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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추월산의 가을 꼬리(100대 명산 제 90산)

 

 

 

 

가을의 추월산을 보렸더니 언제인지 모르게 시간이 훌쩍 지나 갔다.

올 가을은 제대로 된 단풍의 숲에도 들지 못했다.

계절의 낭만과 사색에 빠져 보지도 못한 채 대간 길에서 겨우 가을의 꼬리를 몇 번 잡아본 것 말고는 어이없이

보내는 2014년의 가을이다.

생뚱맞게 가을 속에서 여름여행을 떠났던 캄보디아 탓도 컸으려니 삶이 던지는 의외의 익살과 유머가 몰고 오는

기쁨의 댓가(?)를 애꿎은 가을로 치룬 셈이다.

결국 삶이란 전적으로 잃어버리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이의 호기심과 삶의 의욕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짧은 기간에 산행 전문가의 반열에 오르고 대전의 모든 산악회의 동향을 꿰차고 있는 거부기의 추천으로 추월산에

간다.

듣도 보도 못한 한마음 토요 산악회

그들과 함께하는 추월여행은 조용히 잠들어 가는 대지의 안식과 평화처럼 마음이 편안 했다.

 

추월산에는 몇 번 올랐다.

혹시나 해서 내 블로그에 추월에 관한 기록을 찾아보니 2006 3월의 호남정맥길에 올랐던 기록이 유일하다.

 

추월산(13:35 밀재로부터 1시간)

운무와 가경 그리고 거센 바람이 어우러진 멋진 여행길

수시로 바뀌는 풍광이 눈을 즐겁게 한다.

담양호를 굽어보며 호남벌의 걸출한 산세를 자랑하는 추월에 가는 길 내내 세찬 바람과 제 멋에 겨워 춤을

추는 운무의 호위를 받았다.

흰 나무 둥치에 푸르름이라고는 한 점 찾아 볼 수 없고 산릉에는 자욱한 안개가 흘러 흡사 겨울 산행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유명한 산이라서 그런지 인적이 드문 한적한 호남길에서 그래도  몇 명의 사람을 만난다.

마루금은 추월산 정상에서 바로 꺾이는 것이 아니라 2m 진행한 곳에서 좌측으로 꺾이는데 멀리 담양호가

보이는 그곳에서의 조망 역시 예사롭지 않다.

보리암봉! 이곳에서 보리암으로 하산할 수 있다.

추월산의 주 등산로는 추월산 국민관광단지에서 출발하여 보리암을 거쳐 여기 보리암 분기봉에 오른다.

그리고는 앞에 바라다 보이는 730봉을 거쳐서 낙차 큰 능선 길을 올라 726봉을 조금 지난 위치에서 복리암

쪽으로 내려선다.

 

 730 (13:50 추월산으로부터 15)

잠시 내려섰다가 완만한 오름 길을 오르면 730봉이다

보리암봉에서 400m 내려선 길에 월계리로 하산 하는 이정표가 있다.

1.1km 하산하면 월계리인데 그 곳이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 표지기가 빨래 널어 놓은 것처럼 걸려 있다.

무심코 가다가는 표지기에 홀려 월계리로 하산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뒤돌아 본 추월산이 담양호를 끼고 있는 멋진 풍광이 조화로운데 화창하지 않은 날씨라 푸르른 물 빛의 서슬이

느껴지지 않는다.

길일을 택해 안사람과 한 번 다시 찾아 오라는 추월 산신령님의 배려일 게다.

 

726(14:20  730봉으로부터 30)

가끔 뒤를 돌아 보며 담양호가 따라오는 지나온 길의 풍광을 즐기며 앞 쪽의 기묘한 바위들의 독특한 형상을

감상하며 또 일행들과 담소하면서 거친 암릉 지대를 올라 727봉으로 간다.

산정에 노래를 부르는 이 하나 있다.

이어폰을 끼고 있는지 인사를 해도 돌아 보지 않는다.

일행들과 잠시 휴식하며 멋진 조망과 고원의 평화로운 풍광에 젖는다

6차 호남 길에는 추월산과 담양호 그리고 건강한 능선의 흐름 길에 도열한 멋진 산군들이 인상적이다.

 

 

산 행 일 :  2014 12 29일 토

산 행 지 :  추월산

    :  맑고 따뜻하다.

    :  7.8km

           부리기재   용치마을  0.7km

           마을들머리 능선이정표 1.3km

           능선이정표 추월산 정상 3.3km

           추월산정상 보리암정상 1.3km

           보리암정상 주차장 1.2km 

소요시간 : 4시간 40(식사 약 20)

    : 마눌 (한마음 토요 산악회) 

 

         

 

시간

경유지

비 고

10:00

부리기재 출발

 

11:10

능선 이정표

추월산 정상 3.3km, 등산로 입구 1.3km

11:39

복리암 정상 이정표

 

11:45

전망바위

식사 20

12:10

식사후 출발

 

12:52

월계 삼거리

월계리 1.55km

13:00

추월산(731m)

보리암 정상 1.3km

13:40

보리암 정상(692m)

주차장 1.2km

14:06

보리암

 

14:21

보리암 전망대

 

14:30

추월산 대피소(동굴) 

 

14:40

하산완료

 

 

 

 

이번 산행의 들머리는 제6등산로 부리기재의 견양동 버스 정류장이다.

견양제(저수지)가 나타나고 뽕나무 밭을 지난다.

소박한 마을이 나타난다.

용치마을이다.

견양동은 계곡의 물이 좋아서 나환자들이 치료를 하기 위해 들어왔던 곳이라 한다.

1961년 견양동과 용치리를 합해서 용치마을이 되었다 한다.

 

유난히 감나무가 많은데 그 씨알이 너무 작다.

마을사람들은 감을 딸 생각이 전혀 없는 듯 감나무마다 무수한 작은 감들은 홍시가 된 채 가지에 매달려 있다.

잔 바람에도 떨어질 것 같은 작은 애처러움은 잎새를 모두 날려버린 빈 가지에서 늦가을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푸른하늘과 어우러진 감나무의 풍경이 너무 좋아 오늘도 마구잡이 셔터를 누르다 보니 초장부터 가장 후미로

나 앉았다.

 

입맛을 다시다가 들머리에서  결국 홍시 2개를 따서 마눌과 나누어 먹었다.

가지에 매달린 채 자연에서 숙성된 토종감의 홍시는 그 맛이 가히 일픔이다.

 

그 다음부터 계곡에서 이정표가 나타나는 능선 까지오르는 길은 너무 가파른 된비알이라 까딱 한눈을 팔다가는

배낭무게로 홀딱 뒤집어져 꼬꾸라질 듯 하다.

겨울 초입의 날씨 같지 않게 따뜻하고 화창한 날이라 바람이 없는 계곡 비탈을 오를 때 등에서는 땀이 많이 흘렀다.

사실 몸이 채 적응하지 못한 산행 시작 후 1시간이 가장 힘든 법인데 초장부터 예비 동작 없이 쳐 올라가는 이런

형태의 산행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어쨌든 우린 산의 난이도나,  산악회에 관계없이 100대 명산 길을 맡아 놓고 꼴찌다.

대 놓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아닌데  늘 발길은 풍경에 밀리고 속도에 밀린다. 

 

능선에서는 막걸리 한 잔을 얻어 먹었다.

능선에 부는 시원한 바람과 멀리 까지 눈길을 허락하는 멋진 조망이  산색이 고운 가을에 들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오늘 산악회에 처음 온 사람들이 우리까지 네 명인데 버스에서 앞으로 나서서 소개의 인사말을 하게 하더니 등산

내내 신입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바람과 함께 능선을 넘어가며 바라보는 풍경은 그 옛날 몇 번은 만났을 터인데 마치 처음 대하는 풍경처럼 새로운

맛으로 다가온다.

인간이 유한한 기억력으로 대하는 천의 얼굴을 가진 자연

마음의 문이 닫히지 않는 한 무수한 변수의 메트릭스가 펼치는 영상의 미학에 그 작은 뇌세포가 감히 어떤 식상함을

느낄 수 있으랴?

자연은 비록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한번도 같은 작품으로 우리를 초대하지 않는다.

무수한 변수의 조합에 의해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자연의 풍경이 계절마다 서로 다른 멋과 향을 날리니

우린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자연 속을 거닐며,  보고 느끼고 감동하면 될 일이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여행이 있듯이 자연도 계절마다 저마다의 향기와 아름다움이 있다.

 

추월의 아름다운 단풍을 잃었다.

하지만 겨울 초입 빈가지 사이로 추월의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을 만나고 푸른 하늘 아래 멋진 조망의 기쁨을 누렸다.

4월 어느 맑은 봄날에는 꼭 다시 오르고 싶다.

식사를 했던 전망바위와 보리암 봉우리에서 담양호와 어우러진 첩첩 추월세상의 신록을 내려다 보고 싶다.

장관일 게다.

저마다의 능선이 흥겨운 봄의 왈츠를 추는 모습과 대지에 울려 퍼지는 전원교향곡의 부드러운 선률은

 

보리암은 길에서 잠시 벗어나 있다.

어느 산님은 힘들어 그 길을 포기 했지만 추월산에서 장말 놓치기 아까운 것은 바로 이 보리암 풍경이 아닐까?

입구로 내려가는 계단 오른쪽 암벽에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부인 흥양이씨가

순절한 곳을 알리는 명문이 있고 입구에는 갈수기라 수량은 적지만 작은 샘이 나그네의 목을 축이게 한다.

 

마치 사성암처럼 절벽 난간에 교묘하게 안치한 소박한 부처님 도량이다.

암자와 마당은 남쪽을 바라보며 거칠 것 없는 후련한  고도감으로 푸른 담양호와 일대산하를 굽어본다

절벽 한 켠에는 연륜을 가늠하기 어려운 아름들이 고목 유서 깊은 보리암의 역사에 장구한 세월의 무게를 보탠다.

산사를 불어가는 맑은 바람 그리고 삶의 어깨 위로 깨달음을 하나 얹을 것 같은 맑은 고요와 그림 같은 풍경

그 곳에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경건해지지 않는다면 그건  영원히 고칠 수 없는 선천성 정서불안의 중병일 것이다.

 

보리암 하산 길은 내가 걸어 보지 못한 길이었고 바라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절벽을 따라 급강하 하는 길에는 내려가기 쉽게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가던 발 길을 멈추고 바라보는 곳마다

화려하지 않지만 마음을 흔드는 한 폭의 은은한 동양화가 걸린다.

 

우린 후미에서 졸참나무 잎이 수북히 떨어진 길을 따라 보리암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끝까지 속도를 늦추어 가며 후미를 지켜주던 산님의 배려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우리 귀연도 마찬가지지만 대다수의 산악회가 표지지 한 장씩 깔아주고 꽁지 빠지게 갈길 가기 바쁜데 여기는 무전기로

선두와 교신하면서 불편할 정도로 후미를 챙긴다.

 

쌀쌀한 날씨와 준비하는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배려해서 식당에서 뒤풀이를 하는 바람에 따뜻한 음식점 안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와 환담을 나누며 여유롭게 술 한잔을 쳤다.

지난 10월 대암산 이후 오랜만의 출정이고 요즘 체중까지 제법 늘어난 마눌에게는 가파른 등로가 꽤 힘들었을 산행이지만

좋은 날씨와 멋진 풍경 그리고 다소 짧은 산행 시간이 그나마 산행의 피로를 많이 덜어 주었다.

100대 명산 치고 이 정도 어렵지 않은 산이 몇 개나 있으랴?.

지각의 아쉬움으로 만난 추월산이지만 가슴이 후련해지고 따뜻해지는 멋진 늦가을 산책이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길에 대한 여운과 한 잔 걸친 후의 기분 좋은 포만감으로 그렇게 편안한 귀향길에 올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