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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광양 백운산 (100대 명산 제 74산)

 

 

 

 

 

 

 

 

 

 

 

 

 

 

 

어느덧 삼뤌이 깊어 가는데 도시에는 봄의 기미가 없다.

도시의 공기는 늘 각박하고 기온은 냉랭하다.

봄이 춤추며 남도 어딘가를 걸어 올 텐데 굳이 회색도시에서 궁상을 떨건 또 무어야?

 

백운산에 가기로 했다.

멀리 천안에서 거북이도 합류한다고

 

친구가 동행을 하니 족발 하나를 준비했는데 아뿔사 막걸리 사는 걸 까먹었다.

할 수 없이 아침에서 1리터들이 수통에 댓병 소곡주를 대신 채웠다.

 

톨게이트에서 거북이와 합류하여 광양으로 간다.

나누어준 찰밥을 먹고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갤럭시4로 교체해주어서 전화정보를 정리하다가 시간을 다 보냈다.

 

멋진 봄날이다.

햇빛은 눈부시고 바람은 살랑 인다.

한껏 들여놓는 봄으로 오늘도 가슴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겠다.

 

백운산은 초행이다.

백운산을 지나는 호남정맥 발길은 백양사 위 주릿재를 지나 조계산에서 멎었다.

내 인생을 장식하는 또 하나의 멋진 여행길은 아련한 추억을 뒤로하고 미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젊음을 믿어 의심치 않던 그 날 위로 눈 깜박할 새가 날았고 사나운 변화의 파도가 끊임 없이 세상을 휩쓸고 지나

갔다..

현기증 나는 세상의 한 모퉁이에서 나는 도시와 자연을 오가며 조용히 낡아갔다.

그리운 호남 정맥은 아직 가슴에 남아 있다.

잃어버린 그리움을 찾아 언젠가 다시 그 길을 걸어 갈 것이다.

 

 

 

산 행 일 :  2014315일 일

산 행 지 :  광양 백운산

    :  맑고 따뜻한 봄날.

    :  편도 15.5km

소요시간 : 7시간 (식사 약 30분 신선대 및 정상소요 약 30)

    : 마눌 과 거북이 (청솔 산악회) 

         

시간

경유지

비 고

10:59

진틀마을출발

정상 3.3km

11:12

병암산장

 

11:46

진틀삼거리

신선대1.2km,정상1.4km, 진틀마을 1.9km

11:57

중간능선 이정표

신선대 1.0km, 진틀마을 2.1km

12:36

신선대앞 이정표

정상0.5km, 진틀마을 2.1km

13:22

백운산 상봉

1,222.2 m

13:27

억불봉 삼거리

좌측 언덕에서 식사 ( 30)

13:57

출발

 

14:06

이정표

내회 3.5km

14:48

내회 갈림길

매봉 2.3km, 내회2.6km, 정상 1.3km

15:44

매봉

관동7.1km, 내회 4.9km, 정상3.6km

15:57

갈림길 이정표

쫓비산 8.8km,항동마을6.4km,매봉 0.3km

16:17

이정표

쫓비산7.7km, 고사마을 3.5km, 정상5.7km

16:42

512.3m

 

17:12

작은재

표지 없음

17:20

천황재(게밭골)

관동마을2.6km,매화마을7.5,쫓비산 2.9

매봉5.2, 백운상봉9.6km

17:36

이정표

관동마을1.6km,쫓비산4.9,매봉 6.2km

17:53

이정표

쫓비산 6.0km, 매봉7.3km

17:57

주차장

 

 

 

 

 

 

앞 뒤를 바라보며 산을 오르는데 금새 큰 산의 포스가 느껴진다.

진틀마을을 지난 산행 들머리가 꽤 높은 지대여서 1000고지 가파른  오름 길의 부담은 다소 줄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수북히 쌓인 흰 눈을 밟아야 했다.

 

지난 해 5월에 도시에서 휘날리는 흰 눈을 맞고서도  1000고지에서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한 비장한 겨울의 반격을

예상치 못했다.

내가 벌써 봄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다.

3 2일 나른한 남해의 봄

그리고 그 다음 주 지리산 상위마을의 노란 산수유 까지 ….

봄의 꼬리를 따라 발정난 수캐처럼 돌아 다니며 코와 가슴에 온통  봄을 들이다 보니 온통 봄 세상인 줄 착각한

모양이다.

 

쯧쯧  산에 관한 한 자타가 일가견을 자부하던 내가 경력이 일천한 거북이 만도 못하다.

1000고지를 넘어 가려는 사람이 게다가 마눌까지 대동한 사람이 아이젠은 빼 놓고  봄나들이 나오 듯 건들거리며

길을 나섰다.

 

내려오는 사람이 겁을 팍팍 준다.

꼭대기 근처와 능선 너머서 북사면은 아이젠 없이는 산행이 불가능하다.”

 

비록 산에서 허리가 뿌러진 적은 있지만 내가 뉘기여?

백전노장 무릉객 아니여?

 

내가 항상 주장하는 말이란

사고는 항상 정신 바짝 차리면 나지 않는 다는 거

사고를 부르는 건 방심이란 놈 밖에 없다는 거

그래서 아무리 험한 대한 민국 산도 아이젠을 하지 않으면 절대 낙상 사고가 날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하물며

"꽃피는 춘삼월 남도의 산에 눈이 쌓인들 그게 대수랴?” 강변하며 준비 없는 산행을 합리화 한다.

마눌 때문에 약간 캥기기는 하면서도 걱정하지 말라고 큰 소리 팡팡치고 공포에 질린 두 아줌마들과 마눌을 채근해서

백운산을 넘는다.

그래도 거북이 아이젠 한 짝을 마눌한테 줄 테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갈림길에서 좌측 신선대 쪽으로 길을 잡았다.

우측으로 정상에 직접 올라가는 것 보다 300미터 더 길다.

 

거의 꼴지를 면하는 수준으로 후미를 지키다가 남들은 모두 지나가는 신선대 까지 오르는 통에 완전히 후미로 밀렸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날 수가 없어서  바쁜 길에도 마눌을 정상으로 먼저 보내고 거부기와 신선대에 올라 보니 그 후련한

조망이 가히 일품이다.

산에 오르면 발아래 더 높은 곳을 남겨두지 않으려는 수직 본능은 이제 토착화 되어 습관으로 굳어졌다.

그 느낌 아니까…”

높이 오르는 만큼 부풀어 오르는 가슴과 발아래 더 넓은 세상을 두고 눈 닿는 멀리까지바라다 보는 후련함

거긴 도심의 답답한 문명대신 고요와 출렁이는 자연만 있다.

 

일행들은 다 사라지고 나서 세찬 바람이 불어가는 백운산 봉우리에서도 오랫동안 떨어야했다.

상봉 표석이 빤히 보이는데 외길 반대편에서 넘어오는 끊임없는 무리들이 오르는 길을 내어 주지 않는다.

거북이는 우회절벽을 타고 우리는 한참을 기다리다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간신히 정상에 올랐다.

 

100대 명산 제 74

마눌과 추는100대 명산 74번 째 춤은 겨울과 봄이 교행하는 백운산 상봉 스테이지였다.

상봉은 아직 겨울이었다.

한풀 꺾이긴 했어도 세찬 바람은 고원을 흔들고 눈 닿는 어디에도 흰 눈이 가득하다.

목을 간지르던 봄은 겨울의 위세와 서슬에 놀라 산중턱에 숨죽여 엎드려 있고 매화꽃 향에 취해 아무 생각 없이

산에 오른 사람들은 대자연의 경외에 경배하며 탄성을 올린다.

여긴 아직 짱짱한 겨울이다.

난 그 동안 봄 처녀에게 푹 빠져 있었다

꽁지가 빠질세라 그녀의 꽁무니만 쫓았다.

겨울연인과  제대로 이별을 고하지도 않은 채 바람을 피웠고 눈부신 그녀의 교태에 넋이 나가 헤롱거렸다.

 

딱걸렸어!

누가 알았으랴!  백운상봉에서 떠나는 겨울여인 날선 분노와 울분을  맞닥뜨릴 줄 .....

바보처럼 사랑했던 당신을 잊었군!”

가슴에 남겨진 아름다운 추억과 사랑의 기억이 서러워 당신을 보내는 아픔을 그렇게 미루려 했네

나는 바보 같은 변명을 남긴 채  백운 능선을 휘돌며 그녀와 마지막 이별의 탱고를 추었다.

안녕 내사랑! 

나는 백운산 상봉을 넘어 매봉 까지 배웅하며 뜨겁게 사랑했던 그녀를 떠나 보냈다.

 

거북이가 정상에서 포즈를 취하는 팀들의 사진을 마치 전문 사진사처럼 구도를 잡아주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게

하면서 정성껏  찍어 준 덕분에 그 일행 중의 한 명이 우리사진도 잘 찍어 주었다.

이래저래 시간 소요가 많다 보니 덕분에 꼴찌의 발길은 더 지체될 수 밖에 없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처음 가는 그 눈길이 얼마나 길고 험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부리는 만용이었다.

백운산 상봉을 지나 등로는 좌측의 매봉 길과 직진방향의 억불봉 길로 나누어 진다.

억불봉 분기 삼거리에서 매봉 까지 가는 길은 3.6km ,우리의 목적지 관동마을 까지 가는 길은 10.7km이였는데  그냥

스쳐지나 가느라 거리를 세심하게 보지 못했다.

남은 거리 10.7 km

이정표 거리를 미리 보았더라면 미끄러운 그 길에 괜스레 주눅이 들뻔했다.

좌측 길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엄살을 피던 두 아줌마 일행이 식사에 적합한 자리를 잡아 막 점심을 마무리하던

중이었다.

우리 뒤에 있었는데 우리가 신선대에 오르고 백운상봉에 오르느라 지체하는 사이에 우리를 앞지르고 식사까지

마쳤다.

 

그들은 마지막 보험으로 우리만 남기고 후미대장과 먼저 떠났다.

월아 네월아. 내 배를 째거라!

이젠 정상 목표달성을 했으니 이젠 굴러도 내려가지 않겠나 ?”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고

정상주 까지 한 잔 걸친 뒤 천천히 출발했다.

 

능선 길이 미끄러워서 거북이가 아이젠 두개를 모두 마눌에게 주었다. (착한 거북)

덕분에 마눌은 지체된 길에 어느 정도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도상 분명 우리가 가는 능선 길이 맞는 것 같은데 이정표에 매봉은 표시가 되지 않고 내회마을로 표기되어 있어

혹시나 길을 잘 못 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확인하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

중간에 두 분의 산님들을 만나긴 했는데 그들이 주변 지형에 무뢰한인 데다가 그 길이 매봉으로 가는 길이 아닌 것

같다는 부정적인 말에 더 혼란스러웠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밀 지도를 확인해 보니 정확한 길이라 우리는 가던

길을 계속 갔다.

 

매봉 표시가 없어서 혹시 이 능선이 매봉 가는 능선에서 분기된 지릉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오래 가지

않아 매봉 방향을 가르키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매봉 까지 가는 길에서 몇 번을 넘어질 뻔 하다가 결국 한 번 대차게 넘어졌다.

엉덩이의 흙범벅을 쌓인 눈으로 씻어내며 걸으을 재촉했다..

등산화가 다 낡고 밑창이 다 닳아 버려서 샤베트 같은 눈 길이 너무 미끄러웠고 녹아든 물이 등산화 속으로 스며

들어 마치 우중 산행인 양 찌걱 거렸다.

 

매봉에서 300여 미터 가다가 등로는 쪽비산 쪽으로 휘어 가는데 해발이 낮아 지면서 눈은 사라지고 길이 말라서

한결 편해졌다.

 

가끔 정맥길의 표지기가 날리고 호남정맥의 추억이 살아나는 길이다.

백두대간의 여세를 몰아 휘몰아 치던 그 능선에서 우리 산하를 주유하는 기쁨에 흠뻑 빠졌고 삶이 주는 최고의 선물을

가슴 벅차게 누렸다.

내 체력과 열정의 최고 전성기였다.

 

이젠 조금 더 세월에 둥글어진 내 모습을 본다.

무소 뿔처럼 진군하던 그 날의 패기와 열정은 흐르는 세월에 조금씩 그 열기를 누그러 뜨리고 뜨거운 태양 아래 드리운

관조와 여유의 그늘을 즐기고 있다.

욕심을 내린 소박하고 느린 삶이 가져다 주는 평화와 행복

살아 가는 날의 기쁨은 도처에 널려 있다.

구름처럼 혼자 떠도는 길에도 마눌과 함께가는 길에도….

 

거북이가 바람처럼 앞서 갔지만 능선 주유라 해도 꽤나 길고 굴곡진 그 길을 마눌도 잘 걸었다.

천황재 못미쳐에서 거북이도 다시 만났다.

천황재 전에 작은 재가 있었는데 그 곳도 마을과 연결되긴 하겠지만 우리는 좀더 능선을 따라 가다가 무수한

표지기가 리던 천황고개에서 기념촬영까지 하고 관동마을로 내려섰다.

천황재에는 게밭골이라는 이정표가 서있고 그 곳에서 마을 까지는 2.6km라고 표기되어 있다.

우리가 지나온 백운산 정상 까지는 9.6km  마을로 내려서지 않고 곧장 정맥길을 따라 가면 매화마을이 쫓비마을

 지나 7.5km 앞에서 기다린다.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서자 길은 평화로워 지고 풍경이 목가적으로 바뀌어 절로 흥이 나고 발걸음이 가벼워 졌다..

멀리 섬진강 흐르고 흐드러진 매화가 수줍을 미소를 날리는 길을 따라 나폴거리는 발걸음으로 봄처녀가 걸어

오고 있다.

막 피어나는 관동마을 매화는 감미로운  봄날을 노래하고 우린 그 향기에 몽롱해 진 채 행복하게 그 길을 걸어 내렸다.

겨울과 봄이 교행하는 백운산 !

비록 에정보다 1시간 늦어 일행들에게  미안했지만 친구와 마눌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여정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