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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오산을 우습게 알면 큰 오산이여 ...(5월의 사성암과 오산 )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성스러운 근로자의 날이다.

작년처럼 직원들 야유회 일정을 잡았었는데 세월호 참사로 인해 무기 연기했다.

 

채 피어보지 못하고 진도 앞바다의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우리의 아들딸과 이웃들의

 영전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

  

전대미문의 대참사로 온통 비탄에 잠긴 국가와  국민의 슬픔을  같이 나누고 참담한  망자들의  원혼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당초 5 1일로  예정된 사업 3본부 춘계 야유회는 무기 연기함을  알려드립니다.

                                                 2014 4 21

 

 

갈수록 태산이란 말처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한도 끝도 없는 끌려 올라오는 세월호를 둘러싼 문제점과 비상식

적인 상황들은 우리가 그 동안 열심히 건설한 대한민국이란 거대한 성이 사상누각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뼈아

프게 인식시켜 주었다.

그 깊이와 넓이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세월호는 차가운 바닷속에 가라앉고 한국호는 기울고 있다.

모랫바람은 심하고 지반은 조금씩 붕괴되는데 당초 기초공사가 부실한 성은 바로 세워 질 수 있을까?

누가 어떻게 ….

정치인들? 관료들 ? 국민들이?

목표는 오로지 정권창출    나라의 곳간이 동나도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말과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그 정치인 들이…?

항상 이대로만을 외치며 국민의 혈세로 누리는 권세와 부귀영화의 단맛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관료들이 ?

내 밥그릇만 손안 대면 굳이 힘들여 싸울 생각 없고 너무 낙천적이라 가슴 아픈 일은 빨리 빨리 잊어 버리는 국민들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믿고 기대할 만한 그 누가 있는가?

불행하게도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을 송두리 째 뒤엎을 사람도, 의식도, 시스템도 우리에겐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사태를 수습하고 개선할 사회적인 역량이 우리에겐 남아 있기나 한 걸까?

수 많은 세월에도 교훈을 얻지 못한 우리는 다시 세월이 그 기억에 망각의 수의를 덮어 줄 것을 기다리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다.

 

그 너무도 유용하고 편리한 시간과 망각이여…..!

왜 요즘에 와서  부쩍 더 송대관의 그 노래가 생각이 나나?

세월이 약이겠지요 ~~~~”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누군가를 제물 삼아 국면을 타개를 시도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며 요란을 떨 것이다.

변함없이 세월은 잘도 흘러 갈 것이고  늘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기를 기다려 다시 그들만의

리그로 돌아갈 것이다.

사람들은 나와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로 안도하면서 이웃의 아픔과 당국에 대한 분노를 쉽게 거둬

들이고 다시 팩팩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 황당한 아픔을 겪지 않게 해주신 신에 감사하면서....

그리고  그 슬픔과 아픔은 고스란히 유가족의 몫으로 만 남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댈 것인가 ?

문제 해결의 칼자루는 개혁의 칼날을 받아야 할 자들에게 쥐어져 있다.

슬퍼마라 !  운명이다!

우린 칼을 잘 쓰는 방법조차 잘 모르는 그들에게 칼자루를 쥐어주고 뒤에서 갖은 욕설을 퍼붓다가 그 칼에 맞아

신음하며 죽어가야 한다.

 

백마타고 오던 초인은 오던 길로 되돌아 갔다.

이젠 아무도 백마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내일을 위해서 라면 늑대를 타고 오는 야차라도 기다려야 될 것 같다.

진정으로 침몰할 위기에 있는 대한민국호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손에 피묻히고 악역을 마다하지 않을 저승사자들

이라도 와주면 좋겠다.

세종의 새 시대를 열어 주기 위해 아버지 태종이 혈족의 피로 구태를 씻어 냈던 것처럼….

말로만 부르짖는 진보와 개혁의 교만한 얼굴에 선혈이 낭자한 수의를 덮어 줄 수 있는 새남터의 망나니라도 와주면

좋겠다.

 

 

 

5월엔 절이 있는 산으로 가야 한다.

소생하는 만물과 함께 부처님께서 대오각성의 평화를 몰고 우리에게 오신 달이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내려놓고 빌어야 할 게 좀 많은가?

오월은 피어나는 대지의 기운과 부처님의 평화를 가슴 가득 받아 내기 좋은 날이다.

쓸데 없이 가슴을 채우고 있는 늙은 욕심을 비우고, 살아가면서 쌓인 삶의 찌꺼기들은 바람에 날리기 좋은 날이다.

 

오늘은 근로자의 날

내가 즐거워야 세상을 춤추게 할 수 있으니 이젠 비탄과 분노도 내려 놓아야 겠다.

오늘 하루 불국에 깃든 눈부신 초록의 바다에서 조용한 삶의 기쁨을 음미해야 겠다.

 

거미줄 도로 공화국

익산 광양간 고속도로가 구례가는 길은 부쩍 가까워졌다.

마눌과 둘이 나비처럼 훌쩍 떠나는 날이다.

사성암과 오산은 꼭 가고 싶었던 곳이다.

 

느리게 차를 몰고 죽연마을 지나 도로변 주차장에 차를 파킹해 놓고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 산 길을 오른다.

오월에 좋지 않은 산길이 있겠냐 만은 눈부신 오월의 신록은 한가로운 나들이를 그저 황홀하게 만든다..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돌탑 길을 걷다 보면 홀연히 정자가 나타나 다리쉼을 하게 한다.

기분 좋게 목을 휘감는 바람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그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는 산길을 올라간다.

선계 입적이라도 하는 듯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진다.

무심함  ….

걷는 것 만으로 마음도 자연처럼 무심해진다.

 

절이 나타날 것 같다는 곳에서  느닷없는 산중 포장도로를 만난다.

부처님의 뜻은 그렇지 않을 텐데

그 또한 부처님을 섬기는 누군가의 욕심이다.

수행에 한치의 방해도 용납하지 않으려고 고승대덕들은 속세에서 멀리 떨어 진 절벽 난간에 사찰을 은거 시켰는데

불국으로 가는 조용한 길 위에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와 무수히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를 끌어들인 사람은 또 누구인가?

오산과 사성암의 옥에 티라면 산중 깊숙이 속세의 번뇌를 끌어 들였다는 거

가난한 자들의 가슴에 더 많은 불심의 평화를 누리게 하려는 배려라 하겠지만 수미산은 더 멀어 만 보인다.

 

세상의 절은 모두 명당일 것이다.

어찌 이렇듯 기막힌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구비구비 섬진강과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마애약사여래불을 한참  찾았는데 이건 또 웬일?

 

무형문화재 220호 마애 약사 여래불은 사성암에 가두어져 있다.

도공이 바위에 마애불을 새기고 스님들은 바위에 붙여 법당을 짓고 뭇 중생들이 마애불에 범접함을 근원 차단했다.

얼마나 답답하실까?”

우린 법당의 창을 통해서만 여래불을 알현할 수 있으니 이 또한 부처님의 뜻은 아닐 것 같은데...

서두를 것도 없어서 우린 사성암에 오래 머물면서 부처님께 인사도 드리고 먼 발치의 풍경을 하나하나 감상했다.

  

문 위에 어느 스님이 쓰신 글귀 하나 붙어 있다.

자기 밖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하지 말라

자신을 갈고 닦아라

 

무릇 범인에게 자신의 갈고 닦는 도의 길이 그리 가까울 리 있으랴 만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생명의 숲 길을 걸어

이렇게 부처님의 세상을 기웃거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치 맑은 물과 바람으로 씻기듯 마음이 정갈해 진다.

 

오산 정상은 사성암을 내려와 다시 바윗 길을 따라 올라 산왕전과 배례석을 지나서 올라간다.

다란 표지석만 덩그러니 있는 정상에서 전생에 백만번 옷깃이 스쳤을 처음 보는 아저씨한테 기념 촬영을 부탁 드렸다.

오늘 처음 오산 사성암에 오르고 사진을  남기는 것도 스쳐 지나가는 삶을 위해 준비하신 부처님의 작은 깨우침일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오늘의 시간이 잔잔한 호수의 파문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음악의 여운처럼….

아름다운 풍경의 잔상처럼….

 

정상에 서면 섬진강이 정면으로 굽어들고 비옥한 들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무수한 날파리 들이 걸린 허공에 서 있는 거미줄을 보았다.

아래 전망대 난간 외에는 위로 연결할 만한 지형지물이 없는데 거미줄은 마술을 부리듯허공에 홀로 떠 있다.

하도 신기해서 가까이 가보니 멀리 정자 지붕에서부터 두가닥 거미줄이 길게 난간 전망대 난간에 드리워져 있고 그

거미줄을 지주삼아  안쪽으로 촘촘한 포획용 거미줄을 쳐 놓았다.

마치 강한 모험심에 예술가의 자질을 타고 난 거미 넘이다.

어떻게 이렇게 먼 곳까지 거미줄을 연결하고 허공에 그물을 던져  어장관리를 할 생각을 했을까?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기에 만물의 영장이라던데 도구와 머리를 사용하는 것이 사람만은 아닌 듯하다.

 

어느 동울원에 있는 도요새는 사람들이 빵을 주면 그 빵을 부리로 잘라서 연못에 던져 놓고 몰리는 고기를

부리로 나꿔 챈다.

어디 그것 뿐인가?

자기가 잡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덩치 큰 물고기가 다가오면 얼른 물에 불은 빵을 도로 꺼냈다가 큰 고기가 사

라지면  다시 집어 넣고 물고기 사냥을 한다.

평균 수명에 따른 환산나이에 근거하여 같은 나이의 아이와 침팬지로 실험을 했다. .

손이 들어가진 않는  고정된 비이커에  호두를 넣고  물과 컵을 옆에 놓고 실험했는데 아이는 아무리해도 호도를

꺼내지 못하고 침팬지는 물을 부어 호도를 꺼낸 후 맛나게 먹었다.

 

부처님의 세계에서 모든 생명은 윤회로 그 영역을 넘나들고 자연 속에서 인간도 하나의 피조물일 뿐이다.

자연이나 다른 피조물이 보기에 인간이란 꼴보기 싫은 밥 맛 아닐까?

거리낌 없이 순리를 거스리고 어줍지 않게 신을 흉내 내며 끊임없이 말썽을 만드는 문제아들

더불어 사는 법보다 혼자 잘살기 위해 파괴를 일삼는 약탈자들

자연 앞에 겸허지 지지 않는 한 그 역습의 칼날은 다시 인간들과 애꿏은 피조물들이  받아야 할 것이다.

 

오산에서는 온 길을 되돌아 내려가지 마라..

거기 좀 더 먼 곳에 불국이 있으니 ….

아름다운 둥주리봉 까지 사색과 명상의 좀 더 먼길을 돌아 내리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가는 길에 선바위 전망대 이정표를 만나면 꼭 선바위 전망대 까지 내려 갔다 오라.

먼 발치에 사성암도 보이고 외롭게 수행정진하는 선바위를 만날 수 있다.

그 아름다운 풍경이 담고 있는 작은 깨달음을 만날지도 모를 터이니

 

세상은 온통 푸르고  하늘은 드맑다.

능선을 가는 동안 계속 맑고 깨끗한 바람이 불어 주었다.

 

꽃이 보이고 새소리가 들린다.

오월엔 잠시만의 산중소요 만으로 숲이 흡사 요람처럼 편안해지고  내뿜는 자연의 기운이 온몸 가득 느껴진다.

부처님의 불력과 산의 푸름름이 오감을 깨우는 모양이다.

 

솔봉고개에서 임도를 만나 잠시 임도를 따라 가다가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그 곳에서 능선에 오르면 중산능선 갈리길 이정표가 서고 200여 미터 더 가면 배바위삼거리 이정표가 뜬다.

배바위 삼거리에서 등주리봉 가는 길이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우린 또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과 기쁨을 만났다.

그리고 봉우리 봉우리 마다에서 속세에 머무는 부처님의 자비와 평화를 만났다.

그 맑고 깨끗한 바람과 폴폴 날리는 꽃향기는 분명 부처님의 나라에서 불어오는 불국의 향기 같았다.

우리가 오산에 든 것은 정녕 부처님이 준비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음 가슴으로 느끼며 우린 그렇게 아름다운

여정을 마무리 했다.

여유롭게 진행했던 6시간여 성지순례 길이었다.

 

동해마을에서 죽연마을 까지는 약 3km이다.

나는 마눌을 동해마을 가게가 있는 보호수 아래 기다리게 하고 마라톤으로 죽연마을 까지 뛰어갔다.

3kg 늘어난 체중감소를 위한 극약처방인데 별로 신통치는 않을 것 같다.

산행 느낌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소리치고 싶다는 거  . 

                                                                                                                 오산을 우습게 알면 진짜 큰 오산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