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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제주도 2일차

 

 

 

 

 

 

 

 

 

 

 

 

 

 

 

 

 

 

 

 

 

 

제주도 2일차

 

성산 일출봉 일출감상

선미식당에서 성게미역국으로 아침식사

용눈이오름 산책

아부오름(앞오름)산책

교레손칼국수에서 닭칼국수 점심식사

두모악 김영갑겔러리 관람

사려니 숲길 산책

대진 활어횟집에서 저녁식사 & 술 한잔

 

 

성산 일출 감상

내 몸에서 뿜어 나오는 기는 자타가 인정한다.

내가 오래 타고 다닌 차의 주유판과 계기판은 고장 나지 않은 게 없다.

손목 시계도 3년을 넘기지 못한다.

2년 째 접어든 내 전자 손목시계도 조짐이 이상하다.

 

내가 빨아들인 천지 기운 때문이다.

백두대간과 정맥 그리고 백대명산 까지 우리나라 명산 가경은 죄 빠대고 다녔고 대한민국의 명산과

일출명소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기운은 받지 않은 곳이 별로 없다. 

다 지리산신령님 덕분이지만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천왕봉 일출은 해마다 갈 때면 만나서 뒷동산

일출 보는 것 같았다.

지난해 가을에는 마눌과 아들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일출을 본다던 울릉도 내수전 전망대에서

멋진 일출을 만났다.

그런 내가 제주도에 왔으니 한라산 일출은 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성산 일출은 보아야지

 

그래서 첫날의 숙소도 성산 일출봉을 걸어서 갈 수 있는 불루마운틴 호텔이었다.

 

피곤한 마눌이 이번엔 안 가려고 굳게 마음먹지만 새벽 같이 일어나서 설쳐대는 통에 잠이 달아

나 버리는데 도리가 없다.

당근 같이 가야쥐..

우리가 이만큼  행복하게 잘 사는 것도  천지 자연의 기운과 하느님과 부처님과 산신령님과 많은

분들의 도움 때문인데..…

우리가 산과 바다에서  받은  욱일승천하는 태양의 기운도 상당한 몫을 할 것이다.…

사실 약간 피곤하긴 해도 아름다운 곳에서 동터오는 새벽을 맞는 그 감동과 기쁨은 필설로 헤아리기

어려운 감동이다.

 

어쨌든 우린 콧구멍이 벌름거릴 정도의 상쾌한 제주도 해안 공기를 마시며 성산 일출봉에 올랐다.

어둠 속에서 준동하는 이름 모를 꽃의 강한 향기를 맞으며

예상 밖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평일 일출을 보러 몰려온다는 건

 

태양의 밝고 충만한 기로 내 몸을 가득 채워  어둡고 우울한 기는 죄 몰아내자!,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빌었다.

순조롭고 원만한 마무리를 이루게 하셔서 감사 드립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순리대로 살겠습니다.

지금껏 잘 살아 온 것처럼 앞으로도 잘 살아가게 해 주소서

가는 길을 지켜주시고 항상 기쁨과 즐거움 속에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늘 따뜻함과 여유로움을 잃지 않게 하시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필요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보살펴 주소서

 

맑은 아침 햇살이 비치는 일출봉과 일출봉에서 내려다 본 성산포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제주도에 자주 갔어도 늘 한라산에 머물다 오다 보니 성산 일출봉은 올라 본지는 5년쯤 된 것 같다.

오르는 길도 넓은 돌길로 말끔히 단장되어 있었고 해맞이 전망데크도 설치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일출을 맞이하게 만들어 놓았다.

하산하는 길은 반대편으로 목재 루트를 만들어 사고의 위험과 교행의 어려움 없이 편하게 하산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 하면서 탐방객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새벽 일출을 보고 나서 아름답고 서정적인 제주의 아침에 한껏 들뜨고 고무되어 행복한 기대와

예감으로 멋진 2일차 제주의 여정을 시작한다.

 

 

용눈이오름,아부오름  산책

약간의 가슴울렁증이 있었다.

기분이 좋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황금의 햇살이 쏟아지는 동화 속의 동산을 올라갈 때 산을 오를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부드러움 그리고 무언가 친밀하고 편안함

억새들이 손을 흔들고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주었다.

조금씩 높아가는 고도에도 시야는 점점 광활해지고 풍경은 그림 같아 진다.

이래서였구나.

김영갑이 제주도의 오름에 홀렸던 것은

 

내 속 깊숙이 잠자고 있는 평화와 안식을 깨우는 고요한 힘

어릴적 뒷동산에 오르는 천진난만한 동심을 돌아가는 느낌 같기도 하고 어릴적 꿈을 만난 것 같은

아련하고 몽롱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둥근 곡선의 단순함이  가슴 뭉클한 상념을 불러 일으키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수 많은 풍경 앞에서 콧날이 시큰하고 눈물이 핑 돈 적이 많이 있었지만 오름에서 이런 평화로운

감상을 만나리라곤 얘기치 못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제주도에 넋이 나가고 제주도의 혼불이 된 김영갑이 가장 사랑한 오름이 이 용눈이오름 이었음을..

용눈이오름은 마음의 고요와 평화로움 속에 기쁨이 차오르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높지 않은 마루금에서 만난 제주 중산간의 풍경은 사진에 그리고 가슴에 오롯이 남았다.

부디 오랫동안 그 풍경이 변치 않고 남을 수 있기를….

100년도 못되어 떠나갈 한 철 마비 같은 인생들이 그 사랑스런 대자연의 매혹으로 다시 새로운 의욕과

삶의 기쁨을 일깨울 수 있기를

잠자던 영혼이 춤추고 노래할 수 있기를

 

오름에 매혹되어 내쳐 다랑쉬 오름에 오르려 했는데 용눈이오름 정상길에서 만난 오름객이 아부오름을

추천했다.

네비가 가르키는 대로 움직였다가 엉뚱한 목장 산길로 접어드는 시행착오 끝에 우리는 어부오름에

도착했다.

아부오름은 목장 안에  있는데 단 5분 만에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아부오름은 거대한 분화구의 둘레길이다.

우린 천천히 둘레길을 산책했는데 뭐랄까 ?

그냥 마음과 발이 가벼워지는 힐링 트레일

맑은 가을난 탑돌이 하는 것처럼  분화구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오름길 입구의 나무는 고소영과 장동건이 연풍연가를 찍었다는 그 나무이고 분화구 안의 편백나무

숲에서 이재수의 난이란 영화를 찍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훗날 시간이 많아져서 홀로 제주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게 되면 이 아부오름에서 하루 비박을 하고 싶다.

 

 

두모악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나와 비슷한 부류의 자연주의자가 기거하다 생을 마감한 그 곳

산에서 떨어져 갈비뼈 두 개가 부러지고 화창한 봄날에 그늘진 도서관에서 칩거한 때 있었다.

우연히 그 때 김영갑이란 사람의 자전적 수필을 읽게 되었다.

그의 이름을 한번도 들은 적이 없고 만난 적도 없었는데 서가에서 우연히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란 책 제목에 끌려  그란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의 삶의 방식은 별로 좋아하지 많지만 그의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글의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제주도에 중산간의 매혹에 홀려 평생 제주도 사진만 찍다가 죽어간 사나이..

그 책을 읽을 당시 그는 루게릭 병으로 투병하면서 제주도에 두모악이란 겔러리를 만들고 있었다.

몇 년 뒤 나는 그가 결국 세상을 떠났음을 알았다.

그래서 두모악은 제주도에 가면 꼭 한번 들러 보리라 했던 곳이다.

 

두모악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정원처럼 잘 가꾸어져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은 많지 않았지만 마치 옛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나의 느낌은 각별했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그가 직접 심었다는 감나무가 인상적이었다.

그에 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내게 울림을 주었던 그의 언어와 그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2004년 쯤인가 그의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 후 2006년 두모악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으로 조회해 보았더니 그는

1년 전이미 세상을 떠났다.

아래 글은 일년이 지나 그의 별세를 알고 나서 세월의 허망함과 그에 관한 안타까운 기억이 서러워

그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잠시 끄적인 글이다.

말미에는 그가 남긴 책에서 나의 마음을 흔들던 언어들을  발췌해 기록해 놓았다.

 http://blog.daum.net/goslow/5750882

 

 

 

사려니 숲길

여유 있는 힐링으로 꾸미려던 이번 제주 일정도 만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욕심이 많다 보니 또 빡빡한

스케줄이 되어 버렸다.

제주도의 비경, 원시림 등의  찬사가 쏟아지던 사려니 숲길도 꼭 한 번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다.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신령한 숲이다.

제주도가 발표한 제주도의 숨은 명소 31곳 중 하나인 곳이다. 

 

사려니 숲길 입구는 두 군데가 있다.

비자림로 사려니 숲길 입구 와 붉은오름 사려니 숲길 입구

비자림로에서 물찾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면읍 한남리 사려니 오름까지 이어지는 길로  입구 두 곳의

코스를 연결하여 모두 걸으면  10km 남짓 거리가 된다.

붉은오름 사려니 숲길 입구는 차로 가지 못하고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해서 우린 반대편

비자림로 사려니 숲길 입구로 갔다.

늦은 시간이지만 웬만하면 다 걸으려 했는데 안내소에 전화를 걸어보니 차 있는 데로 올 수 있는 셔틀

버스도 없고 택시 잡기도 어렵다고 한다.

우린 중간 윌든 삼거리를 지나 4.5km 정도 되는 지점 까지 갔다가 되돌아 왔다.

 

수 많은 나무들이 자생하지만 조림사업 일환으로 심은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이 인상적이다.

좀 아쉬운 건 숲은 관통하는 길이 콘크리트로 포장된 곳이 많다는 거

콘크리트는 생명을 멸한다.

인간의 발걸음으로 소멸하되 생명은 다시 피어날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

이런 아름다운 곳은 월정사 전나무 숲길처럼 황톳길 같은 흙길로 바꾸어 조성해야 하고 힐링을 위해

숲 속으로 난 길도 많이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시간여유를 갖고 돌아보아야 할 가벼운 트레킹 명소를 마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하게

산책하다

 

숲길을 나오면서 땅거미가 밀려 들었다.

옛추억을 되살려 물항식당으로 갔다가 마눌과 함께할 분위기가 아니라 다음 골목의 활어회 거리로 가서

대진 횟집에서 식사와 술 한잔으로 제주도 2일차를 거나하게 자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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