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전둘레산길

5월의 계족산 황토길

 

 

 

 

 

 

 

 

 

 

 

 

 

 

 

 

 

 

 

 

 

 

 

 

 

 

 

 

 

 

 

 

 

 

 

 

 

 

 

 

 

 

 

 

 

 

 

 

 

 

 

 

 

 

 

 

 

 

 

 

 

 

 

 

 

계족산 황토길 예찬

 

오월이 여름 같음은 지난해 5월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더워지는 듯한 느낌이 온다.

남극의 빙하가 녹고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눈에 뛰게 녹아든다.

전통적인 수상도시들의 해수면이 올라가는 걸 보면 어쨌든 지구는 열씸히 데워지는 중이다.

모처럼 친구들과 계족산 황토길을 맨발로 걸었는데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임도의 울창한 숲길이 햇빛을

차단해서 그다지 더운 줄 몰랐다.

주임도가 산의 8부능선을 따라 4시간여 이어지는데 시종일관 길 양편으로 싱그러운 벚나무가 줄지어 늘어

서서 그늘을 만들어 준다.

가히 한국 100대 관광지에 선정될 만큼 도심 가까이에 있는 명품 숲 길이다.

인공으로 조성한 원시림에 황토 흙을 깔아 맨발로 자연으로 돌아가서 태고의 원시인의 평화를 경험케 하니

오히려 뜨거운 여름철에 돋보이는 멋진 길이다.

 

가끔 그 길을 걷는다.

그건 산에서 동떨어진 친구들과 만나는 교류의 장이고 스스로 홀가분해지고 편안해지는 힐링의 시간이다.

나는 무거운 등산화를 벗어 던지고 맨발로 흙의 촉감을 느끼며 그 동안 혹사시켰던 발을 위로한다는 명분

으로 다시 발바닥에 대차게 고문을 가한다.

이쯤 되면 메조키스트의 기질이 다분하다.

내가 기대하는 건 그 옛날 할머니 어깨를 주물어 드리면 어션타어 션타하는 그 느낌인지도 모른다.

발 마사지의 통증이 몰고 오는 시원함과 나른한 여운에 대한 그리움 일 수도 있다.

 

중국에 갔을 때 단체로 발마사지를 받는데 호리호리하고 낭창낭창한 아가씨가 내 앞으로 와서 나의 장딴지와

허벅지를 주무르는데 영 손마디에 힘이 없었다.

나는 제스쳐를 써가며 꽉꽉을 주문했고 난감한 아가씨는 옆에 아가씨와 뭐라머라 떠들더니 갑자기 둘이

위치를 바꾸어 좀더 야무져 보이는 아가씨가 나를 맛사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귀 힘은 대단해서 나는 움찔 거리며 고통을 참기에 급급했는데 참아내는 고통 만큼 뼈마디 까지

풀어주는 시원함이 따라 왔다.

그 날카로운 맛사지의 추억은 너무 강렬해서 그날 이후 몇 번인가의 해외여행 여행길에서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을 느껴야 했다.

동남아와 중국여행의 완성은 발마사지라는데...

그녀는 내게 맛사지의 기준과 진수를 알려 주었지만 나는 그날 이후로 그렇게 강도 높은  맛사지는 다시 받을

수가 없었다.

 

내일이 황정산 출정일 인데도 구태여 4시간 동안 내 발바닥에 고통을 가하면서 맨발로 그 길을 걸으려는 것은

지난날 잃어버린 그 짜릿한 쾌감을 다시 만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나간 시절의 무언가 아쉽고 그리운 것들을 찾으려는 건지도 모른다.

 

하나를 더 벗어 던지는 온전한 자유 !

그건 아련한 시절의 향기 같은 것이다.

바람 길에 묻어오는 건 흘러간 시간의 추억일 수도 있고 떠나간 친구의 얼굴 일수도 있고 오래 전에 잃어버린

동심 일 수도 있다..

 

그 길 위에서 그녀의 말이 생각이 났다.

따봉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는 나의 튼실한 허벅지와 장딴지를 마구 유린하면서 그녀가 던진 한마디였다.

내가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던 단 한마디의 칭찬의 말

거친 산을 야생마처럼 질주하던 그 때는 돌덩이 같았던 근육들은 이젠 조금씩 흐믈거린다.

근육은 풀리고 체중은 늘어가고

 

남들은 인정 안 하지만 난 그래도 라는 섬에서 아직 메아리 없는 청춘을 외치고 있으니 물 건너가서 발마사지

받을 기회가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

낯선  이국의 거리를 지칠 때 까지 걷고나서 흐물거리는 장딴지에 다시 전기 충격과 같은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맨발로 걷는다.

물 건너가서 발 마사지 받을 수 없으니….

이것도 좋다.

숲 밖은 땡 빛인데 아직 신록 우거진 길을 맨발로 천천히 걷는 것도….

버찌가 떨어져 발 바닥을 아프게 하고 핏물이 흘러 상처 난 발처럼 보이게 해도  맨발로 걷는 이 시간도 나름

좋다.

맨발로 그 길을 걷는 건 세월에 조금씩 낡아 가는 내가 늙어 가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늘 맨발에 고무신

신고 싸돌아 다니던 그 옛날을 떠올리며 미소 지으려 하는 것이다.

늘 혹사당하면서도 말없이 ㄸ오늘도 열쓈히 걸어 주는 소중한 내 발에게 어 션타라는 느낌을 느끼게 해서 그

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 주려는 것이다.

 

 

                                                                       2014년 5월 17일 좋은 친구들과 계족산 산책

                                                                        약 5시간 소요

 

 

 

                      

                         

 

 

 

 

 

 

 

 

 

 

 

 

 

 

 

 

2014 1월 18일 대학친구들과 계족산

http://blog.daum.net/goslow/17940040

 

 

2013년 8월 17일 고교친구들과 계족산

 http://blog.daum.net/goslow/17939974

 

 

2012년 12월 29일 좋은친구들과 계족산

http://blog.daum.net/goslow/17939884

 

 

2012년 2월 4일 성박사부부, 김상무와 계족산

http://blog.daum.net/goslow/17939671

 

 

2012년 1월 28일 성박사부부와 계족산

http://blog.daum.net/goslow/17939670

 

'대전둘레산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룡 종주  (0) 2019.09.09
대전 둘레산길 2구간  (0) 2013.08.26
대전 둘레산길 제 1구간   (0) 2011.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