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했다.
백대명산으로 가는 산악회는 충일 명지산과 한마음 토요산악회의 오봉,용화가 있다.
분명 어딘가 한 곳은 취소될 것이다.
메르스 분위기가 안 좋으면 2군데 모두 취소될지 모른다.
이기는편 우리편 !
빙고!
충일은 꽁지를 내렸고 한마음 토요 산악회는 비가 오건 성원이 부족하건 밀고 나간단다.
한마음 토요 산악회
지난 가을 거북이 소개로 추월 여행길에 만났던 처음 만났는데 산우들의 친절함과 신입회원과 후미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산악회였다.
그날 멋진 추월의 풍경과 가슴 따뜻한 뒤풀이로 좋은 추억을 담았었다.
마눌이 다소 심란해 했다.
크로아티아 여행 댕겨왔고 갑작스레 일을 나가게 되어 한 달도 넘게 산에도 멀어져 있었으니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어있는 데 비까지 온다니…
거기다 일타 이피 백대명산 2개를 연결하는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내 성격에 간 김에 웬만하면 두 산을 다 오르려 광분할 테니 고생 줄 예약인데 엎친데 덮친다고 그날 따라 소아과
병동이 바빠서 새벽까지 근무하고 돌아오는 은비를 픽업 하느라 잠까지 설치는 통에 컨디션도 개털이다.
하지만 난 안다.
늘 그랬듯이 일단 배낭을 메고 짐을 나서는 순간 대문 밖에서 서성이던 즐거움이란 녀석이 착달라 붙어 갖은 애교를
다 떨어줄 것이고 비가 오건 바람이 불건 산 길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행복 두어 개는 배낭에 주워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내일도 청솔에서 용화산을 가긴 하지만 내일 푹 쉴 수 있는 오늘 산행이 훨씬 나을 것이다.
시원한 산행길이 될 것이다.
비는 맞겠지만 그리 많은 비는 오지 않을 것이고 여름날 멋진 가을산행의 추억에 젖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내려서는 길에 비를 만나기라도 하면 가뭄에 산의 축복과 세례를 받으면서 피서
한 번 제대로 해보는 거다.
혹여 운빨이 좋다면 산봉우리를 휘감는 몽환적인 운무 속을 거니는 횡재를 할 수도 있다.
산 행 일 : 2015년 6월 20일 토요일
산 행 지 : 용화산
코 스 : 큰재 – 전망바위-용화산-고탄령-시여령-배후령
날 씨 : 흐리고 ,말고, 비
거 리 : 약 7.6km
소요시간 : 약 4시간 33분
동 행 : 마눌과 한마음 토요 산악회 25명
시간 |
경유지 |
비 고 |
10:12 |
용화산 들머리 큰재 |
|
10:24 |
미인송 |
|
10:40 |
전망바위 |
|
10:54 |
용화산 |
|
11:01 |
칼바위 |
|
11:33 |
고사목바위 |
|
11:47 |
이정표 |
고탄령 1.5km |
12:11 |
식사 후 출발 |
|
12:55 |
이정표 |
시여령 0.6km, 고탄령 0.5km |
13:09 |
시여령 |
|
13;40 |
비가 오기 시작 |
|
14:43 |
배후령 임도 |
용화산 7.4km, 수리봉 7.8km |
14:45 |
배후령 |
빨래 끝 |
예상은 모두 기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우린 멋진 용화산의 암릉과 조망에 속절없이 가슴이 부풀어 올랐고 멋진 소나무들의 우아한 자태에 탄성을 올렸다.
가파른 오름길로 이어지던 용화산은 허리춤 곳곳에 청솔과 암릉의 조화로운 비경을 품고 있었고 짙은 녹색의 굴참
나무 숲길은 하도 울창하여 바람이 잔 능선에서도 그 시원함을 잃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오봉산도 넘으리란 생각으로 앞에서 많이 분발해 보긴 했는데 사진 찍으며여유롭게 히히락락하던
한마음 산우들은 너무도 쉽게 우리를 따라 붙었다.
시간과 속도를 감안할 때 역부족 이었다.
식사를 하기 위해 배낭을 내린 고탄령 1.5km전방 능선 공터에서 이정표를 확인하고 나는 우리의 페이스와 남은
거리를 계산하여 오늘 산행은 배후령에서 마무리 하기로 결정했다.
마눌을 채근해도 하산시간을 30분 초과하지 않고 청평사로 내려서기란 불가능하다.
온김에 다 돌아 보면 좋겠지만 다시 또 못 올 길도 아니다 보니 그다지 아쉬울 것도 없다.
오봉산을 포기하는 순간 우린 더 이상 시간에 쫓기고 마음이 급해질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
분발하고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산행 길은 발길도 마음도 한 결 여유로워졌다.
B팀 모든 산우들과 함께 어울려 기분 좋게 식사를 했다.
제각기 준비한 식단들이 호화롭고 이채로웠다.
막걸리, 족발, 닭강정, 곰취나물, 햄버거 까지…
우린 전매특허 열무비빔에 산행과 조망의 즐거움까지 함께 넣어 비볐다.
해가 계속 나와서 도저히 비가 올 것 같지 않은 날씨였는데 조금씩 흐려졌다.
누군가 곧 비가 올 거라고 했지만 난 아직 아니라고 했다.
오래 산을 다니다 보면 비가 들이쳐 올 때를 미리 알 수 있다.
비를 몰고 오는 시원한 바람과 흙의 향기가 먼저 건너와야 한다.
시여령을 지나서 조금 더 날씨가 흐려지고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난 마치 점쟁이라도 되는 듯 곧 비가 들이 칠 거라고 이야기 했는데 봉우리 하나를 넘어 얼마를 더 가자 갑작스레
비가 들이치기 시작했다.
웰컴!
너무 먾은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비라 산행한답시고 비가 안 왔으면 하는 바램 같은 것은 추호도 없었다.
그냥 반가운 손님이 오신 거다 .
마눌은 우비를 꺼내 입고 , 나는 우산을 폈다.
모처럼 대하는 여름 우중 낭만
비오는 용화 능선의 들뜬 분위기는 조용히 가라 앉고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우린 세찬 바람과 소나기 같은 장대비를 맞기도 하고 때론 목타는 갈증을 해갈하는 들뜬 나무들의 흥에 겨운 신음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맑게 씻기 우는 용화 능선을 주유했다.
용화산 능선에 내린 비는 내 마음까지도 촉촉히 적셔 주었다.
여름날의 낭만적인 가을 산행을 이었다.
여전히 비가 내리지만 조금씩 잦아드는 가운데 신비롭고 몽환적인 운무가 오락가락 하는 배후령 접속임도에 조용히
내려섰다.
38선 표석이 서 있는 배후령에는 우리의 붉은 베이스 캠프가 빗속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고 우리는 비 맞은
한 송이 들꽃처럼 싱싱해진 채 다시 제자리로 돌아 왔다.
인사말
어느 비오는 날의 한 편의 분위기 있는 수채화처럼 맑은 잔상과 따뜻한 여운이 남네요..
지난 가을 추월산에서도 느꼈지만 참 좋은 산악회인 듯 합니다.
오래 번창할 겁니다.
산을 사랑하고 사람 좋은 정이 느껴지는 사람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자연이 좋아서 모인사람들이기에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그 진정성과 가치를
알아 주겠지요…
다 좋았던 것 같습니다.
분위기 있는 날씨와 짜임새 있는 진행, 그리고 뒤풀이 까지…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성과 노력이 묻어나는 산행 자료준비와 상세한 설명 그리고 확실한 선두리딩까지 책임지신 길따라 산행대장님
계속 후미를 봐주시다가 시여령 넘어 총무님께 인계하시고 오봉산을 넘었던 산우님과 마지막 까지 후미와 함께해
주셨던 총무님
출중한 순발력과 재치로 시종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던 열정녀 경희 총무님
그 외에도 다정하고 친절하신 많은 산우님들 덕분에 즐거운 산행 무사히 마무리하고 입에 착착 달라붙은 성찬과
함께 기분 좋은 술자리의 호사까지 누렸습니다.
멋진 하루를 선물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환영해 주시고 멋진 사진도 많이 찍어주신 이슬새 부부님
1타 2피의 위업을 달성하신 5명의 전사들 축하 드리고 어디로 도망갈 일 없는 산, 후일
을 위해 남겨 두신 채 하나의 산 여유롭게 꼼꼼히 살피고 즐기신 산우님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한마음 토요 산악회가 늘 번창하시길 바라고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자연 속에 숨겨진 기쁨과 행복을 찾아가는
즐거운 여행을 계속해 가시길 빌겠습니다.
저 역시 벌려 놓은 일이 많아서 자주는 참석하지 못하겠지만 시간이 될 때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날 문득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샌디고 허즈밴드 땡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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