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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이기자 전우 10차 모임 - 안면도 일원

 

 

 

 

 

 

 

 

 

 

 

 

 

 

 

 

 

 

 

 

 

 

 

 

 

 

 

 

 

 

 

 

 

 

 

 

 

 

 

 

 

 

 

 

 

 

 

 

 

 

 

 

 

 

 

 

 

 

 

 

 

 

 

 

 

 

 

 

 

 

 

 

 

 

 

 

 

 

 

 

 

 

 

 

 

 

 

 

 

 

 

 

 

 

 

 

 

 

 

 

 

 

 

 

 

 

 

 

 

 

 

 

 

 

 

 

 

 

 

 

이기자 10차 모임

일자 : 2010년 10월 8일 ~9일

장소 : 안면도 일원

날씨 : 맑음

 

 

함께 대청봉 일출을 마주하며 우린 젊은 날의 추억을 되돌아 보기로 했던 야심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설악산신령님이 입국비자를 내어주지 않았다.

신령님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시겠지

길일이 아닌 모양이다.

그날 바쁜 일정으로 일출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셨거나, 올해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단풍이 좋지 못하거나

아님 엄하사의 허리가 좀더 좋아진 다음에 오라시는 배려 일지도

다 부처님의 뜻이려니

우린 내년 가을을 기약하고 내년에 비자가 나오지 않으면 또 다음해에 간다.

 

어쨋든 이기자 10차 모임의 테마는 설악의 가을여행 대신 미각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서해안 여행과

쭈꾸미 낚시로 180도 바뀌게 되었다.

 

엄하사가 모든 일정을 조율하였고 우린 천안 아산역에서 3개월만에 다시 반가운 해후를 했다.

700만원 짜리 뱃살빼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청림의 배는 쑥 들어갔다.

무려 7kg를 뺏으니 볼테기가 쑥 들어 갔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배와 허리만 들어가서 S라인만 살아나고

얼굴도 빤지롬하다.

이번 미각여행에서 망가질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작심하고 돈들인(?) 보람은 있어 보인다.

청림이 배는 들어갔는데 엄하사 배는 여름보다 훨씬 튀어나왔으니 다음 타켓은 엄하사 !

조심하라구!

 

10 8일 일정

서산 운산면 용현리 마애삼존불 알현

개심사 경내를 돌아보고 막걸리 한잔

홍성 남당항에서 꽃게와 낚지로 소주한잔

해미읍성 산책

방포등대 투어

숙소에 여장을 풀고 영목항,방포항을 거쳐 백사장항 까지 이동

이동과정에서 방포항 해넘이 감상

백사장항 등대횟집에서 술과 저녁 식사 

 

 

10 9일 일정

아침  해물라면 자가 요리

영목항 출항 바다 좌대에서 쭈꾸미 낚시

백사장항으로 이동 전주식당에서 게국지 중식

간월도 산책

천안아산역 도착 커피 한잔 후 헤어지다.

 

사라진 KTX 열차 때문에 1시간 이상을 먼저 와서 기다린 최병장 입이 댓발 나와 궁시렁거리다.

천안아산역에서 10 10분에 만나 서산 운삼면 용현리 마애삼존불상으로 이동하여 천년의 미소와

함께 여행을 시작하다.

 

그 또한 부처님의 배려가 아닐까 ?

숱한 날 서해안과 안면도를 빠대고 다녔어도 그 자비로운 백제의 미소를 전우들과 함께 대할 수

있었던 건

젊은 날의 우리를 다시 만나게 이끈 어떤 힘이 넉넉한 백제의 미소처럼 좀더 둥글고 너그러운 마음

으로 함께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아 가라고 인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을의 길목에서 고즈녘한 산사의 정갈한 고요를 다시 만났다.

숲을 감돌아 온 부드러운 바람이 목을 휘감고 맑을 가을 향기를 전해 주었다.

무수히 변하는 세상에서 변함없이 거기 있는 것들과 만나는 시간은 늘 뿌듯한 기쁨이다.

산이건 ,절이건, 친구건

어디를 가느냐는 것보다 누구와 가고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는 것이 더 중요한 여행 길 

 

옛날 함께 총을 쏘며 놀았던 친구들이라 해미읍성에서 활시합 한번 하려 했는데 내일 축제준비로

관계자 모두들 경황이 없는 바람에 활터는 개방되지 않았다.

아깝다!”

청림이한테 육군하사 도하사에 대한 존경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남당리에서 낙지와 꽃게로 술한잔 치고 방포를 거쳐 영목항으로 이동 숙소에서 여장을 풀다.

잠시 휴식 후 저녁식사 겸 술 한잔 하러 횟집을 물색을 하는데 인근에는 마음에 드는 횟집이 없다.

싱싱하고 좋은 횟감에 관한 한 깐깐한 청림의 눈높이 덕분에 우린 결국 영목항에서 방포를 거쳐

백사장 항까지 서해안 일대를 죄 헤집고 다니다.

날은 어두어지고 배는 출출해지고

제대로된 횟집을 찾아 헤메는 중에 방포에서 꽃지로 떨어지는 일몰을 바라보았다.

몰운대 일몰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어쨌든 청림 덕분에 우린 라스베가스처럼 휘황찬란한 네온이 켜지는 백사장항 등대횟집 라운지에서

낭만적이고도 분위기 있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한 계절 쌓인 회포를 풀 수 있었다..

 

써빙하는 이모들이 그랬다.

우리가 형제 같다고

우린 세월에 둥글어 가고 조금씩 닮아 가는 모양이다.

 

끊이지 않던 남자들의 수다와 알딸딸딸한 백사장의 추억을 뒤로한 채 우린 낙지와 조개를 포장하여

섬마을 펜션으로 돌아왔다. (백사장 영목 대리운전비 5만원은 청림이 세이브하다.)

심야 해변의 2차리그에서 해물라면 끓여 먹을 거라고

 

나이는 몬 속인다.

오자마자 엄하사 침대에서 바로 잠들고, 다음 최병장 잠들고 , 차하사 잠들고

나도 배불러서 해물라면 끓여 먹을 생각은 못하고 홀로 11시 뉴스 마지막까지 시청하고 잠자리에 들다.

 

다음날 아침

비몽사몽에도 아침 잠이 없는 늙은 새들은 하나 둘씩 잠을 깨는 소리 어렴풋이 들린다.

난데 없이 박수를 쳐대는 소리에 잠이 확 달아나다.

차하사의 요란한 아침운동 소리다.

조용한 새벽부터 힘없는 모기는 왜 때려 잡냐고요?

 

펜션 주인 아줌마가 영목항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동편 앞바다가 조금씩

붉어 진다.

먼바다로 낚시를 나가는 사람들이 분주한 영목항

머리를 감고 홀로 해변으로 나가 서해안에서 힘차게 떠오르는 붉은 해를 마주하다.

 

차하사가 찾으러 와서 함께 팬션으로 돌아가니 최병장이 맛있는 해물라면을 끓여 놓았다.

쥑이는 맛이다.

이건 라면이 아니라 해물탕이다.

낙지 한마리씩 4만원에 각종 어패류 2만원 이상

한 그릇에 15,000원 이상 가는 내 평생 가장 비싼라면

청림이가 잘 끓인건 인정하지만 사실 이정도 재료 넣고 맛 없으면 그건 뒷짐지고 발로 끓인 거다.

내 기억에 가장 맛있었던 라면은 이기자 부대 시절 겨울에 야간 동초 서고 내무반에 돌아와 뻬치카에서

끓여내어 한 잔의 경월소주와 함께 마시던 그 라면이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우린 영목항 막사에서 하루를 보내고 그 시절의 전우들과 그 맛에 버금가는 해장라면을 재현했다..

이만하면 우린 꽤 멋진 초로기를 보내고 있는 거다.

 

사람이 확 달라졌어요!”

운전도 요리도 설거지도 모두 최병장이 다 했다.

체력관리도 열심히 하고, 건강을 위해 과음도 자제하고, 요리에 뒤치닥거리도 도맡아 한다.

최병장 따봉이다.

최병장 빠지면 이모임 파산이다.

 

쭈꾸미 낚시

어렵게 던진 내 낚시는 2번을 허탕치고 나서 둔중한 느낌이 왔다.

강하게 당기는 포스가 이넘은 쭈꾸미가 아니라 우럭인 모양이다.

근데 이넘의 낚시는 아무리 댕겨도 펄떡이는 진동이나 감겨오는 손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친구들 중 가장 초짜가 마수거리를 하는 짜릿한 전율도 잠시

 

내 낚시는 시작한지 3분도 안되어 바다 밑 어딘가에 걸려서 끊어버려야 했다.

흐미 친구 따라 바다낚시 왔지만  살생은 역시 어려운 것이여

낚시 포기 그리고 먹기 모드로 전환

역시 난 낚시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초장의 전의 상실

난 앞이로 쭈꾸미 낚시는 다시 하지 않겠다.

친구들과 같이 가도 잡지는 않고 잡은 것 먹기만 하겠다.

 

낚시 4개와 무수한 추와 루어 미끼

라면 5개들이 1봉지

대짜배기 초고추장

소주 두 병 맥주 6개 와 엄청난 주전부리들

 

쭈꾸미 낚시는 우리가 어신으로 인정한 청림이 있어도 허당이었다.

차하사 느티농장 200평은 벌초했을 시간에 우린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꼭 한마리 잡겠다고 자리를 옮겨가면 낚시대를 드리운 종상의 눈물겨운 노력도 허사였다.

우짜 이런 일이?”

우리 직원들은 아이스박스 꼭 가져가라 했는데….

산더미 같은 준비에도 아랑곳 없이 우린 정말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단 한마리도!”

 

박교수왈

쭈꾸미가 우리를 잡지 어떻게 쭈꾸미를 잡느냐?” 했다더니

인당 평균 어획량이 10마리는 고사하고 물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쭈꾸미를 한 마리도 구경하지 못했다..

 

그래도 쭈꾸미 데친 것 맛은 봤다.

한 마리도 못 잡는 것 보고 측은했던지 옆집에서 나눠 주어서 소주안주로 초고추장 찍어 먹었다.

자연산 싯가로 23 3000원 짜리 비싼 쭈꾸미였다.

 

쭈꾸미를 못 잡아도 괜찮다.

우리가 가을에 다시 만났고 서해안을 누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거 

바다 바람을 맞으면서 친구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나누고 또 하나의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든 것만으로

 우리 여행은 값진 것이었다.

 

쭈꾸미만 잡지 못했지 꽤 재미있고 호사스러웠던 미각여행이었다.

채 꺼지지 않은 배가 도저히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은 대짜배기 서산 특산 게국지는 순식간에 바닥을 드

러냈고 우린 안면도 관문 간월도를 거쳐 다시 일상으로 돌아 왔다.

겨울엔 동해의 푸른 바다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

 

봄과 여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가을은 그 봄과 여름보다 더 빨리 지나 갈 것이다.

그래서 가을은 조금 아쉽고 쓸쓸한 것인지 모른다.

우리 인생의 가을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짧아서 더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 인생의 가을 날이다.

상주의 여름밤은 미소짓는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고 수두리 양강변에 불던 시원한 바람이 벌써 차가와

졌지만 영목의 가을밤 또한 낭만적이다.

떠오르는 태양도 아름답지만 서강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도 아름답다.

어제 핀 꽃도 아름답지만 묽게 물드는 단풍도 아름답다.

우리 남은 시간도  방포항 일몰처럼 아름답고 그윽한 백제의 미소처럼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엄하사 !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미각 여행이었네  

최병장 도맡아 운전하고 요리하고 설겆이 까지 하느라고 정말 수고 많았네

친구들과 함께해서 즐거운 시간이었고  오래 기억될 가을날의 멋진 추억 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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