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일 : 2016년 2월 13일 일요일
산 행 지 : 아들과부르는 노래 32- 백두대간 18구간
코 스 : 밤티재-눌재-청화산-조항산-밀재-용추계곡-대야산주차장
날 씨 : 흐리고 눈. 쇳소리 바람불고 매우 춥다.
거 리 : 18km (대간거리:13.8km, 접속거리:4.2km)
소요시간 : 약 9시간 30분
시간 |
경유지 |
비 고 |
07:53 |
밤티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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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
늘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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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54 |
청국기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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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5 |
청화산(970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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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
이정표 |
조항산:3.7km, 늘재2.6km, 시루봉:3.1km, 회란석:6.9km |
11:45 |
바위아래 식사 |
약 15분 |
12:28 |
절벽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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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8 |
전망바위 |
지나온 청화산 조망, 숨쉬기 어려운 거센 바람 |
13:12 |
갓바위재 |
청화산 3.5km, 조항산 1.1km |
13:47 |
조항산 전위봉 조망처 |
가장 장엄한 조망 |
14:05 |
조항산(951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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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5 |
고모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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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6 |
바위조망처 |
지나온 능선이 올려다보이고 아기 소나무가 바위에 서 있다. |
15:41 |
큰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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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 |
밀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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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5 |
월영대 |
밀재:1.9km, 대야산:2.9km, 대야산주차장: 2.3km |
17:06 |
용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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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4 |
벌바위 식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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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표
총9시간 30분 소요
식사시간 : 15분
휴식시간 : 30분
밤티재-늘재 2.9km 1시간 30분
늘재-청화산 2.6km 1시간 33분
청화산-갓바위재 3.5km 2시간 17분 (약 15분간 식사)
갓바위재-조항산 1.1km 53분(멋진 설경 촬영으로 시간소요 많음)
조항산-밀재 4.1km 2시간
밀재-주차장 4.2km 1시간 17분
밤티재에서 늘재 가는 길 - 바람이 거칠게 불고 싸락 분발이 날린다.
고도가 오를수록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하얀 눈 꽃들
무슨 미련이 남아 가지를 빈 가지를 놓지 못하는가?
늘재 내려서기 전에 내려다 보이는 건물
09:22 늘재 백두대간 표석 / 밤티재에 2.9km 약 1시간 30분 소요
늘재 성황당
비박하기는 딱 좋은데, 자다 보면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으실 듯
옛 늘재
늘재에서 청화산 오르는 초입에서 전망이 터지고...
가파른 절벽길을 치고 오르자... 아 그 때 그 곳 !
청국 기원단- 세월이 흘러도 소나무와 표석은 변함없이 그대로 이다.
그 때 그사진 : 백두대간 1차 2003년 7월 27일
고도가 오를수록 눈 꽃은 처연하게 피고 삭바람은 쇳소리를 내며 불어 간다.
청화산 전 헬기장
10:55 청화산 : 늘재로부터 2.6km 약 1시간 33분 소요
전망 좋은 절벽난간에서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식사하는 산우들
절벽지대에서 바라 본 조항산 방향 산봉우리
절벽 지대 하산
갓바위재 가는길 능선 전망바위 - 숨도 쉬기 어려운 바람 속에서 바라 본 후련한 설경
청화산에서 저 설릉을 아들과 걸어 내렸네
칼 바람에 휘는 가지들
우측 구름에 쌓인 산이 둔덕산
가야할 조항산 능선
운무가 오락가락하는 조항산
삼송리 쪽 의상저수지
13;12 : 갓바위재 청화산에서 3.5km, 약2시간 17분 소요
나무등걸에 걸어놓은 어느 산님의 표지판은 바람에 날리어 가고...
조항산에 오르기 위해 넘어야할 암봉
한 마리 학처럼 암봉아래 선 요산요주님
가딩님
조항산 암릉지대를 씩씩하게 오르는 아들
첩첩 산으로 둘러 쌓인 궁기리
조항산 전위봉에서 바라본 백두대간의 장엄한 풍경
가장 멋진 겨울 날 백두대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감동을 노래하다.
쇳소리나는 바람과 무음의 장중한 전원 교향곡
10년 이상 내공을 쌓아야 만날 수 있는 멋진 풍경을 소풍가듯 만나는 아들
알티엔의 겨울 파도타기 - 너 백두대간 안했으면 이런 풍경 어디서 만나겠니?
백두대간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는 산우들..
세상의 무릉도원을 제집드나들 듯 돌아 다니는 무릉객!
옴파로스 : 내가 서 있는 이 곳이 세상의 중심이여!
카르페다임 ! 그리고 이 겨울을 즐겨라 !
조항산 전위봉에서 아들과
전위봉에서 조항산을 가기위해 더 걸어야 하는 길
조항산
조항산 전위봉에 선 산우들
조항산 좌측능선 풍경
14:05: 조항산 청화산으로부터 4.6km 3시간 10분소요/ 갓바위재에서 1.1km 53분소요
그 때 그 표석
둔덕산
편안한 자세로 휴식하는 아들
고모치 내려가는 길 바람능선의 설국
14:4고모치 조항산에서 40분
밀재 가는 길 전망바위 - 날려갈 만큼 거센 바람이 불고 주변의 설경은 장관이다.
가끔 햇님이 구름 박으로 얼굴을 내밀어 준다.
날려갈 듯한 바람 바위에 누워 포즈를 취하는 아들
밀재 내려가는 길에는 눈덮힌 노송들이 한 폭의 수묵화를 그린다.
가파른 계곡길을 치고 내리면 바로 밀재가 나타날 줄 알았는데 밀재는 바닥에 내려서서
다시 봉우리 하나를 더 넘어야 한다.
16:03 밀재 /조항산에서 3시간 57분
여기가 백두대간 도착점이고 이곳에서 대야산 주차장까지는 4.2km 약 1시간 20분 소요
월영대로 가는 다래골 하산길
16:45 월영대 밀재에서 1.9km 약 40분
용추
드디어 하산완료 - 벌바위 식당에 기다리는 이동 베이스 캠프
아들과부르는노래32 – 백두대간 18구간
평화롭게 삶이란 항해를 해가는 어느 날 갑자기 모진 풍랑을 만난다.
예상했던 비바람일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폭풍과 파도일 수도 있다.
태풍의 중심에서 두려움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제와는 확연히 다르다.
갑자기 인생이 재미 없고 무의미 해진다.
살아가는 고통을 진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마치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자신의 존재에 한 없이 초라해진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나도, 가족과 친구도 모두 그대로 이다.
다만 어제까지 아무 일 없었던 내 마음이 상처를 받았을 뿐이다.
고민할 것이 너무 많은 세상에 우리가 산다.
하지만 걱정만으로 해결될 고민이란 없다.
해결책이 필요하겠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도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대부분의 고민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상처를 남기겠지만 폭풍우는 곧 지나 간다.
그 상처는 다시 세월이 아물게 할 것이다.
그 걱정과 고민은 우리의 웃음을 거두고 소중한 시간을 빼앗아 갈 것이다.
쓸데 없는 걱정과 슬픔은 전염되고 유전되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할 것이다.
매 순간 평화를 누리려 애쓰지 말라…
무수한 아픔과 고통의 순간을 보내고 마주하는 한줄기 빛이 네게 위안을 주고 네가 지나온 어둠을
아름답고 숭고하게 할 것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우린 가끔 길고 지루했던 겨울을 잊는다.
봄이 지나면 다시 겨울이 거짓말처럼 찾아 오리라.
하지만 적도 어딘가에는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릴 것이고
누군가는 그 여름과 즐길 것이다.
살다 보면 그 겨울의 추위도 그 여름의 무더위도 나의 삶이고 모두 나의 봄과 가을의 축제를 위한
전주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한바탕 흐르는 계류와 한줄기 바람이 나를 행복하게 하듯이
나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부귀도 영화도 아니고
인생을 대하는 나의 마음 이었음에 고개가 끄덕여 질 것이다.
이번 구간의 백두대간은 밤티재에서 시작하여 몇 굽이 산릉을 넘어 늘재에 도착하고 다시 청화산으로
솟아올라 거친 능선을 따라 춤추며 조항산으로 흘러 간다.
등로는 조항산에서 산세를 급격히 낮추어 고모령으로 내려서 다리쉼을 하다가 다시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 대야산 아래 밀재에 당도함으로서 32차 18구간을 끝맺게 된다.
우린 밀재에서 대야산이 빚어놓은 다래골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월영대에 이르고 다시 계곡길을 따라
하산하여 용추폭포와 용소를 둘러보고 대야산 주차장에 도착함으로써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백두대간 능선에서 난무하던 날 선 칼 바람에 춤추며 날리던 눈
조항산 오름길과 전위봉에서 바라본 장엄한 백두대간의 설경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던
대자연의 장중한 오케스트라
이상 한파로 친구들과 설악산 가려던 발길을 묶어버렸던 서슬 푸른 겨울은 눈 다운 눈 한 번 뿌려보지
못하고 빌빌대다가 어젠 급기야 때이른 봄날에게 안방까지 내주어 버렸다.
“족보도 없고 벨도 없는 녀석 !”
이상 한파로 인한 겨울방학에 설날 연휴 까지 보내고 나니 백두대간 출정이 5주 만이다.
별로 기대하지 않은 여행길이었다.
눈이 없는 겨울산이거나 병자처럼 수척한 몰골로 녹아내리는 흉물스런 겨울의 뒷모습이겠거니….
비가 올 확률이 많다고 했는데 봄날 같은 어제의 기억 때문인지 방한 준비에는 다소 소홀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아들녀석 방한용품만 신경써서 챙기고 난 가을 바지에 우비 그리고 가벼운 장갑과
휴대용 카메라만 별도로 준비했을 뿐이다.
대신 점심을 샌드위치와 우유로 준비하여 식사시간을 줄이면서 기동력을 높이기로 하였고 비를 맞고
갈아 입을 속옷과 보온용 옷들은 별도의 가방에 나름 철저히 준비했다.
새벽 4시 15분에 눈을 떠서 이것저것 행장을 꾸리고 문을 나서는데 바람소리가 제법 매섭다.
마눌이 겨울바지 입고 가라고 그렇게 노래하는걸 그냥 묵살하고 나왔는데 윙윙거리며 쇳소리내는
바람에 은근히 기가 죽는다.
마눌이 차로 집결지 까지 바래다 주고 산우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동 베이스캠프를 기다리는데 오늘 그
기세가 등등해진 겨울은 풀 죽은 어제와는 완죤 딴판이다.
버스에 오르자 마자 여벌로 준비했던 겨울바지로 먼저 갈아 입었다. “~헐~”
버스에서 비몽사몽으로 졸다가 김밥으로 아침을 먹고 밤티재에 내렸는데 빗방을 까지 흩뿌리는 가운데
속리의 아침을 흔드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자욱한 안개는 이리저리 바람에 흩어진다.
아이고 청화산, 조항산, 대아산 산신령님 비오던 13년 전 그날처럼 오늘도 아무런 풍경을 열어주시지
않을 모양 이시다.
“ 용을 때려잡은 소사가 있는 집안이 도대체 뉘기여?”
그날의 동행은 산꼭대기와 나 밖에 없는데 그럼 둘 중의 하나?
그 바람은 우두령에서 화주봉을 거쳐 밀목재 가는 날 하루 종일 개패 듯 두드려 맞았던 미친 바람의 추억
마저 되살려주었다.
늘재 가는 길
밤티재에서 늘재 구간은 지난 번에 마무리 했어야 하는 구간인데 비등로 접근과 겨울산행의 조속한
마무리를 위해서 떼어 내버린 구간이었다.
이 구간이 없었다면 오늘 백두대간은 밀재와 용추계곡 4.2km의 접속구간 없이 버리미기재 까지이어버릴
수 있는 길이었다.
밤티재와 늘재 까지 1시간 30분 여정과 밀재에서 대야산 주차장 까지 하산 하는데 걸리는 1시간 30분의
여정을 합하면 우린 밀재에서 버리미기재에 도달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등로에는 자욱한 안개가 가득하고 내리던 비가 싸락눈으로 바꾸어 부슬부슬 내린다.
오늘은 아무 조망도 없이 안개와 눈이 그리는 그림을 감상하며 흘러가야 할 모양이다.
가파른 비탈을 차고 오르고, 바위지대와 험한 등로를 갈팡거리며 오가다 보니 차가운 바람에도 땀이
배어 나서 등로 중간에서 자켓을 벗고 얇은 우비로 갈아 입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안개 속에서는 시나브로 설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1시간 30여분 걷자 공장 창고 같은 푸른색 지붕의 건물과 가옥이 내려다 보이더니 등로는 늘재로 가파
르게 내려선다.
늘재
포장 아스팔트 도로 건너편에 거대한 백두대간 표석이 서 있다.
그 곳에서 산우들 사진을 찍어주고 산미남님께 사진을 부탁드렀는데 아뿔싸! 우리 사진은 한장도 찍혀
지지 않았다.
표석에서 조금 들어간 들머리에 성황당 건물이 있다.
성황당은 마을의 수호신인 서낭을 모시는 곳으로 흔히 마을입구나 고개에 형성된 성스러운 공간인데
죽은 사람들의 혼령이 기거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서낭신앙의 효시는 고려 문종 때 신성진에 성황사를
둔 것이 그 시초라 전해 온다.
그 안을 들여다 보니 튼튼한 나무로 지어진 고풍스러운 공간이라 비박 하기에 안성마춤인데 그 곳에서
잠을 청하다 보면 찾아 오는 사람이 꽤 많을 듯 싶다.
청화산 가는 길
가파르게 20여분 산비탈을 차고 올라가다 보니 노송의 솔가지에 상고대가 활짝 피어나면서 갑자기
나무들이 사라진 능선 사면이 드러난다.
어느결에 안개는 멀리 물러 가고 조금은 음산한 분위기의 잿빛 하늘아래 산릉의 실루엣이 살아 난다.
‘오호라 비록 오늘 흐리긴 해도 잘 하면 청화-조항 능선의 멋진 조망을 만날 수도 있겠구나!”
한 자락 날 선 산비탈을 힘겹게 올라 서자 거기 낯익은 풍경이 나를 반긴다..
“청국기원단”
그 오래된 제단의 유래를 아는 이는 드물다
우리 사는 세상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곳인지 속세에서 멀리 떨어진 속리산하의 푸르름을 기원하는
곳인지…?
풍경이 예사롭지 않은 곳에서 학이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려는 형상을 한 멋드러진 소나무와 그 아래
제단은 오늘 흰 눈을 덮어 쓰고 있지만 옛 모습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소나무 뒤 편 바위로 나서자 흰 눈을 이고 있는 산봉우리와 산 아래가 희미한 안개 사이로 내려다 보였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눈 꽃은 점점 화려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눈발 날리는 길에서 앞다투어 피어나는 겨울 꽃들
화사한 봄 꽃 보다 더 우아하고 아름다운 겨울 꽃들은 겨울가뭄에 메말랐던 가슴을 촉촉히 적시고
다시 따뜻한 피가 흐르게 만들었다.
길은 점점 거칠어졌다.
거친 비탈은 신선의 나라를 오르는 천국의 계단이었고 가쁜 숨은 신의 정원에 발을 들이기 위한 통행세였다.
청화산
바위 위에 올라 앉은 표석 위에 걸터 앉아 사진을 찍는다.
바람은 윙윙거리며 정상의 도착을 축하해주고 우린 갈 길의 고단함과 먼 거리도 잊은 채 흩날리는 눈발
속으로 그렇게 웃음을 날려 보내며 즐거웠다.
조항산 가는 길
높은 고도에서 휘몰아치는 바람과 피어난 눈 꽃은 점입가경 이었다.
우리가 거니는 곳이 천상의 화원이고 우리는 그 장엄한 풍경 속에 한 점의 자연으로 거부감 없이 동화되었다.
시루봉 갈림길 쉼터에서 산친구들과 잠시 다리쉼을 하고 가다가 바람 막아주는 바위 아래서 산우들과
식사를 했다.
젖는 날의 청승과 추위가 걱정되어 간단하게 준비한 식단
식사가 고행인 이런 차가운 날씨에 편하긴 하지만 먹는 즐거움을 반감되어 다소 아쉬운 시간이었다.
갓바위재는 가파른 하산 길이 이어지고 설릉의 잔등이 훤히 건너다 보이는 미끄러운 절벽을 먼저내려
서야 한다.
절벽을 내려서서도 몇 개의 봉우리를 더 오르내리고 청화산 봉우리가 훤히 올려다 보이는 바람의 능선을
지나고 나서야 도달할 수 있었다.
바람의 전망대에 서자 뒤로는 우리가 내려선 청화산이 우뚝하고 앞으로는 조항산으로 기세 좋게 솟구쳐
오르는 백두대간 줄기가 올려다 보인다.
그 옆으로는 둔덕산이 구름에 휩싸인 채 백두대간에 주눅들지 읺고 큰 산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갓바위재는 조항산 오름길을 1.1km 남겨둔 고개이다.
갓바위재 표지판은 바람에 날리어 눈 속에 묻혀 있다.
겨울산에서
도시에는 모랫바람이 자욱했다
풀 죽은 어깨엔 시름이 내라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마른기침처럼 건조한 삶이 내 입안에서 서걱거리다가
입병을 건들어 아픈 침이 줄줄 흘러 내리고
내 가슴이 비들비들 메말라 가는 날
나는 겨울 산에 갔다.
바람이 코맹맹이 소리로 득달같이 달려오고
구름은 산의 목을 휘감고 내 뺨을 어루만졌다.
흰 눈은 춤을 추면서 반색을 하고
나무는 흰 손을 흔들었다.
바람은 능선에서 무수한 악기를 연주하고
눈은 대지의 화폭 위에 태고의 풍경을 그린다.
장중한 대자연의 오케스트라에 맞추어
우린 함께 노래를 불렀다.
대자연의 사랑에 관하여
백두대간에서 산이 쓴 시를 읽는다..
세상에서 떠나는 것과 사라지는 것에 관한 짧은 시
나는 백두대간에서 한 편의 시를 쓴다.
영원한 것과 변함 없는 것에 관하여
짧은 감동과 긴 침묵 관하여
나무는 겨울 산에서 큰 소리로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한 줄의 시를 쓰고 따라서 웃었다.
고원의 날 선 봉우리에서 흰 눈에 묻어 온 그리움과 포옹하고
바람을 타고 온 사랑과 희희덕 거렸다.
겨울산에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만하면 나도 넉넉하다.
겨울산에서 내가 바람이고 내가 구름이었구나
내가 나무고 내가 바위였구나
내기 시인이고 내가 산이었구나
조항산 가는 길
무한한 대자연의 심연이여 !
살아 있음이 이리 통절한 기쁨이 되고 오늘 단지 내가 이 곳을 걷는 것 만이 이렇게 황홀할 수 있을까?
우리가 지나온 전위봉에서 장대한 백두대간을 바라 본다.
이렇게 웅장하고 비장한 산하를 또 만날 수 있을까?
거칠 것 없는 눈과 바람은 정면에서 세차게 달려오고 백두대간은 한 마리 흰 용이 비상을 준비하는 듯
청화산에서 조항산으로 기세 좋게 꿈틀거린다.
우리는 얼어 붙는 차가운 날씨도 잊은 채 백두대간의 정수리에 서서 그렇게 대자연의 장엄한 풍경과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감동을 만났다.
바람과 침묵하는 대지의 더 큰 울림을 들었다.
자연은 이렇게도 깊고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가 애써 콘크리트 벽 속에 스스로를 감금시키지 않는다면….
그 어느 여행길에서 탄성을 지르지 않은 적이 있던가?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풍경들을 수백 번도 더 만났다.
같은 곳을 몇 번씩 가더라도 늘 다른 표정의 풍경이 우리를 맞는다
난 오늘도 최고의 설경이라는 말로 조항 능선의 비장하고 처연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내 살아 있는 동안 인생의 길목 마다에서 손을 흔들던 무수한 아름다운 풍경들…
그것은 가슴을 흔드는 한 편의 아름다운 시였고 살아 가는 날의 기쁨과 감동이었다.
그것이 나를 살아 있게 하고 내 삶에 의미 있게 만들었다.
조항산
전위봉에서 다시 비탈사면을 올라 능선 길을 더 진행해야 도달할 수 있다.
좌측으로 바람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눈 덮힌 능선과 올 봄에 생명을 피울 수 있을지 염려스러울
지경으로 온통 눈으로 얼어붙은 나무들을 바라보며….
멋진 풍경에 감동 먹은 채 아들과 나는 부푼 가슴으로 하늘과 맞닿은 조항산에 올랐다.
“민세 !”
마치 오늘 여행이 모두 마무리 되기라도 하는 듯 우리는 조항산에서 의기양양하게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밀재 가는 길
조항산에서 백두대간을 급하게 고도를 낮춘다.
고모치 내려가는 능선 날등에서 얼음 바람 속에 가장 아름다운 눈꽃을 보았다.
대자연이 그려내고 빚어낸 불후의 명작 앞에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함과
무심함에 경배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 겨울산은 이렇게도 아름다웠구나.!
한마디의 말과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풍경들…
난 멋진 대자연의 향연에 감동 먹은 채 그 길을 걸어 내렸다.
등로에 대한 공부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나선 길이다.
중간 밀재에서 끊어도 대략 9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정보 외에는 내 머리엔 아부 것도 남아 있지
않은 길이다.
가다가 올라 오는 산님이 있어 밀재를 물었다.
“바로 요 아래예요”
우린 400미터쯤 더 내려가서 고모재가 900미터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났다.
고모치에는 대야산이 3.8km 남았고 조항산에서 1.2km 진행해왔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눈 속에 묻혀
있었다.
밀재에서 대야산 거리를 잘 몰라서 30~40분 진행하면 밀재가 나오려니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거친
산길로 2.8km나 되는 먼 거리 였다..
낙차가 큰 능선 길 2.8km는 풍경을 감상하느라 발길이 밀리기는 했지만 꼬박 2시간 이 걸렸다.
아들녀석은 산님이 너무 얼토당토 않은 거짓말을 했다고 내내 투덜 거렸다.
아들아
인상쓸 시간이 어디 있느냐?
이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한 순간도 놓치지 말고 모두 눈에 담아 두어라.
가슴 벅찬 감동은 세월의 바람에 날려가겠지만 잔상과 여운은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 남아 작은 실마리
하나에도 늘 네게 그 감동을 다시 몰고 올 것이다. 한 번 활짝 열려버린 그리움과 감동의 문은 더 섬세
해지고 예민해져서 세상이 자꾸 그 문을 닫으려 해도 작은 자극에도 스스럼 없이 그 문을 열어 새로운
세상으로 너를 초대할 것이다.
백두대간이 끝나고도 자연의 열병과 가슴앓이가 반드시 너를 찾아 올 것이다.
어쩌면 그건 지병처럼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올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네 가슴이 울리고 그리움에 사무칠지도 모른다.
그 땐 대자연의 초대에 기꺼이 응하라!
가슴이 시키는 대로 때론 추억이 이끄는 대로 어디론가 떠나면 된다.
새로운 세상의 갈망이 너의 열정을 풀무질하는 대로…
네 머리 속의 지도가 가르키는 방향이나 낯선 곳 어디라도
고모샘에서 40여분 가면 후련하게 조망이 터지면서 지나온 능선이 한 눈에 올려다 보이는 바위 전망대가
나타나는데 주변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았다.
게다가 바위 한 가운데 흰 눈을 뒤집어 쓴 채 날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아기 소나무의 모습은 감동
이었다.
바람 길에서도 담대한 거대한 바위와 흰 눈을 뒤집어 쓴 노송군락을 지나 등로는 가파르게 아래로 떨어져서
이젠 밀재에 내려서는가 했는데 등로는 다시 날을 세워 봉우리을 하나 더 넘어서야 밀재를 열어 주었다
“흐미 , 목적지가 싑게 금방 나오면 그건 백두대간이 아녀!”
밀재에서는 함께 도착한 산우들과 간식을 나누고 천천히 하산의 길을 잡았다.
하산길
97년 2월 겨울 대야산 혼자 여행길에 처음 올랐고 이후 아내와 100대 명산 여행길에서 걸어 내렸던
익숙한 길이다.
97년 기록을 찾아 피아골로 대야산에 올라 밀재와 월령대를 거쳐 원점회귀 하는데 3시간 30분이
걸렸었다.
하산 길은 여유로웠다. 얼어 붙은 계곡을 따라 용추를 거쳐 내려오는 4.2km 계곡 길은 속도를 빨리한
탓에 1시간 20분이 걸렸다.
우리는 멋진 겨울 풍경의 여운을 간직 한 채 산우들이 기다리는 범바위 식당으로 의기양양하게 입성했던
것이다.
대간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그 잔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쇳소리 나는 차가운 바람소리가 내 귀를 계속 울렸다.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된 듯 내 영혼을 구름 위를 둥둥 떠가며 장엄한 설산을 유영했다.
터져나오는 단발마의 비명과 탄식 !
뜨겁게 펌프질하는 가슴과 온몸 구석구석에서 팽팽하게 긴장한 모세혈관
그리고 이마의 불거진 실핏줄 까지…
산길을 걷는 내내 가슴에는 파도가 일렁이고 온몸을 찌릿찌릿하게 하는 전율이 계속 내 몸을 흔들고
머리로 솟구쳤다.
오랜만에 만나는 큰 놈 !
마침내 마지막 겨울의 끝자락에서 내 가슴을 거침없이 흔드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이제 이 겨울을 말없이 보낼 수 있겠다.
마음 한구석에 건조한 갈증으로 남았던 혹독한 겨울과 기다림에 목이 멘 설산 고원의 풍경들…
응어리처럼 남아 있던 아쉬움과 그리움은 백두대간을 타고 날아온 차가운 북풍과 펄펄 날리던 눈발에
훨훨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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