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 : 2015년 10월 31 일 / 시월의 마지막 날
산 행 지 : 용봉산
등산코스 : 용봉초등학교 –용도사-투석봉-노적봉-악휘봉-용바위-전망대-삽교석조보살
-세심천
소요시간 : 4시간 40분
동 행 : 양표부부, 동윤부부, 우리부부
날 씨 : 맑고 화창, 바람 싸늘하다.
퇴직한 친구가 그랬다.
“퇴직을 하는데 가장 필요한 건 노는 준비다.
시간은 더 많아 졌는데 정작 놀아 줄 놈도 없고 놀 방법도 모르겠다.
일과 함께 만났던 수 많은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 나가 버리고 돈 때문이 아니라
남아 도는 시간 때문에 일하고 싶은데 할 만한 마땅한 일도 없다.”
일이 세상의 전부 인 것처럼 열심히 일했고 그 덕분에 회사에서 별 까지 달아도 그 일조차 내려 놓을
때가 온다.
일이 전부가 아니라 노는 것도 잘해야 하는 건 맞지만 세상에는 놀 수가 없어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친구야 그래도 돈 걱정 안 할 수 있는 넌 엄청 행복한 넘이란 걸 깨닫는다면 인생이 더 즐거워 질거다."
어쨋든 인생이란 시간이 정해진 짧은 여행 길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면서 자신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다 가면 되는 거다.
오랜 세월을 보내고 산 길을 오래 걷다 보면 깨닫는 게 있다.
세월은 정말 빠르다는 거
그리고 다리 후들거리지 않는 인생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는 거
중요한 건 자꾸 늙어 가는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이다.
카르페디엠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
잘 노는 놈이 일도 잘하고 행복한 내일은 즐거운 오늘이 쌓여서 만드는 성(城)이려니
산다는 게 별게 아니다..
제 장단으로 추임새를 넣고 제 목청으로 노래하는 거
내가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고 추고 싶은 춤을 추는 거
아서라 ! 남들 따라 잘 부르려고 하다 보면 인생은 피곤해진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냥 세상에 조금씩 둥글어 가고 세월에 조금씩 너그러워 지는 것이다.
욕심과 집착을 내리고 이젠 가까이 있는 것들과 자기 자신에게 눈을 돌리는 것이다.
.
“살암시민 다 살아진다.” (살다보면 다 살게 된다.)
제주 해녀 할망이 한 말이다.
할머니 말대로 어려워도 다 살게 마련이라지만 단 한 번뿐인 우리 인생은 그렇게 살기엔 너무 아깝다.
힘들어도 웃으며 살아야지 ...
세월에 잊어버린 좋은 친구들을 되찾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우리의 모임은 여름을 넘기고 용봉산에서
2번 째 만남을 이어 갔다.
순수했던 그 시절에 좋은 친구였으니 북망산천으로 난 길도 어깨동무하고 가면 좋으리..
그냥 편안한 친구들이 좋다.
이눔아 저눔아 찾을 수 있고 이것 저것 따질 것도 없는 ….
용봉산은 봄이나 가을에 가야 한다.
숲이 울창하지 않아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미끄러워 위험하다.
끝자락에 덕산 온천이 있어서 산행의 피로를 풀기에도 좋고 가까운 남당리에서 화 한사라 앞에 두고
술 한잔 치기도 좋다.
우리는 세심천 온천에서 만나 양표차 한대로 용봉 초등학교로 이동해서 산행을 시작했다.
용봉 초등학교 주차장에서 석불사를 거쳐 투구봉에 올랐고 수석 전시장 같은 암릉의 능선을 따라 용봉산
최고봉과 노적봉, 악휘봉에 올라서 수암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 길을 따라 세심온천으로 내려섰다.
그림 같은 멋진 가을날 이었다.
화창한 날씨여서 오름길에는 땀이 났지만 바람 끝은 제법 싸늘했고 햇빛이 나오지 않는 수림 속에서
불어가는 바람에 노출되면 온몸에 추위에 움츠러 들었다.
가을 탓에다 교총 등반대화로 산자락에는 너무 많은 인파가 붐볐다.
하늘은 드높고 용봉산의 암릉과 산세는 여전히 수려 했지만 능선 위에서 내려다 보는 들판의 풍경은
너무도 많이 변했다.
대한민국 경제 침체의 분위기 속에서도 상전벽해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내포 신도시의 용트림과
신생의 역동성은 인상적이었다.
용봉산의 탄탄히 받혀주고 있어서 더 빛날 내포 신도시가 되겠지만 나는 그 옛날의 호젓하고 자연
그대로 남아 있던 산을 또 하나 잃어 버렸다.
악휘봉을 지나 바람 서늘한 능선 안부 쉼터에서 도토리묵과 구운 계란을 안주로 막걸리 한잔을 쳤다.
인생 별거 있나?
열심히 살다가 가끔 산에 들고 또 오랜 친구 만나 술 한잔 치며 그렇게 사는 거지 ?
우리가 마시는 건 한잔의 술만이 아닐터…
이 소박한 식단의 맛난 풍미와 즐거운 시간은 또 계절과 산의 마술인 게다.
전망대를 지나 수암봉으로 가는 길은 눈에 뛰게 부드러워졌고 우린 그 동안 밀린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한 그 길을 걸었다.
용바위와 오형제바위를 거쳐 수암산에 올랐고 내려오는 길에 삽교보살님을 알현하고 세심천으로
내려섰다.
4시간 40분 걸렸지만 풍경과 인파가 우리의 발길을 잡아 시간은 별 의미가 없었다.
그냥 어느 화창한 가을날의 즐거운 하루였다.
사람 살다 보니 마음에 맞는 친구라고 다 취미가 맞는 것도 아니다.
취미가 같아도 또 부부의 취미가 다르고 신체적 여건이 다르다 보니 동부인하여 함께 자연속을 소요
하기도 그리 만만치 않다.
사람마다 세상살이 우선순위도 다 다르다.
배낭 하나 걸치고 훌쩍 길을 나서는 게 버릇이된 마눌과 나는 떠나는 것이 그냥 산보가는 것처럼
자연스럽지만 떠나는 걸 너무 힘들어하고 하물며 떠나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나이 들수록 게으르지 않고 자기 좋은 걸 하면서 살면 된다.
하지만 가까운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면 또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부부간에도 취미가 잘 맞는 우리 친구들이 멋진 세상의 풍경과 좋은 세상의 기쁨움 함께
누리며 행복하게 늙어가면 좋겠다.
친한 친구들의 만남이니 여자들도 더 친해져야 할 것인데 오늘 함께 벗고 온천까지 하고 맛있는 음식까지
나누었으니 내자들도 좋은 친구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만나서 반가웠다 친구들…
바람불고 눈 오는 겨울 날에 다시 만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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