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잊는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가끔은 잊는다 인생이 아름답고도 슬픈 나비의 아쉬운 날갯짓 이란 걸
마눌은 크로아티아로 떠났고…
난 토요일을 아이들과 함께 하려 했는데 모두들 훨훨 날아가서 빈 아파트에 나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그랬구나 …
난 무의미하게 흘려 보낸 시간에 항거하기 위하여 오랜 세월 시간 속으로 떠났던 것이었다.
어느 산길 하이에나의 부패한 입냄새가 만나던 황홀한 고독이 진정한 삶의 기쁨이었음을
내가 만난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이 내 삶에 의미가 되고 행복을 불러내는 주술이었음을…
자유를 박탈당한 채 콘크리트 방에 투옥되어 보낸 하루가 재 충전을 위한 휴식일 수 있다면 그건 다음날의 자유
때문 일 게다.
희망을 깔고 누운 채 탈옥을 포기하기엔 뜨거운 태양과 아직 싱싱한 나의 젊음이 부끄러운 날이다.
속리산이 이름처럼 그렇게 깊다는 걸 충북알프스에서 알았다.
늘 천왕봉과 문장대 언저리를 돌며 속리산이란 그저 계룡산처럼 친구들과 언제나 쉽게 오갈 수 있는 동네산이라
생각했었다.
깊고 내밀한 아름다운 비경들 …
통제구역이란 이름으로 남겨진 그 봉우리와 골짜기를 따라 신선의 땅을 소요하는 신비와 절절한 감동은 오랜
세월에도 긴 여운과 잔상을 남겼다.
가보지 않은 속리산 깊은 곳
산우들이 그 길을 간다고 했고 딱히 갈 곳이 정해져 있지 않았으니 난 마눌 없는 새벽에 딸래미 직장을 보내고
주섬주섬 도시락을 싼다.
어젯밤에 한 밥 그리고 총각김치 …
딸래미는 날씨는 여름처럼 무더워지고 메르스는 점점 심해진다는데 왜 혼자 산에 가냐고?
“아이다 혼자 아이다!”
산은 점점 깊어지고 우리는 속세를 떠나 더 멀리 신선의 땅으로 다가 갔다.
터질듯한 가슴과 턱에 차는 숨에 살아가는 날의 기쁨이 격하게 요동친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우리의 산하는 여전히 아름답다.
평반 바위 두 곳을 보아 두었다.
어느 가을 날 홀로 그곳에 올라 반드시 책 한 권을 읽으리라
바위와 세월을 베고 누워 혼자 자나온 나의 날들과 내가 누렸던 가슴 벅찬 기쁨들을 추억하리라 !
나에게서 이미 도시 냄새는 지워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계곡을 흘러 내리며 올 여름 통산 3번 째 알탕을 시도 했다.
물은 너무도 차가워서 1분을 담그고 있을 수가 없다.
오늘 내 몸에 밴 세상의 악취 , 내 몸에 쌓인 삶의 노페물들은 모두 날려 갔을 것이다.
땀에, 바람에, 갈수기의 청청한 계곡수에….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과 보은에 들러 순대 한판 놓고 술 한잔 치다.
2015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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