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거부기가 모처럼 시간이 난다고 했다.
학회 세미나 인데 아침에 일정이 종료되어 함께 산 한번 타자고 했다.
좋지~~~
당초 수통골 환형 종주하고서 빈계산에서 방동저수지 까지 잇기로 했다.
도덕봉에서 금수봉 빈계산에서 방동까지 연결하려면 원점회귀가 어려우니 마눌에게 차량지원을 부탁했다.
거북이가 회를 살거라고….
이름과는 사뭇 다르게 산에서는 워낙 기름챙이 같이 빨리 움직이는 친구라 일부구간 산행을 같이 따라
가더라도 함께 보조를 맞출 수 없을 것 같아 마늘은 동행할 친구를 불러냈다.
우리는 10시 20분에 유성호텔에서 거북이를 픽업하여 함께 눈 덮힌 수통골을 산행했다.
예전 혼자 대전 둘레길 잇기를 할 때 걸은 기억으로는 빈계산에서 방동 저수지 까지 1시간 30분정도 걸은
기억이 있었는데 그 거리가 10km나 되었다.
2시간 이상 더 산을 타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마눌과 내일 100대 명산 계방산 눈구경 가기로 해서 수통골
원점회귀로 산행코스를 조정하기로 했다.
하늘은 맑고 봄날처럼 포근한 날이었다.
흰 눈 위에 쏟아지는 태양은 눈부시게 빛나고 햇빛은 따사로웠다.
거칠게 일어나 있는 도덕봉 능선을 올라치니 오히려 땀이 나서 자켓을 벗어버리고 산행했다.
이러 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며 산행을 하는데 걱정했던 여자들이 오히려 앞서서 산행하고 우리는 뒤따라 가는
뒤바뀐 상황이 연출되었다.
남자들은 송년 보내느라 체력적으로 찌들었어….
도덕봉을 코 앞에 둔 능선에 올라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커피까지 한잔 마시는 여유까지 부려 보았다.
능선에는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어서 아이젠을 하고 산행을 계속했다.
여자들은 금수봉에서 하산하고 우리는 빈계산 까지 올랐다가 하산했다.
빈계산 오르기 전에 이정표에는 빈계산에 오르지 않고 우회로를 따를 경우 방동저수지 까지 6.5km로
표기되어 있었다.
우리는 4시간여의 산행을 마치고 노은 수산물 시장으로 이동해서 펄펄 뛰는 회 한사라를 앞에 두고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광어 2.5kg 짜리 한 마리와 멍게 1kg 해서 9만원이 넘게 나왔는데 횟값은 모두 거부기가 냈다.
2.5kg 광어회를 뜨니 그 양이 얼마나 많았던지 넷이 배터지게 먹고도 회가 남았다.
헐 내가 너무 많이 시켰나?
여자들 먹는 양이 적어서 인가?
아님 무릉객 먹성도 이제 늙어 가는 건가?
소주 세병 기분 좋게 마셨다.
기사 마눌 까지 옆에 두고 편안하게 마시는 술
모처럼 친구와 함께한 산행의 기쁨과 기분 좋게 마신 술의 취기가 기분을 방방 띄워 주었다..
거부가 잘 먹었다
너 오늘 과용했지만 거부가 넌 성님한테 술 한잔 사도 된다.
대한민국 교수 수입에다 마눌 까지 버는데 아들딸 모두 결혼 했으니 너 그 돈 어짜피 다쓸 때도 없을
테니 형님 만나면 아낌 없이 쓰그라 ….
녀석 그래도 형님 결혼 기념일은 알아가지고 회식 시켜 주니 고맙다.
회 산 것도 모자라 커피값 까지 내니 집사람이 너무 미안해 하더라
친구가 찾아와 산을 함께 타자하고
눈 덮힌 그 산세와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 없고
한 마리 새가 된 듯 신선이 된 듯
따뜻한 겨울 산을 바람처럼 떠 돌았네
친구가 있고 아직 늙어가지 않는 세월이 있고 한 잔의 술이 있으니 어찌 오늘 하루가 또즐겁지 아니하며
이 겨울날이 또한 낭만적이지 않을소냐?
2013년 12월 21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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