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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둘레산길

계룡 종주

























































































































































































































태풍이 지나갔다.

예상대로 찻잔 속의 태풍

 

하지만 오늘도 태풍이 후유증으로 날씨가 흐리거나 바람이 불 것이다.

어제 사위가 드러난 보문산성에서 맞았던 세찬 바람이 좋았다.

어머님 댁에 다녀 오느라 보문 산에 올랐지만 계룡산 자연성릉에서 맞을 거칠 것 없는 후련한 바람

맛이 내내 아쉬웠다.

그람 내일 가지머

 

그리고 다시 오늘이 맑았고 나는 베낭을 둘러메고 계룡으로 떠난다.

비가 와도 좋다.

흠뻑 젖고 싶기도 하고 솜처럼 지칠 때 까지 걷고 싶기도 하다.

 

심리가 무너지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

욕심부리지 마라.

노년은 더 가지려고 애쓸 때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누려야 할 때이다.

너무 판떼기를 키우거나 쓸데 없는 일을 벌이는 것은 근심을 늘리는 일이다.

정말 난해하지 않은가?

시간이 개입하는 삶의 함수를 제대로 풀어 내기란

 

살아가는데 일이란 참으로 중요하다.

일이 시간의 가치를 빛나게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노년에 일이 가져다 주는 경제적인 유익을 누리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더 많은 시간 투자와 더 적어진 소득

스스로의 자유를 구속하는 사이 소중한 나의 젊은 시간은 모래시계처럼 흘러 내린다.

단지 적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내어주는 셈법이 과연 맞는 것인가?

적은 돈조차 벌지 않으면서 넘치는 자유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는 건  볼 만한 일인가?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기 위해 얼마만큼의 돈인 필요하고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만족할 수

있을까?

우린 돈의 가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하고 고뇌하느라 더 나은

삶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익창출능력이 현저히 감소되고 나서도 돈에 대한 집착을 내리지 못하는 순간 삶은 더 고달파지

고 인생은 낭비될 것이다.  

그것을 쫓기 위해 낭비되는 시간은 노구를 이끌고 애써 번 돈이 그것을 쫓지 위해 낭비되는 시간을

보장해 주는 건 우리가 돈에 대한 생각을 바꿀 때 뿐이다.

 

 

인생함수의 맥점

결국 절충안과 타협점은 자신이 찾아내야 한다..

 

그 타협점의 어느 선상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 있다.

3년쯤 아무런 근심 없이 더 넓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 을 떠 돌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래야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라 생각했는데 삶이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아니 어쩌면 나의 오늘은 늘 과감한 결단력과 배짱이 부족했던 내 삶을 반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몇 번의 해외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넓은 세상에 대한 갈망은 더 강해졌다.

모호한 삶의 안개 속에서 행복으로 난 길의 모습은 더 뚜렷해졌다.

나는 더 초조하고 조급해진다

더 많은 것을 움키려는 욕심이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삶의 엄혹한 진리 앞에서….

 

난 마음의 평화와 다음 여행 길의 노자돈을 얻기 위해 다시 일을 시작했다.

나는 나의 영혼을 설득하고 초로의 내 몸에게 다시 기다리라고 말했다.

똑 같아 지는 거야 다만 옛날처럼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밭을 가는 게 아니라 이제는 그냥 시들어

가기에 너무 아까운 나의 젊을을 위해 황무지를 개간하는 거야.”

 

돈이 가져다 주는 자유를 인정하기에 그 집착과 욕심을 떨쳐 내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쫒는다고

따라오는 게 아니고 더 많은 것들을 잃을 수도 있으니 생각과 마음을 바로 함이 더 소중한 것이라….

 

나의 여행은 언제나 돈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떠나는 것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내가 걱정해야 하는 건 더 많이 벌어야 하는 돈이 아니라 더 이상 울지 않는 가슴일

것이다.

더 너그럽고 더 둥글어지기 위해 나는 젊은 날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산과 숲에서 보내야 한다.

어쩌면 내게 돈이란 단지 더 멀리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는데 필요한 것일 뿐이다.

정말로 내게 가치 있는 것들을 사는 데는 그리 큰 돈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정말 가치 있는 것들과 교환할 수 있는 돈의 유효기간은 점점 줄어 들고 있다.

여전히 세상의 설파하는 그릇된 편견과 미망을 훌훌 털어내지 못하는 건 나의 어리석음과 한계 일

뿐이다...

 

쓸데 없이 성가신 친구들을 떼어 놓고 혼자 호젓하게 떠나는 길이 없다면 60에도 일을 놓지 않는

나의 삶은 정당화 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지금 무얼 해야 행복한가 ?

혼자만의 여행도 그 물음에 대한 해답 중의 하나 알 것이다...

 

주섬 주섬 여장을 꾸리고 곰국을 한 그릇 비우고 떠난다.

배낭에는 사과 1, 토마토 2, 계란 2, 우유2, 시리얼을 넣었다.

체력이 도리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천천히 게룡산 종주를 할 계획이다

장군봉부터 타야하지만 차량회수를 위해 지석골에서 오르기로 했다.

시방타임 915

잔뜩 흐린 하늘에 바람도 조용하더니 자연사 박물관 아래 온천 앞에 차를 파킹하니 비가 추실거린다.

일단 간을 볼 겸 우산을 펼쳤다.

스틱에 우산에 큰 카메라 까지 목에 걸면 그렇지 않아도 빡센 여정이 힘들어 질 것 같아 큰 카메라는

놓고 가기로 했다.

 

계곡 길은 축축히 젖어 있고 어제의 태풍의 잔해가 곳곳에 널려 있다.

그래도 길손이 몇 있다.

홀로 남자 하나 그리고 남자둘, 부부 하나

그들을 추월해서 올라 가는데 벌써 그 길을 내려 오는 사람들을 넷이나 만났다.

 

 

빗속에 길을 가다가 생뚱맞게 똥이 마렵다.

아침에 습관적으로 볼일을 보고 왔는네

하지만 어쩌랴?

야생에서 내쳐가 나를 콜스미하는데 그냥 가면 여정이 불편해 지는 법이다.

사주경게가 원만하지 않은 계곡길에서 그것도 비오는 날 

밑에서 따라오는 사람

혹시 우에서 튀어 내려올지 모르는 리스키한 상황에서 작은 바위뒤에서 꿩처럼 머리를 숙이고

볼일을 본다.

터져나오는 애슬픔이야 말로 대자연과 합일하는 거칠 것 없는 후련한 카타르시스다.

아랫 쪽의 인기척 때문에 부랴부라 고의춤을 여의고 다시 등로로 회귀하는데

위에서 헐레벌떡 한 산님이 내려온다.

환상의 타이밍이다.

초장부터 자연과 합일하고 몸이 더 가벼워지는 나!

 

우산을 접고 비를 맞기로 했다.

비도 많이 오지 않는데다 수림이 먼저 많은 빗방울을 받아내 주는 탓에

비에 젖어도 춥지 않다면 구태여 비를 가릴 필요가 없다.

 

전리품을 회수하다.’

장식용

바람에 부러진 상수리 가지

탐스런운 상수리가 4개씩 달려 있는데 이왕 부러져 땅위에 나둥구니 내 방을 장식하면 어떠냐?

 

비는 어느덧 그쳤다.

지석골 탐방지원센터를 거쳐 능선에 오르고 가득한 너덜 돌길을 따라 남매탑으로 가서 비로서

휴식한다.

1050   지석골을 출발한 후 1시간 35분 만이다.

아주머니 둘이 연신 탑돌이를 하고 있다.

 

잠시 휴식하다가 삼불봉에 올랐다.

비에 씻기운 맑은 봉우리들

여기저기 산허리에 운무가 걸려 있다.

 

자연성릉

게룡에서는 무수한 옥바람을 맞았다.

멀리 떠날 수 없는 날이면 그 장쾌한 산릉을 걸으며 바람을 맞았다.

나는 그 바람과 함께 늙어갔고 계룡은 그 잔등 위로 무수한 쇠파이프가 박혔다.

나는 어제의 바람을 아쉬워 하며 자연 성릉에 서서 지나간 바람의 길을 묻는다.

우린 모두 아픈 세월의 모퉁이를 돌아 왔다.

바람과 비는 그 시대의 아픔마저 맑게 씻어주고 그 상처에  새살을 내렸다.

나는 지나간 세월과 바람을 그리워 하며 다시 그 길을 걸어간다.  

운무는 말없이 산허리와 봉우리를 감돌고 있다.

 

관음봉에 올랐다.

별로 힘든줄 모르고 여기까지 걸었다.

관음봉에는 야자나무 양탄자가 깔려 있고 그 위로 지난 태풍의 무수한 잔해가 흩어져 있다.

관음봉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시시각각 피어나는 구름의 조화를 바라보다가 옥자지껄하는 무리를

벗어나 조용히 쌀개봉 가는 비등으로 스며든다..

 

 

쌀개봉 가는 길

삼불봉을 거쳐 쌀개봉을 가는 길에 허기가 느껴진다.

고픈 배를 움켜쥐고 거친 절벽길 위로 로프를 타고 오려려니 비로소 힘이 부친다는 걸 느낀다.

누가 보면 그럴 것이다.

무릉객  노구를 이끌고 시방 여기서 모하는가?

왜 그렇게 고단하게 사는가?’

삶의 길에서 고통과 기쁨은 등을 맞대고 있었다..

그 고통이 삶의 기쁨을 불러내는 마중물 이었다.

그 고통을 느껴 보아야 편안한 삶의 행복을 안다.

타는 갈증을 느껴 보아야 한 모금 물의 귀함을 알고

지극한 굶주린 이후에야 비로소 음식의 맛을 알게 된다.

그대 술의 멋과 맛을 아는가?

타는 갈증 속에서 마시는 한 잔 차가운 맥주의 카타르시스를 아는가?

 

피어나는 운무를 바라보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쌀개봉에서 홀로 식사를 한다.

우유 두 개에 복숭아와 토마도와 시리얼을 넣고 먹는 간편식

거기에 계란 두개와 빵은 스테미너를 위한 덤이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고원 레스토랑의 서구식 혼밥을 즐기는 나

 

황적 능선 길은 멀고도 험했다.

나는 조금씩 지쳐 갔고 물은 식수는 달캉거렸다.

아랫 쪽에서 개울물 소리가 세차게 나도 내려 가지 않은 건 그래도 견딜만 하다는 거

그래 나는 고행을 통해 나와 나의 삶을 되돌아 보고 있는 거다.

예전에는 기록 단축을 위해 생수 한 통을 가지고 이 길을 뛰다시피 걸으면서 탈진한 적도 있다.

다 지나간 추억 이지만

너무나도 많은 리와 추억을 가지고 있는 황적 능선 이다.

가다가 제법 굵은 독사가 길 옆에서 작은 나무 등걸을 타고 오르는 것을 보았는데 인기척을 내도

달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내가 조용히 피해 지나 가느라 모골이 송연해 졌다.

길이 축축히 젖어 있은 탓에 무수한 버섯이 자라고 있었다.

나처럼 도둑 산행을 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금지 구역이라 인적이 드문 탓에 길 옆에서 어린

영지버섯이나 싸리버섯도 눈에 띄고 이름 모를 무수한 종류의 버섯이 자라나고 있었다.

호젓하면서도 심심한 길인데다가 훗날 버섯 대가들의 자문을 받을 요량으로 눈에 들어오는 웬만한

버섯은 모두 사진에 담으며 걸렀다.

보기 힘들다는 망태 버섯도 보았고 생판 처음 보는 이름 모를 보라색 버섯도 보았다.

 

그냥 가슴 속 답답함을 비워내려고 자청한 길이었다.

어는 산행길이든 그러 했듯이 그 힘겨움 뒤에는 뿌듯함과 나른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물끄러미 나를 드려다 보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그 시간이 나는 좋다.

혼자 있으되 외롭지 않고 혼자 만의 그 시간이 나를 깊어지게 한다.

나는 날개 꺾인 새와 거세당한 종마의 아픔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인지 모른다.

스스로에게 늙어가는 말이란 걸 애써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더 먼 훗날이 아니고 아직 피둥피둥하고 푸루둥둥한 내가

나의 둥지와 새장으로 나의 세상을 규정하는 것은 내겐 견딜 수 없는 고통이고 헤어날 수 없는

권태일 것이다.

 

황적산을 내려와 날머리 펜스 철문을 넘었다.

위험한 그 문을 어렵게 넘었는데 넘어오다 보니 아랫쪽 펜스 철망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큰 구멍이 나 있다.

~~나처럼 넘어가기 힘들다고 판단한 어느 누군가 완전 철망을 뜯어냈다.

그래도 국가 기물을 파손하면 쓰나?”

 

시간은 6 10분쯤 되었다.

9시간 만이 이었다.

온천을 할 생각을 접고 그냥 집으로 돌아 오다 .

 

 

                                                                                     201998일 일요일 태풍 링링 지나간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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