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도
살아가노라면
가슴에 늘 그리움이 있다.
가슴 울리는 풍경하나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풍경.
우린 공룡으로 갔다.
2012년 여름 공룡
마눌과 동생과 나.
허리를 다치지 전까지는 해마다 한 두 번은 꼭 다녀왔던 설악산 공룡능선이다.
가을이면 역병처럼 도져서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설악 깊은 곳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절경으로 내가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던 그 공룡능선
올해는 그 절경을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꼭 보여 주고 싶었다.
마눌도 걱정을 하면서도 한 번 가보고 싶어했고 평소 별로 산과 친하게 지내지 않는
동생도 그 길을 함께하기로 했다.
2012년 8월 18일 토요일
초짜들과 공룡을 타야 한다는 부담으로 잠을 설치고 새벽 4시에 콘도에서 일어나 라면
에 밥 말아 먹고 우린 5시쯤 설악동을 출발했다.
요즘 날씨가 범상치 않아 충분한 물을 준비한다고 영수는 3.5리터 나는 5리터의 물과
이온음료를 지고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새벽을 문을 열며 그렇게 새로운 모험의 길을
떠났던 것이다.
우린 4시간 걸려 마등령에 올랐고 마등령 정상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4시간 30분쯤 걸려
공룡능선을 성공적으로 주유하고 2시쯤 희운각에 도착했다.
마등령 오를 때 속도가 다소 느렸지만 어렵고 힘겨운 산 길을 생각보다 훨씬 더 잘 걸어
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놀라웠다.
희운각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숨고르기를 하고 마지막 전열을 가다듬었다.
몇 일간의 비에 계곡의 수량은 상당히 불어 있었고 마눌에게 서서히 피로가 가중되는 그
와중에서도 물심일여의 그 황홀한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
천불동 내림길 초입에 마눌을 먼저 내려 보내고 영수와 차가운 계곡물에 뛰어들어 공룡의
땀을 씻어내고 설악의 진기를 받았다.
공룡주유의 마무리 의식이었다.
희운각에서 가는 비가 내리는 천불동 계곡을 내려와 설악동 까지 도착하는 데 까지는
4시간 걸렸다.
어둠에 쌓인 설악동을 새벽 5시에 출발해서 마등령과 공룡능선을을 거쳐 설악동 까지
원점회귀 하는데 13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또 하루의 행복한 날을 만들었다.
우린 멋진 여행길을 자축하며 대포항에서 어머님 모시고 동생가족들과 함께 펄펄 뛰는
생선회에 시원한 맥주를 목젖을 꿀럭이며 그렇게 마셨던 것이다.
산 행 일 : 2012년 8월 18일 토요일
산 행 지 : 설악산
산행코스 : 설악동-비선대-금강굴-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천불동 계곡-설악동
산행거리 : 20.3 km
산행시간 : 약 13시간 30분
날 씨 : 흐리고 바람 좋다
동 행 : 마눌과 동생과 나와
경유지별 시간
시간 |
경유지 |
비고 |
05:00 |
설악동 출발 |
|
05:48 |
비선대위 마등령 들머리 |
설악동3km,마등령3.5km |
06:54 |
칼바위 |
|
07:20 |
이정표 |
비선대1.8km, 마등령 1.7km |
08:40 |
경관 안내판 |
|
09:00 |
마등령 정상 |
비선대 3.5km 비선대에서 약 4시간 소요 |
09:37 |
마등령 출발 |
식사 약 40분 |
10:35 |
이정표 |
마등령1.1km, 희운각 4km |
11:00 |
이정표 |
마등령1.7km, 희운각 3.4km |
11:40 |
이정표 |
마등령2.1km, 희운각 3.0km |
11:58 |
푸른 소나무 |
|
12:04 |
이정표 |
마등령2.7km, 희운각 2.4km |
12:45 |
전망바위 |
사진촬영 |
12:55 |
이정표 |
마등령3.6km,희운각 1.5km |
13:15 |
공룡전망대 |
마등령4.0km,희운각 1km 점심&사진 |
13:58 |
희운각 200m 전방 이정표 |
희운각0.2km 소공원 8.31km 공룡능선주유 4시간 20분소요 |
14:25 |
휘운각 휴식 후 다시 이정표 |
휴식 및 이동 27분 |
15:45 |
양폭 대피소 |
천불동 초입 알탕 |
16:07 |
칠선골 입구 |
양폭0.9km, 비선대 2.6km |
16:27 |
큰소 |
내려가서 사진 |
16:48 |
귀면암 |
|
17:01 |
이정표 |
비선대1km, 대청봉 7km |
17:19 |
이정표 |
비선대0.5km, 대청봉 7.5km |
17:27 |
비선대 |
희운각 이정표에서 약 3시간소요 |
18:26 |
신흥사 입구 부처님 |
희운각-설악동 약 4시간 소요 |
18:32 |
설악동 주차장 |
13시간 32분 소요 |
난 그걸 아름다운 시도라 부른다.
모두 대단하다.
4년전 100대 명산 주유 길
마눌은 오색에서 대청봉에 올라 천불동을 따라 설악동까지 내려가면서 9시간의 최고
산행기록을 만들었고 오늘 4시간 30분 그 기록을 연장 갱신했다.
170도 안 되는 키에 타고난 먹성과 잦은 술자리로 80kg의 체중을 훌쩍 넘긴 영수도 아
직 짱짱한 체력의 건재함을 확인 했다.
하지만 기록 갱신이 무슨 의미 있으랴 ?
대한민국의 가장 멋진 절경 중에 하나를 오늘 볼 수 있었다는 것 보다 더 큰 의미가
무엇이 있겠는가?
10시간 이상을 걸어내지 않고서는 만날 수 없는 감동의 풍경 !
우린 삶이란 여행길의 어느 길목에서 그 멋진 풍경이 손을 흔드는 것을 바라 보았다.
어제의 걱정과 불면을 말끔히 날려주는 멋진 여행 길이었다..
공룡에서 항상 그렇듯이 그 길을 걸어가는 내내 나를 보호해주는 신과 동행하는 느낌
이 강하게 살아왔다.
설악 산신령님과 공룡은 다 준비해 두었다.
가을 같은 8월의 시원한 바람과 구름
그리고 가슴을 저리게하는 설악의 물과 청명한 기운
공룡은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닦아주고 구름으로 태양을 가려 주었다
마음에 아직 그리움이 남아 있어서
마음에 아직 설레임이 남아 있어서
남은 삶의 여행길에서 또한 무수한 감동을 만날 것이다.
해마다 공룡 길 여행에서 가슴 벅차지 않은 날이 없었다.
해마다 같은 길을 여행하면서도 새로운 기쁨과 다른 느낌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만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공룡은 내 오랜 친구다.
늘 거기서 묵묵히 나를 기다려 주는 나무 같은 친구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한의 영감과 교훈으로 인생의 의미를 깨우치게 한다.
오랜 시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 길을 걸어 내리면 살아감이 새로워 지고 가벼워
진다.
그 길은 카타르시스다.
늘 등을 맞대고 있는 고통과 궁극의 기쁨을 경험하며.
세상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한다..
공룡은 힘든 세상을 살아가면서 쌓인 삶의 찌꺼기 들을 땀으로 흐르게 하고 오염된
가슴을 청명한 대지의 눈물로 깨끗이 씻어 주었다.
어느 길에서 그 엄청난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자연에 대한 사랑
나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우린 해냈다.
마눌이나 동생이나 힘들었겠지만 그 길 위에서 그만큼 얻은 것 또한 많았을 것이다.
건강에 무리가 있을 정도로 그런 힘든 시간을 또 다시 만들 필요가 없겠지만 더 늦기
전에 공룡을 만날 수 있었던 것 만으로 감동적이고 행복한 시간 이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와 마눌 그리고 내 동생과 함께 만들어간 단조로운 삶의 멋진
변화이자 새로운 경험이었다.
누구나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자유로울 수 있다.
굳이 편견과 아집에 자신을 가두어 두지 않는다면.
우린 삶의 어느 모퉁이에서도 가슴 벅찬 반전을 이룰 수 있다.
세상은 늘 기쁨과 감동으로 가득 차 있다.
그걸 누리고 붙잡는 것은 스스로의 선택일 뿐이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무수한 방법이 있겠지만 우린 지레 포기하지 않았다.
굳이 무더운 날 사서 고생하는 자유를 선택함으로써 우린 함께 그 멋진 풍경을 만났다.
공룡을 타기 가장 좋은 날은 언제인가?
봄도 가을도 아닌 바로 지금 !
내일은 공룡을 탈 수 없을지 모른다.
일이 바쁘거나
몸이 아프거나
아님 날선 세상이 삶을 의욕을 꺾어버릴지도 모르고
몇 년 전처럼 어느 날 갑자기 허리를 못쓸지 모른다.
새벽이 오는 모습과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 어둠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
다는 작은 진리를 다시 한번 느껴 보았다.
공룡의 능선에 서서 …..
공룡은 늘 말한다.
살아가면서 열정과 호기심을 잃지 말라고
가슴에 사랑을 묻어두지 말고
나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선물하라고..
그래서 행복하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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