며 즐거워 해주는 산님들이 있어 귀연은 갈수록 더 풍성하고 따뜻합니다.

 

 

 

2012 7 8일 일요일 시경계 졸업식

귀연이 만든 또 하나의 대미

뒤 바뀌는 계절의 길목을 돌아 열심히 걸어 온 또 하나의 작은 길의 끝이 보입니다.

굳이 그 길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 길이 한 번쯤 걸어야 할 우리의 둘레 길임에

산 친구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풀어내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고 못다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일 수 있기에

님이 오신다면 우리가 만든 또 한나의 작은 마무리를 자축하는 자리가 더 즐거워

지리라생각 합니다.

 

부디 오셔서 멋진 하루를 더욱 빛내 주소서

구즉 닭도리탕과 동동주와 묵으로 잔치를 벌이겠습니다.

 

 

 

 산행 코스 : 청운동-새터골-지리고개-덕진재-유성구 금탄동 신일나루

○ 산 행 일 : 2012년 7월 8일(일요일)

○ 산행 거리 : 12km

○ 산행 시간 : 4시간

○ 참가자격 : 귀연회원이면 누구나

 

 

산행회비 : 25,000원(쫑파티를 관계로 회비가 떨어질 현상이 있으니 부득이하게

 +@를 하였습니다. 죄송해유!!!!!! 밥은줄께유)

버스운행코스(은성관광 김시권 기사님 : 011-402-5094)

원두마(대전IC)(07:00) - 용전동 명신빌딩(07:05) - 시민회관(07:15) - 롯데백화점(07:20)

- 둔산 법원앞(07:25) - 갈마역 앞(07:30) - 유성하이마트앞(07:35)

 

○ 준 비 물 : 랜턴,시원한물, 간식, 스틱, 여벌 옷, 기타 여름산행에 필요한 장비

○ 산행 안내 : 호나우드(010-9042-7263)

○ 산행 총무 : 호나우드(010-9042-7263), 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