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과 축령산 편백나무 숲길 여행 ( 2012년 7월 28일)
밀양 37도!
요즘 날씨 왜 이러나?
빙하기의 도래란 택도 없다.
전 지구의 적도화 내지 사막화라면 또 모를까…
하여간 나이들어 몸의 상태가 조금씩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듯이
우리가 모르는 어떤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지구의 건강 균형이 깨어지고 있는 느낌이 강해지는
2012년 여름이다.
결국 오만방자한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훼손이 주범이겠거니 심증은 가지만 …
밖에 서 있으면 이글거리는 한여름의 태양에 등을 따가울 정도다..
내일 토요일 마눌과 둘이 떠나기로 했는데
폭염의 서슬이 너무 시퍼렇게 날이서 마눌을 대동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수림이 울창한 강원도 계곡으로 가거나
새벽 4시쯤 일어나 태양이 뜨거워 지기 전 까지 대청 호반을 걷거나…
“무신 조화여?”
그렇게 쌩쌩했는데
집에만 오면 일주일의 피곤이 밀려온다.
아이들이 있고 마눌이 있는 휴식 같은 내 집이니
그냥 긴장이 풀어지나 보다
TV 영화 도입부부터 헤롱거리면서 새벽 출정은 슬며시 포기했다.
그래 결정했어…
산청의 백운계곡…
“늦잠 좀 자고 천천히 출발해서 세시간 쯤 계곡 산행하고 계곡에서 편하게 쉬다 돌아오자!”
마눌이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 길 이야기를 했다.
그냥 지나쳤다가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을 검색 해보고 “OK 괜찮은 곳이야”
“거기루 가자”
그래서 우린 전혀 안중에도 없었던 생뚱맞은 장성으로 떠났다.
즉흥적인 결정번복에 일말의 망설임과 아쉬움도 없이…
백운계곡이던 축령산 편백나무 숲길이던 장소가 중요할 건 없다.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하루가 중요한 거다.
가지 않은 길이고 백운계곡보다 이동 시간이 더 짧다..
한여름의 이국적인 편백나무 그늘이 있고 게다가 마눌이 가고 싶다니 굳이 다른 곳을 고집할 이유가
또 무에 있으랴?
편안하게 마눌과 손수 운전을하며 떠나는 길에
또 여행의 야질이 병이 도졌다.
마음먹은 장성 여행길이 또 언제랴 싶어 여기저기 갈만한 곳을 마킹하고 먼저 이름도 거창한
장성호 국민 관광지로 갔다.
대청호를 자주 보다보니 호수의 풍광도 그다지 인상적일 것이 없다.
땡빛 아래 인적 없이 졸고 있는 아담한 공원 하나
호숫가에 몇 개 매운탕 집 말고는 식사할 곳도 마땅치 않고 관광지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는
한적한 곳이다.
“여긴 아닌개벼”
볼만한 것이라고는 장성이 낳은 인물 임권택 감독의 동상
그리고 은빛 찬란한 조형탑 하나
공원 벤치는 덩그러니 비어 있고 나댕기는 사람도 없다.
축령산 휴양림에 오르는 4개의 마을이 있다는데 그냥 네비를 찍으니 모암마을로 안내한다.
모암저수지 아래에서 촌두부 김치찌개로 식사를 했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먹는 것인데 시골로 여행을 하면 입에 맞는 음식을 찾기가 그다지
쉽지는 않다.
메뉴도 항상 거기서 거기다.
토종닭, 백숙, 민물매운탕 등등….
그래도 여행의 욕심만큼 사나운 입맛을 달고 다니니 내 사전엔 먹거리로 인해 여행의 즐거움이
훼손되는 불상사는 없으니 딱히 불만일 것도 없다.
이글거리는 태양
우리는 모암리 정류장 주차장 조금 못 미쳐 임도 길 부근에 차를 파킹하고 편백나무 그늘을 따라
치유의 숲으로 올랐다.
우리 같은 사람 둘 말고 무더위에 숲길을 오르는 사람은 없다.
축령산은 개인이 조성한 사유림으로 성공적인 조림지에 속한다.
편백나무 숲 축제가 얼마 남지 않았다.
군에서는 청청한 공기와 건강한 숲을 테마로 대대적인 관광자원화를 모색하며 팔을 걷어 부치고
있는 모양새다.
이국적인 숲길을 걸으면서 장성의 축령산이 유명 계곡을 품고 있는 산들과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여름산이란 생각이 들었다.
장성군에서 홍보와 축제를 잘 활성화하면 많은 사람들이 모이겠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여유를
간직한 산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정작 찾고자하는 치유와 안식은 멀리 달아날지도 모른다.
산을 관통하는 임도를 중심으로 4개의 테마 숲길이 형성되어 있다.
등산로는 금곡마을 안내소 부근에서 다소 가파른 오름 길이 능선으로 연결되고 그 길은 축령산
정상으로 이어져 조림자 임종국 기념비가 있는 임도로 떨어진다.
“하늘숲길”은 제법 고도와 낙차가 있는 둘레길이고 외곽 전망대로 이어지는 오름 길과 능선 길엔
편백나무는 별로 없고 떡갈나무가 많았다.
“숲내음숲길”은 비교적 완만한 평지 길로 산책하기 좋고 숲의 향기가 은은한 조용한 길이다.
등산로와 4개의 숲 길을 모두 연결하면 한 여섯 시간쯤 걸릴까?
사람의 움직임이 없는 이상한 산
장성의 축령산을 떠올리는 단어는
게으름, 느림, 여유, 휴식, 산소, 치유, 명상 그런거다
전체적인 산의 분위기가 좋다.
바람에 실려오는 강한 편백나무 숲의 향기도 좋고
그 그늘에서 나뒹구는 휴식과 여유가 좋다.
우린 “하늘숲길”을 거닐고 축령산 등산로를 따라 축령산 전망대에 올라서 일대를 조망하고 임도로
내려와 다시 “숲내음숲길”을 걸었다
하늘 숲길 외곽을 거쳐 임도로 내려서서 다시 축령산 정상으로 연결되는 길은 한적해서 좋았다.
인적이 사라진 마치 텅 빈 산의 호젓한 여백이 오히려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가장 멋진 곳은 “하늘숲길” 비탈에 기대 있는 쉼터였다.
이름하여 “하늘바라기 쉼터”
보기에도 편안한 4개의 긴 벤치가 있다.
울창한 편백나무 숲의 빈 곳을 비집고 어렵게 내려앉은 햇빛도 그 곳 벤치 가장자리에 기대어 잠시
휴식을 취한다.
먼저 온 몇 분이 인기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자로 누워 있고 제일 가장자리 벤치에는 몇몇 산님이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도 비워진 벤치에 않았다.
편백나무 향이 그렇게 강한 것인 줄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숲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것이라고는 도심을 버리고 떠난 바람 .
그 바람이 편백나무 숲에서 바람을 피운다.
향기와 바람이 너무 좋았다.
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른한 평화와 휴식이 찾아와 함께 벤치에 길게 누웠다.
무료한 듯 일렁이는 바람에 물결 무늬를 만들며 장난치던 작은 햇빛은 도무지 심심한지 슬며시 사라
지고 벤취엔 뜨거운 태양의 그늘과 바쁠 것 없는 夏客들만 남는다.
더위도 욕심도 머무를 공간이 없는 그 숲은 색다른 여름의 경험이었다.
이 숲은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에 역모를 꾀하는 반역자의 소굴이었다..
그 숲의 바람과 향기가 축령의 숲에 대한 욕심마저 잠시 거두어 갔다.
여름 숲 - 박상희
넉넉히 거친 바람 숨겨
초록의 향으로 돌려주렴
따가운 햇살
몰래 숨어 쉬어가도
모른 체 덮어주렴
지친 나그네 덥석 주저앉아
세월 보따리 풀어 놓거든
초록으로 다독다독 감싸 주렴
그냥 벤치에 걸터 앉거나 누워 게으른 시간을 보내면 바람과 향기가 찾아와 많은 이야기를 전해
주는 곳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도 아무런 상실감이 들지 않고 오히려 숲의 기가 몸의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무더위에 깨어져 버린 몸의 균형을 바로 잡아 줄 것 같다.
옆에 산님들이 떠나고 우린 아얘 대자로 누워 삼 사십분을 더 빈둥거리다 더 좋은 엘도라도를
찾아 다시 길을 떠났던 것이다.
우린 가장 더운 시간에 축령산 전망대에 올랐다.
어느 숲길이나 마찬가지지만 축령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도 뜨거운 한 여름의 태양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을 정도로 수림이 울창하고 가끔 줄어주는 바람이 있어 별다른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마눌에게는 다시 쉼터로 이동한다고 오름 길을 재촉했는데 나중엔 나의 의도를 눈치채고 말았다.
느린 숲에서조차 한 없이 늘어지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천성 이었다.
대신 정상에 부는 바람을 만나고 선명한 하늘빛과 흰구름이 조화로운 하늘 아래 온통 푸른 장성벌의
풍경을 눈에 담았으니 거기에도 잃어버린 휴식을 대신할 소득이 있었던 셈이다.
긴 임도와 “숲내음 숲길”은 한적하다.
걸어 다니는 사람도 없다.
그늘이 있는 어느 곳에서도 자리를 깔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 자세로 누워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키 큰 편백나무 그늘처럼 휴식이 길게 드리운 그 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 습지에 다달아서는 아얘 자리를 깔고 바람 길에 누웠다.
힐링 포리스트
하늘쉼터 바람은 기꺼이 다시 찾아 주었고
치유의 숲을 떠도는 감미로운 침묵과 평화가 가슴으로 들어왔다.
마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잠시 코를 골면서 잠들기도 하면서 편안한 숲의 안식을 누렸다.
햇빛이 사선을 그으며 황금빛으로 수그러들고 산속의 이른 땅거미가 찾아올 때 쯤
느즈막히 자리를 걷었다.
바람은 한결 시원하고 숲은 청정해 졌다.
사람들은 하나 둘 내려가 인적이 뜸한 숲 길은 그늘이 더 짙어지고 편백나무 향기가
더 강렬해졌다.
등멱 감은 곳
걷기 좋은 임도를 따라 때이른 신선한 가을을 느끼며 모암마을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내림 길에 숲으로의 여행을 추억 할 편백나무 베게를 하나 샀다.
전례없는 뜨거운 여름이 오히려 다양한 여름의 추억을 만들어 준다.
때론 전면전을 불사하며 한바탕 무더위와 전투를 치른 후 탕탕히 흐르는 계곡물에 뛰어들기도
하고 때론 치유의 숲에 은거해 다시 교전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기도 하고…
어쨌든 집에서 빈둥거리며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여름임에 동의한다.
편백나무 숲 여행길은 스토리와 추억 그리고 평화가 깃든 느낌 좋은 여름 여행길 이었다.
다음에 다시올 때는 더 넉넉한 시간과 작은 시집 한 권을 배낭에 넣고 하늘바라기 쉼터에서
게으른 시간을 보내야 겠다.
치유다, 힐링이 대세다[중앙일보] 입력 2012.09.07 03:23
[커버스토리] 힐링투어 열풍
#지난 6월 27일 한국프레스센터. 산림청이 ‘산림치유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산림청은 이날 산림치유의 효과를 줄줄이 열거하며 2017년까지 산림치유 서비스 수혜자 100만 명을 목표로 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산림청 전범권 산림이용국장은 “현재 3개에 불과한 ‘치유의 숲’을 34개로 늘리고 산림치유지도사 500명을 육성하며 1600억원을 들여 경북 영주·예천 지역에 국립 백두대간 테라피단지를 조성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어느날 문득 ‘치유’란 낱말이 밥상머리 대화에 올라왔다. 치유는 본래 자연요법이나 대체요법에서 사용하던 어휘다. 서양의학의 ‘치료(Treatment)’와 구분되는 의미로 ‘테라피(Theraphy)’ 또는 ‘힐링(Healing)’의 번역어였다. 한데 요즘엔 힐링으로 통일되는 분위기다. 올해 서점가를 달군 힐링 서적을 비롯해 힐링투어·힐링캠프·힐링푸드·힐링무비까지, 너나 할 것 없이 힐링을 팔고 있다. 테라피가 아니라 힐링으로 정리되면서 요즘 치유는 위안에 가까운 개념으로 쓰인다.
십여 년 전. 우리 사회는 웰빙(Well-Being) 신드롬에 빠졌다. 몸에 좋은 여행, 몸에 좋은 음식이 시대의 화두처럼 떠받들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시절 웰빙에는 ‘고급스러움(Luxury)’을 찾는 사회의 들뜬 기운이 묻어 있었던 것 같다.
오늘날 힐링에는 안쓰러운 무언가가 배어 있다. 경쟁에 몰리고 일상에 찌든 현대인의 처진 어깨와 긴 한숨이 스며 있다. 시대 흐름에 기댄 어쭙잖은 힐링투어를 걸러내고 진솔한 힐링투어를 소개하자는 게 이번 주 week&의 바람이었는데, 여행에서도 위로를 받으려는 우리네 형편이 읽혀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자. 여행이 치유 아니던가.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힐링투어 명소 세 곳
week&이 전국적인 지명도는 물론이고 역사와 전통, 프로그램의 특별함 등을 고려해 전국에서 힐링투어 명소 세 곳을 엄선했다.
글=나원정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자연 속 바른 생활 교실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잣나무와 편백나무가 우거진 강원도 홍천의 산골. 힐리언스 선마을 진입로에 진입하자 휴대전화는 이내 불통이 됐다. 숙소에는 TV도, 에어컨도 없었다. 선마을 촌장 이시형(78) 박사의 지론에 따른 ‘의도적 불편함’이다.
“방은 재미가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밖에 나와 자연을 만나지요.”
선마을에는 이 박사의 20년 자연의학 연구 성과가 집적돼 있다. 그가 고안한 건강 클래스를 통해 천수를 누리는 비법을 가르쳐준다. 한데 그 비법이 별난 게 아니다. 바로 올바른 생활습관이다.
“300만년간 소식다동(小食多動)하던 인류가 갑자기 다식소동(多食小動)하며 살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당뇨·고혈압·뇌졸중 등이 생겨났지요. 다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한 병입니다.”
선마을에서는 누구든 네 가지 생활습관을 지켜야 한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리듬 습관), 매일 세끼를 30분간 천천히 먹어야 하고(식습관), 명상과 호흡으로 스트레스를 극복하고(마음 습관), 계단 걷기 등으로 평소 신체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운동 습관).
습관을 고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선마을은 체험 일정표를 제공한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숲 트레킹, 명상, 요가, 홈 트레이닝 등 프로그램이 시간마다 운영된다. 모닥불에 둘러앉아 마음을 다스리는 ‘키바’ 등 감성 치유 프로그램도 있다. 하나 참여는 자유다. 황토방이나 스파에서 쉬거나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어도 된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생활이 대자연의 품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선마을에는 3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하루 수용인원 120여 명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참가자의 82%가 집에서도 생활습관 지침을 지킨다고 이 박사는 소개했다.
기 체험과 결합한 한방 힐링
산청 동의보감촌
경남 산청은 조선 명의 허준(1539~1615)의 스승 유의태가 의술을 베푼 지역으로 전해온다. 그가 한약을 조제했다는 ‘유의태 약수터’는 지금도 왕산(923m) 기슭에 남아 있다. 왕산과 필봉산(848m)에 둘러싸인 고령토 폐광 지역이 2002년 한방휴양지로 개발된 배경이다. 한방휴양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한방 힐링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동의보감촌은 ‘2013 산청 세계전통의약 엑스포’ 개최지이기도 하다.
이달 중순 개장한다는 ‘동의본가 힐링타운’은 외딴 숲에 자리해 있었다. 한옥 10여 채가 정갈했다. 자문을 맡은 대구 살림한의원 김효진(49) 원장이 “체험자는 한옥에 머물며 몸 상태에 맞는 힐링 프로그램을 경험한다”며 “암염 양치, 참빗으로 머리 빗기 등 옛 선현의 건강법도 되살릴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동의본가 힐링타운에서는 양수처럼 염도가 0.9%인 암염탕에 약재 파우치와 농축액을 넣어 스파를 하고, 햇빛과 별빛·어둠을 이용한 치료도 진행한다. 해독과 보양을 위한 약선 요리는 기본이다.
산골마을의 건강비법
완주 안덕마을
전북 완주 모악산(793m)은 예부터 혈자리가 지네처럼 이어진 명당으로 통했다. 그 산자락에 힐링을 앞세운 농촌체험마을 안덕마을이 있다. 안덕마을에 ‘건강힐링체험마을’이 조성된 건 2009년. 마을 주민이 2005년부터 터를 닦고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한 결과다. 안덕마을 방문자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만 3만 명을 돌파했다.
사실 안덕마을은 ‘힐링 시설’이라 할 게 많지 않다. 숲 좋고 공기 좋은 모악산 기슭에 있다는 것 말고는 약재 달인 물에 황토를 이겨 바른 한증막과 시원하게 땀을 식히는 폐금광 정도가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외려 이 마을의 진가는 다른 데 있다.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온 건강한 생활습관이다.
이달 말에는 두부 만들기가 시작된다. 불린 콩은 맷돌로 갈고 붉나무 열매를 끓여 천연 간수를 만든다. ‘소금나무’로도 불리는 붉나무의 열매는 짜고 시어 옛 산사에서 소금 대용으로 쓰곤 했다. 10월은 감 체험이다. 단맛이 은근한 안덕마을 재래종 감을 따 감 장아찌와 효소를 담근다. 지난달 1일 전북 익산에서 왔다는 황인숙(38)씨도 “초등학생 아들이 아토피가 심하다”며 안덕마을 밥상에 관심을 보였다.
유영배(46) 촌장은 “요즘 전국에서 힐링 바람이 불던데 우리 마을은 8년 전부터 힐링을 테마로 마을을 일궜다”며 “상업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시골 인심에서 힐링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수치유·찜질·한방마사지·마라톤…靑山마다 '활력 충전소' 가득
강원도 횡성 청태산 포레스트 힐링센터 수치유실에서 방문객들이 족욕탕에 들어서 막대봉을 중심으로 걷고 있다. |
- 계곡·숲 향기 가득 수치유
- 산책길서 흘린 땀 씻어줘
- 편백 열치유도 개운함 더해
- 반나절·1박2일 등 일정 다양
# 전국의 특화된 숲들
- 한방치료·황토숲길 등 다양
- 제주도는 섬 전체가 '힐링'
산림청이 '힐링(치유)'을 내걸고 운영하는 '치유의 숲'은 강원 횡성과 전남 장성, 경기 양평 등 3곳이 있다. 여기에 최근 전국의 다른 자연휴양림, 숲길들도 힐링 붐을 타고 '치유의 숲'으로 속속 변모하고 있다. 각 자연휴양림 등은 산림치유 한방치유 등 힐링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며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숲에서 치유하다
강원도 횡성 청태산 포레스트 힐링센터 편백림. |
"산행이나 산책 뒤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시원하고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잖아요. 통 유리창을 통해 청태산의 푸른 숲을 보면서 그렇게 느껴보라고 만든 겁니다." 포레스트 힐링센터 황범순 해설사의 설명이다.
수치유실에는 족욕탕이 있다. 족욕탕 한가운데에는 막대봉이 설치돼 있는데 이를 중심으로 조용히 걷거나 노래를 부르며 걸어도 된다. 이날 프로그램을 신청한 10여 명의 단체 여행객들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기분좋게 족욕을 마쳤다. 수치유는 자율신경계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증강시킨다고 한다.
15분 정도 수치유(족욕)를 끝낸 뒤 열치유실로 이동했다. 편백나무로 만든 사우나방에서 오동나무 경침(목베개)을 베고 누워 15분 정도 찜질을 한다. 둥그스름한 경침은 일자로 굳은 목을 바로잡아줘 척추를 교정하는 역할을 한다. 딱딱한 베개가 계속 배겨서 그런지 머리를 왼쪽으로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돌렸다가를 반복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찜질방에서 경침으로 자세를 바로잡아서인지 마사지를 받은 듯 개운했다.
풍욕장. |
반나절 프로그램의 경우 체성분 고혈압 등 간단한 건강체크를 한 뒤 1시간~1시간30분 숲길을 걷는다. 숲길은 여러 코스가 정비돼 있는데 이 중 피톤치드(식물이 내뿜는 항균성 물질로, 산림욕을 하면 몸속으로 들어가 나쁜 균을 없애준다. 특히 침엽수가 활엽수보다 배 이상 생산한다)가 많이 나온다는 편백림이 인기가 많다. 숲길걷기를 마치면 힐링센터로 돌아와 수치유와 열치유를 실시한다. 한나절 프로그램은 반나절 프로그램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두 차례 실시하는 것이고 1박 2일은 여기에 명상요가, 생활습관 및 병 관리 특강 등이 추가된다.
1박 2일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숙박은 인근 숲체원이나 청태산과 둔내 자연휴양림, 펜션 등을 이용해야 한다. 신청자가 10명 이상 돼야 프로그램이 시작되므로 사전에 청태산 포레스트 힐링센터(033-345-4451)에 문의한 뒤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힐링에는 왜 숲이 좋을까? 이곳 이상수 해설사는 "원래 인간은 숲에서 났다. 이 때문에 숲이라는 시원으로 돌아가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곳곳의 '힐링 숲'
선양마사이마라톤(계족산 맨발축제)은 대전 계족산 황토숲길 13㎞를 맨발로 걷거나 뛰는 대회다. 황토를 깐 숲길을 가족 친구들과 함께 걸으며 숲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제주도는 섬 자체가 힐링 숲이다. 그만큼 유명한 숲길이 많다. 요즘 여행객들로부터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은 사려니숲길과 절물자연휴양림, 서귀포자연휴양림 등. 특히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차도와 인도가 구분돼 걸어도 되고(4시간가량 소요) 드라이브(30분가량 소요)를 즐길 수도 있다. 오설록박물관 인근 곶자왈(제주 숲) '환상숲'은 밀림처럼 우거진 독특한 숲길을 숲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걸을 수 있다.
구좌읍 평대리에는 수령이 500~800년된 비자나무가 3000그루 가까이 있는 '환상숲' 비자림(천연기념물 374호)이 있다. 이곳은 제주에서 처음 생긴 산림욕장이며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수종의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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