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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덕유산 원추리

 

 

 

덕유산 능선은 어제 비에 맑게 씻기워 있었다.

태양은 구름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안개구름은 산허리를 감싸며 여기저기 흘러 다녔다.

맑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가는 덕유산 능선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7월 말에나 피는 노란 원추리는 능선 곳곳에서 반갑게 손을 흔든다.

 

고추잠자리도 오늘이 길일 임을 아는 모양이다.

중봉에는 하늘 가득 잠자리가 날았다.

 

신선놀음이 따로 있나?

뜨거운 여름날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천상의 화원을 거닌다.

오랜 세월에 침식되고 풍화되어 이젠 덕유 능선처럼  둥글어진  오랜 친구와 함께

말없이 흘러가는 산릉을 바라보기도 하고 가끔은 야생화의 수수한 아름다움에 발걸음 멈추고

그 수줍은 미소를 카메라에 담는다.


세월은 쉼 없이 흘러 갔다. 

성환아 !  우리가 철들고 살아온 세상이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구나 . “

우리 인생은 삼공리에서 출발해서 이제 서봉을 넘어 육심령을 향해 가는가?

 

소설가 박경리씨가 그랬다지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이 가고 ..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 하다.”

 

박완서 씨도 그랬지

나이가 드니 마음대로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서 좋다.”

 

성환아 우리 즐겁고 멋지게 나이 들어가고 있는 거 맞냐?

 

어느 길을 걸으며 평온하고 순수한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거

무심하게 아름다운 고원의 풍경과 들꽃의 향기에 취할 수 있다는 거

그 길을 걸어가며 점점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가슴이 더 후련해 진다면

이 단순한 산길소요가 사바의 어떤 기쁨에도 견줄 수 있는 시간이라면

오늘 우리는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더라도  우리 마음은 더이상 늙지 않고  오히려 더

젊어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세상에 없는거 세가지가 공짜와 비밀과 정답이라더니   

덕유의 능선에 서면  세상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다 공짜다... 


이렇게 드맑은 하늘

내 목을 휘감는 부드러운 바람 과 고원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좋은 친구와  길목 어디에서나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무수한 야생화들 까지... 



 ~헐

성환은 이 덕유산 능선 길이 처음이다.

성환아 넌 뭐 했냐? 이 멋진 세상을 지척에 두고…”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질량불변의 법칙처럼 행복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면 성환이 누리지 못한 지난날의 행복은

오늘 더 큰 감동으로 채워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우야튼 첫 번째 출정에 이 멋진 풍경이라니 오늘 운수대통 아이가!”

다 덕유 산신령님이 사랑하시는 무릉객과의 동행  덕분이고 흔쾌히 그 길을 따라나선

네 복이기두 하지”.

너의 아름다운 추억 한 페이지에 내가  원추리와 더불어 환하게 웃고 있을 터이니

이 또한 의미 있는 날 아닌가?”

 

눈부신 풍경 속을 걷다 보니 동엽령 하산이 아쉬웠다.

좀더 걷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 까지

어제 비에  탕탕히 흐르는 안성 계곡 길에 풍덩 뛰어 들었다.

 

칠연 계곡의 폭포는 다른 어느 때 보다도 우렁찼다.

마치 어느 순례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마음은 맑고 고요해졌다.

맑은 바람과 시원한 계곡 그리고 오랜 친구와 함께했던 멋진 여행길  

돌아오는 길에 추부에 들러 추어튀김과 추어탕 한그릇에 소주 한병 비우고 돌아오다.

 

20147 20일 일요일  성환과 덕유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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