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마치 프로포폴 맞고 깜박 졸았다가 일어난 것 같은데 대장 내시경도 끝나고 한 시간이 훌쩍 흘러갔던 것처럼….
잠자던 시간은 기억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대학 친구들을 보면 잔혹한 세월을 실감한다.
고작 1년에 두어 번 만날까?
더러는 1년에 한 번 만나는 친구도 있다.
빠지거나 희끗해진 머리, 주름진 얼굴
오랫 만에 얼굴을 대하면 늙어가는 친구의 모습이 리얼하게 생중계된다.
우리는 정말 광속으로 늙어 가고 있다.
한 삼십분 가량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몇 잔 술의 순배를 돌린다.
우린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순식간에 세월을 거슬러 고색창연한 그 시절로 돌아간다.
친구들의 아련한 기억에 각색되고 채색된 우리 젊은 날의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오면
머리 희끗한 친구들은 다시 풋풋한 청년으로 돌아간다.
수줍어서 같은과 여학생에게 말도 제대로 붙이지 못하던 숙맥들의 짝사랑 로맨스가 튀어나오고
무한한 가능성의 출발선에서 마주했던 젊음의 고뇌와 우리 기쁜 젊은 날이 장하게 파노라마 친다.
그 시절의 고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정제되고 시대의 아픔은 바람에 훨훨 날아갔다.
우린 프로포폴 맞고 잠시 졸다 일어난 것처럼 아니 마치 그 시간 속에서 다시 만난 것처럼 30년의 세월이 어제처럼
몽롱해진다..
한참 이야기 하다 보면 우리가 마주한 엄청난 변화의 세월에도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마음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단지우리는 시절 학교 옆 구멍가게 아저씨처럼 늙었을 뿐이고 그 늙은 아저씨가 되어서도 우리 마음은 몸을 따라 쉽사리
늙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몸과 마음의 바이오 리듬이 다른 삶은 원래 비극으로 시작해서 비극으로 끝나는 것인지 모른다.
탄생의 울음으로 시작해서 남은 자들의 울음바다를 건너간다.
이제 우리 앞에는 늙은 몸과 늙지 않는 마음과 찰라의 시간만 남아 있다.
곤충은 머리,가슴,배로 삼등분 된다.
사람도, 육체적으로는 머리,몸통,다리로 구분되겠지만 생애 주기로 분류한다면 소비기,생산기,황혼기의 3기로 분류되겠다.
우린 각 기의 주기가 한 30년쯤 된다면 우린 얼마 남지 않은 생산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우린 벌써 인생 2막을 마무리하고 하고 있다.
우린 삶의 바다에 허우적거리다가 문득 지나간 인생 2막이 얼마나 빠른지에 실감한다.
오늘처럼 젊은 날의 친구들을 오랫만에 만나면.....
중요한 건 인생 3막 중 마지막 황혼기가 가장 짧고 외롭다는 거다.
머지 않아 눈이 침침하고 다리가 후들거릴 것이다.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지 못하면 한 방에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지나간 어느 시간 보다 남아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한 것이다.
어떤 것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
나를 역동적이게 했던 일과 사람들이 떠나는 시기와 맞물려 있기에 어느 시기보다 마눌과 친구가 더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그 시간은 순식간에 우리 곁을 지나간 무상한 30년 세월보다 더 빨리 흘러갈 거다.
어쩌면 순식간에 우리 곁을 스쳐지나간 청춘처럼 그렇게 짧을 수도 있을 터이다.
그래서 세월이 흐를수록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순수한 그 시절이 그리워지고 남겨진 친구들이 소중해 진다.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함께 보냈고 황혼 길을 어깨동무 하고 가야 할 친구들이다.
친구여 우린 지난해에 한 번 만났는가? 두 번 만났는가?
예전에는 부모님들이 자주 만나지 못한 우리의 인연을 이어주시더니 요즘은 우리 아이들이 나서긴 하네만 한 해가 허물어
져야 만날 수 있는 우린 참으로 까다로운 친구들이긴 하네 .
우리가 많은 세월은 떠나 보냈지만 남은 시간은 좀더 좋은 친구로 남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날도 못 만난다면 우린 몇 번 만나지 못한 채 더 외롭게 북망산천 가야하지 않겠나?
전환이 한달 전 모임 통발을 하고 나서 모임 일주일을 남기고 트레킹 일정을 보냈다.
세상을 떠난 친구들도 없는데 해가 거듭할수록 참석하는 친구들의 수가 줄어든다.
다른 동창 모임들은 자꾸 늘어난다고 하드만…
한달 전에 연락을 넣었는데 더 중요한 약속들이 생긴 모양이다.
어쩌면 자주 보지 않다 보니 점점 더 멀어 멀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종합영어의 명문 out of sight, out of mind 처럼 …
이젠 물과 바람을 벤치마킹 할 때이군
그냥 마음가는 대로 흘러야 할 나이
지금도 바보처럼 세월의 속임에 노하거나 슬퍼하진 말자.
계족산 트레킹에는 5명이 참석했다.
전환,항식,성환,동윤, 그리고 나
우리는 전주 복짐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계족산 황토 본길을 걸었다.
여름철 무수한 사람들로 붐비던 그 길은 쌀쌀한 날씨 탓인지 인적이 뜸했다.
그 길을 잡은 건 추운 겨울이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라 평탄한 길을 걸으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목에 감기는 차가운 공기가 상쾌함을 몰고 왔다.
날씨는 변화무쌍해서 거센 황토 바람이 일기도 하고 햇빛이 나기도 했다.
다 벗어버린 황량한 나목들과 속이 다 내비치는 오랜 친구들과의 허허로운 산책길이 편안한 휴일 오후를 만들어 주었다.
무수한 사람들로 붐비던 그 멋진 여름의 숲 길이 너무 한적하고 고요해서 마치 다른 곳에 온 것같은 생소한 느낌이었지만 다소
쓸쓸하고 호젓한 그 분위기가 오히려 좋았다.
우린 차가운 막걸리를 기분 좋게 마셨다.
차가운 겨울이 몰고 오는 가슴 따뜻한 역설
그 또한 힐링이고 카타르시스다.
친구들과 함께 4시간 가량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청해수산으로 이동했다.
청해 수산에서 종경과 지호와 합류했다.
즐겁게 담소하며 술잔의 순배를 돌렸고 다시 까페에 들러 그 시절의 노래를 불렀다.
슬픔이 심로, 연,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망부석 등등
우리는 아직 싱싱한 7080이다.
반가웠다 친구들…
건강해라 황혼길 외롭지 않게 오래오래 만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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