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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천성산 (100대 명산 제 92산)

 

 

 

산 행 일 :  2015516일 일

산 행 지 :  천성산

    :   장흥저수지-무지개폭포-원효암-천성산제1-천성산제2-짚북재-성불암

             -주차장

    :   맑고 화창함, 바람 시원

    :   14km

소요시간6시간 8분소요(식사시간 30분포함)

    :   금강산악회 45

              달팽이, 보미엄마, 소희아줌마, 마눌 동행

          

 

 

시간

경유지

비 고

10:40

장흥저수지

 

10:49

무지개산장

 

11:10

무지개 폭포

 

11:27

이정표(무지개폭포5)

원효암1.3km,은수고개2.3km,무지개폭포 500m

11:34

죽림사

 

11:56

포장도로

 

12:07

정상으로가는임도

작업차량외 통제구역

12:15

원효암

 

12:45

식사

30

13:15

식사후 출발

 

13:26

정상부억새군락

 

13:36

1봉정상(922m)

 

13;43

1봉 출발

 

13:56

이정표

천성22km, 화엄늪1.2km, 흑룡사 3.4km

14:12

은수고개

 

14:40

천성산제2(855m)

 

15:05

이정표

짚북재0.7km, 천성23.9km

15:26

짚북재

 

15;52

이정표

성불암입구1.3km, 짚북재1.2km

16:00

폭포

 

16:05

알탕소

15

16:36

이정표(성불암계곡)

악우대, 천성제26.3km

16:43

성불암입구(다리)

천성2 4.5km/짚북재2.8km- 성불암 방향

천성제25.8km/짚북재5.1km-노전암 방향

16:48

내원사 주차장

산행종료

 

 

 

 

거북이하고 모처럼 함께하는 산행이다.

오래 전부터 거북이가 금강에다 달거북이란 이름이로 신청해놓고 나중에 시간이 되어 보미엄마와 소희아줌마  

까지 합류했다..

민둥산 포함하여 92번 째 100대 명산 순례길인데 올해 겨우 두 번 밖에 출정하지 못하다 보니 거부기한테

추월당하는 수모를 겪다.

백두대간에 밀리고 봄철 모임과 유희에 밀리고….

어쨌든 올해 안에는 끝내야지….

 

5월 걸맞는 화창한 날씨다.

게다가 산에는 조금씩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다.

봄날의 엷은 연무 때문에 조망이 흐리긴 해도 눈부신 초록의 능선은 펄떡이는 물고기 처럼 싱싱했다.

낙동정맥길에 천성 제2봉을 스쳐 지나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큰 산이다.

흡사 들길 같은 습지 산마루가 길게 이어진다.

1봉 정상에는 늪지가 조성되어 있어 무당개구리들이 서식하고 있었고 노랑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봄을 마주한 만물이 얼마나 행복하고 활기에 넘치는가?

그 생명의 기운이 충만한 그 길을 걸으며  나는 또 약동하는 대지로부터 푸른 젊음의 피를 수혈한다.

개구리는 1000고지 습지에서 알과 올챙이를 견뎌냈고 철쭉은 빈가지에 빙결된 서리와 눈을 견디고 다시

피었다.

나는 겨울내 백두대간을 빠대고 다니다가 다시 100대 명산 순례에 나섰다.

얼마나 좋은가?

언제나 내 눈 앞에 요술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

그 멋진 주인 없는 땅은 먼저 빠대는 넘이 임자고 그 샘솟는 감동은 먼저 누리는 넘에게 귀속된다.

고부가 알긋냐이 천성산에서는 살아 있는 만물의 영장인 내가 가장 우월하다.

잔뜩 오그라 붙은 나무들 그리고 결국 새움을 티우지 못하는 저 소나무 보다..

개구리, 달팽이나 달거북이 보다도

 

아쉽게도 철쭉은 한창 때를 지나 꽃잎을 접고 있었다.

낙동정맥 종주를 할 때 1봉은 군부대가 있어서 접근을 할 수 없었는데 이젠 군부대가 모두 철거되어 철책

사잇길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산 정상부는 여러 갈래로 길이 나 있었고 너무 많은 부분이 훼손되고 황폐화 되어 있어서 안타까웠다.

팻말을 보면 통로 이외의 철조망 지역에는 지뢰가 많이 매설되어 있다고 했는데 군부대도 모두 철거한

마당에 위험하게 지뢰를 매설한 상태로 방치한다는 것은 너무 심했다..

하루빨리 지뢰를 걷어 내고 황폐화된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원효암을 거쳐 뒤쪽으로 천성 제 1봉에 올라 인증샷을 했고 다시 편안한 능선길을 따라 은수고개를

거쳐 천성 제2봉에 올라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2봉 아래에서 내원사쪽 하산로가 있었지만 계곡이 길고 포장도로를 많이 걸어야 해서 짚북재 까지 능선을

따라 계속 이동했는데 오월이지만 벌써 초록의 숲이 만드는 그늘도 울창하고 길도 편안한데다 고 길 안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아주 쾌적한 산행이었다.

바람대장이 후미를 보아 주어서 거부기와 공룡을 탈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마눌의 하산속도가 느려서 뒤 떨어질

공산이 크고 또 명색이 마눌과 함께 가는 순례길인데 따로 코스를 잡는 것도 원래의 취지에 맞지 않아서

자숙하고 성불암 계곡으로 하산했다.

인생에는 늘 잃는 게 있으면 또 얻는 게 있다.

어둠과 빛, 기쁨과 슬픔은 늘 등을 맞대고 있다.

덕분에  올 들어 두 번째로 호전한 알탕을  즐기며  피로를 씻어냈고 바람 시원한  계곡길에 앉아 여유롭게

술 한 잔 치며 산행 후의 망중한을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소박하지만 바람길에서 즐겁게 환담하며 마시는 막걸리 한잔에도 살아가는날의 맑은 기쁨이  고인다.

도토리묵과 돼지머리 누른 안주에 담긴 풍류와 맛은 그 어느 산해진미에 비할 바 아니었다.

난 안다.  내가 떠나지 않는 다면 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더 빨리 떠날 것이란 걸.

문 밖을 나서면 봄의 길목 어디에서나 살아가는 날의 기쁨은 펄펄 날린다.

5월의 신록에 푹빠졌던 92번째 마눌과 추는 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