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일 : 2016년 2월 28일 일요일
산 행 지 : 아들과부르는 노래 33- 백두대간 21구간
코 스 : 이화령-황학산-백화산-이만봉-희양산-은티마을)
날 씨 : 흐리고, 진눈깨비,눈,싸리기,함박눈 다 맞은날
능선엔 바람 많이 불고 춥지만 골짜기나 아랫쪽은 비교적 포근
거 리 : 19.2km (대간거리:16km, 접속거리:3.2km)
소요시간 : 약 9시간 35분
시간 | 경유지 | 비 고 |
08:05 | 출발 |
|
09:05 | 조봉(673m) |
|
09:56 | 황학산(912m) |
|
10:55 | 옥녀봉 갈림길 |
|
10:57 | 백화산(1063.5m) |
|
11:18 | 만덕사 갈림길 | 이만봉:4.3km, 희양산:8.2km, 백화산:0.4km, 이화령:7.4km |
11:37 | 평천치 | 이만봉:3.5km, 희양산:7.4km, 백화산:1.2km, 이화령:8.2km |
12:31 | 뇌정산갈림길 | 이만봉:2.6km, 희양산:6.5km, 뇌정산:2.6km, 백화산:2.1km, 이화령:9.1km |
13:07 | 분지안말갈림길 | 이만봉:1.2km, 분지안말:1.9km, 백화산:4.8km |
13:27 | 곰틀봉 |
|
13:43 | 이만봉(990m) |
|
14:13 | 도말 갈림길 | 시루봉:1.7km, 도말:2.3km, 이만봉:0.8km |
14:32 | 희양산 사선봉 |
|
14:43 | 배너미 평전 | 시루봉:20분, 희양산:40분(개구라) |
15:36 | 성터삼거리 | 희양산:1.0km, 은티마을:3.2km, 시루봉:2.2km |
16:05 | 희양산(999m) | 폭설로 성터삼거리로 우회하여 하산 |
17:07 | 이정표 | 은티마을:0.8km, 성터:2.4km, 지름티재:1km |
17:19 | 희양산표석 | 과수원길 시작 |
17:34 | 백두대간 쉼터 |
|
17:40 | 마을 주차장 | 산행종료 |
동행 사진첩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영원한 세상이 아니다.
지구가 46억년전에 행성의 작용에 의해 생겨 났듯이 어느 날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고작 20억년의 인류의 역사는 이 땅에서 거대한 공룡이 사라진 것처럼 어느 날 궤멸될 수도 있다.
나의 역사는?
99%의 확률의 아주 정확한 통계는 고작 100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멋진 새로운 신세계 인가? 죽지 못해 사는 지옥인가?
흔히들 말한다.
세상은 가진 자의 천국이고 갖지 못한 자의 지옥이라고….
세상은 고수들의 놀이터고 하수들의 전쟁터라고…
나는 갖지 못한 자인가 가진 자인가?
나는 고수인가? 하수인가?
우린 무엇을 갖고 있는가?
삶에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짧은 인생의 시간이 흘러 갈수록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구별은 희미해지고
고수와 하수의 경계는 모호 해질 것이다..
어쩌면 마음 하나로 갖지 못한 자의 천국과 하수들의 놀이터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이미 먹는 것보다 안 먹는 것이 더 중요해 졌다. 너무 많이 먹어서 나는 탈이
더 많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위해 자신의 먹는 즐거움을 기꺼이 포기한다.
좋은 집이 잠시 삶의 기쁨을 누리게 하겠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돈과 권력이 주변에 많은 친구들을 모이게 하겠지만 그 것이 사라지고 나면 그들은 바람처럼 흩어질
것이다.
당신이 세상의 기준으로 성공했던 성공하지 못 했던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야 한다.
세상 누구라도 잘 하는 무엇인가 있고 좋아하는 무언 가가 있다.
아무리 적게 가진 누구라도 무언가는 가지고 있다.
시간이란 변수는 시시콜콜 네 인생에 개입할 것이고 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네 나름이 기준으로
점점 더 척박하고 난해해지는 삶의 함수를 풀어야 한다.
주방장은 많은 음식의 재료를 가지고 맛 있는 음식을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너를 위한 음식을 만들어 주겠지만 네 남은 인생의 레시피는 당신이 만들어야 한다.
네가 가지고 있고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다만 충분하지 않거나 구하지 못한 재료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그 것이 어떤 것이든 시간이란 변수가 개입하면 맛 있는 인생을 위한 신선한 재료의 가치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네 입맛에 맞는 음식은 비싼 재료를 많이 넣거나 입맛을 돋우는 조미료를 잔뜩 집어 넣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쩌면 한 그릇에 10만원 하는 비프스테이크 보다 고춧가루 확 뿌린 순대국밥을 더 좋아
할지 모른다.
일류 쉐프가 갖은 재료와 양념을 다 넣어 조리한 화려한 음식보다도 냉장고에 뒹구는 남은 재료를 가지고
아내가 손수 끓여준 된장국이 더 맛있을 수도 있다.
내가 가진 것 중에서 나쁜 재료란 없다.
늘 그러하지만 웃음 같은 좋은 양념만으로도 인생이란 요리는 닝닝할 것이다.
얼마간의 눈물과 고난이 들어가야 깊고 그윽한 숙성된 맛이 우러날 것이다.
언제 까지 투덜대고 배고프다고 불평만 하고 있을 텐가?
요리사는 당신이고 당신 인생의 레시피는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야 한다.
아직도 능력 탓, 장비탓, 재료 탓을 하기에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깝다.
입맛대로 조리할 시간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고 입맛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이빨이 흔들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릴 때 껄껄걸 헛웃음을 웃으며 다니지 않으려면 그냥 지금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것 해야 한다.
“이거 해볼 껄! “
“저기 가볼 껄”
“저거 먹어볼 껄”
“좀더 재미있게 살껄”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은 순서가 뒤바뀌고 고수와 하수의 기준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시각에 따라 달라 질 것이다.
껄껄껄 헛웃음 몇 번 웃다 보면 우리 존재는 먼지처럼 사라질 것이다.
산 행 일 : 2016년 2월 28일 일요일
산 행 지 : 아들과부르는 노래 33- 백두대간 21구간
코 스 : 이화령-황학산-백화산-이만봉-희양산-은티마을)
날 씨 : 흐리고, 진눈깨비,눈,싸리기, 비 ,함박눈 다 맞은날
능선엔 바람 많이 불고 춥지만 골짜기나 아랫쪽은 비교적 포근
거 리 : 19.2km (대간거리:16km, 접속거리:3.2km)
소요시간 : 약 9시간 35분
시간 |
경유지 |
비 고 |
08:05 |
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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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 |
조봉(673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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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56 |
황학산(912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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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5 |
옥녀봉 갈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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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7 |
백화산(1063.5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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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
만덕사 갈림길 |
이만봉:4.3km, 희양산:8.2km, 백화산:0.4km, 이화령:7.4km |
11:37 |
평천치 |
이만봉:3.5km, 희양산:7.4km, 백화산:1.2km, 이화령:8.2km |
12:31 |
뇌정산갈림길 |
이만봉:2.6km, 희양산:6.5km, 뇌정산:2.6km, 백화산:2.1km, 이화령:9.1km |
13:07 |
분지안말갈림길 |
이만봉:1.2km, 분지안말:1.9km, 백화산:4.8km |
13:27 |
곰틀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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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3 |
이만봉(990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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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3 |
도말 갈림길 |
시루봉:1.7km, 도말:2.3km, 이만봉:0.8km |
14:32 |
희양산 사선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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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3 |
배너미 평전 |
시루봉:20분, 희양산:40분(개구라) |
15:36 |
성터삼거리 |
희양산:1.0km, 은티마을:3.2km, 시루봉:2.2km |
16:05 |
희양산(999m) |
폭설로 성터삼거리로 우회하여 하산 |
17:07 |
이정표 |
은티마을:0.8km, 성터:2.4km, 지름티재:1km |
17:19 |
희양산표석 |
과수원길 시작 |
17:34 |
백두대간 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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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 |
마을 주차장 |
산행종료 |
백화산 가는 길
이화령에 다시 섰다.
고개가 가파르고 험한데다 산진승이 많아 여러 사람이 어울려서 함께 넘어갔다하여 이유릿재라 하였고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서 이화령으로 불리었던 그 고갯길
이 고갯길 아래로 3번 국도가 4차선 도로로 확장되어 지나가고 고속도로 상,하행선이 관통한다.
잿빛으로 가라 앉은 눈덮힌 살풍경과 목을 휘감는 바람결에 간담이 서늘해 진다.
“오늘 난코스가 많고 비가 예정되어 가을바지를 입고 나왔는데…”
어제 어머님 생신 형제모임 이라 함께 트레킹도 하고 늦게까지 어울려 노느라 아들녀석이나 나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게 다소 부담이 된다.
비 맞으면 내려와서 갈아 입으려 준비한 겨울 바지로 바꾸어 입을까 하다가 그냥 출발했다.
백화산 가는 중간에 조봉과 황학산이 있다..
약 1시간 간격 거리라 백화산 까지는 3시간 가량 걸리는데 처음 날 선 비탈을 차고 오르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니 몸에 열이 올라서 조봉부터는 자켓을 벗었다.
황학산은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과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으로 가까운 곳에 연풍향교와
연풍성지가 위치한다.
황학산에서는 타잔일행에게 막거리 한 잔과 홍어회를 얻어 먹었는데 산에서 먹은 홍어맛이 일품이었다.
황학산을 지나 바위 절벽 지대를 만나기 까지는 비교적 순한 길이 이어진다.
벼랑길을 내려서기 전 암봉에서 바라보니 계곡을 가운데 두고 유장하게 휘감아 도는 백두대간의;강한
근육질 몸매가 시선을 압도한다.
이제 막 방향을 전환한 대간 길은 바위 길을 내려섰다가 백화산으로 솟구치고 곰틀봉과 이만봉을 지나
희양산으로 계속 고도를 높이며 진군한다.
백화산을 지척에 둔 곳에서 이정표를 만난다.
백화산이 코앞 100m 앞에 있고 우리가 이화령으로부터 6.9km를 걸어 왔으며 희양산까지 8.7km 남았음을
친절하게 알려 주는데 그게 오히려 대간 초행길 산객에게는 시간계획을 오판할 위험한 정보가 될 소지가
있다..
단순계산으로 백화산 까지 3시간이면 평균 시간당 2..3km 속도이므로 4시간 채 안 가서 희양산에 도착할
수 있다는 예상을 할 수 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등로의 낙차가 더 커지고 체력소모가 심해져서 그 시간에
도달하기는 힘들 것이다.
백화산
충청북도 괴산군과 경상북도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괴산군 안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백화산은 겨울철에 눈 덮인 산봉우리의 모습이 하얀 천을 씌운 듯이 보여 붙여진 이름으로 산에는 잡목이
많고, 골짜기가 깊어 물이 맑다.
백화산 까지는 봄날 이었다.
몸에서 솟구치는 열기가 상쇄할 수 있는 적당한 추위와 차가운 바람 이었다.
서서서님이 반팔로 산우들을 기죽이는 가운데 우린 맨 얼굴과 이빨을 드러내고 그렇게 백화산 정상에서
즐겁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이만봉 가는 길
날카로운 암릉 난간을 타고 400미터 가다 보면 만덕사 갈림길이 서고 백화산에서 바라본 한 쌍의 날카
로운 바위 봉우리를 넘어 간다.
능선이 거칠어지는 만큼 바람이 조금씩 거세지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들과 떨어져 중간쯤에서 걸었는데 가다보니 우리 말고는 아부도 없다.
사선으로 비끼는 눈발과 바람 속에서 점심 먹을 곳를 고민하는데 평천지 내려서는 초입에 일행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그나마 바람이 약한 곳이라 그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게 나을 듯해서 배낭을 내렸다.
정인과 별능선 총무 그리고 타잔파 일행들은 가져온 버너를 풀가동하여 그 바람과 추위 속에서도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와우! 식단은 화려하기 그지 앖다.
라면은 기본이고 오뎅탕에 오삼불고기 까지
백두대간 주유의 기쁨에 먹는 즐거움까지 누리려는 욕심사나운 사람들….
눈발이 강해지고 바람이 더 세차지자 그들은 준비해온 비닐 까지 꺼내어 일행들을 모두 뒤집어 씌워
주었다.
특급 전원 레스또랑이 무색할 지경이다.
바람이 광시곡을 연주하고 특급 셰프들이 저마다의 특선 요리를 선보이는 비장한 1000고지 산상만찬
이었다.
밖에는 눈보라가 몰아 치고 안에는 세대의 버너가 내뿜는 열기가 가득하고 맛있는 음식향이 파노라마
친다.
어제 형제모임으로 늦게까지 모여 놀던 탓에 새벽에 도시락을 준비할 여력도 없고 또 날이 궂을 거라고
해서 햄버거에 떡만 준비해왔다.
우린 햄버거 한 쪽을 먹으려 레스또랑에 들어 왔다가 슬며시 내려 놓고 대표 주방장 특선 오늘의요리를
기다렸다.
이사람 저 사람 모두들 챙겨주는 통에 객이 더 배불리 먹었다.
반주 까지 곁들여서…
올 겨울 통산 가장 멋지고 맛 있는 식단 이었다.
살아 가는 작은 기쁨들이다.
백두대간에서 장쾌한 바람과 눈을 만나고 예상치 않은 미각의 즐거움 까지 누렸으니….
“아들아 너 오늘 횡재했다.!”
우린 따뜻하게 몸을 녹이고 배까지 든든해 져서 다시 출발했다.
가는 길 눈과 바람이 점점 강해진다.
닥터지바고의 장대한 설원 풍경이 생각났다.
우리가 식사 중에 스쳐 지났던 후미 일행들이 눈 내리는 날능선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보기만 하는 것으로 따뜻해 오던 몸이 으실으실 추워진다.
뇌정산갈림길, 분지안말 갈림길, 그리고 곰틀봉을 거쳐 이만봉에 도착할 때 까지 잔뜩 찌푸린 하늘은
거센 눈과 바람을 뿌려 대었고 설산의 풍경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욕심에 나는 카메라가방에서 카메라를
넣었다 뺐다 하며 악전고투 했다.
이만봉
소백산맥 주능선을 이루는 백화산(1063m)과 희양산(999m)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산으로. 가은읍
원북리 홍문정 성골을 가운데 두고희양산 시루봉(914.5m)과 함께 정삼각형을 이루는 산이다.
백화산에서 4.7km 거리에 있는 이만봉에는 식사 시간을 감안해도 2시간이 넘게 걸렸다.
1000고지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흐린 가운데 안개가 자욱하다.
난 13년 전 비내리는 이만봉의 감상을 이렇게 적어 놓았다.
청승스러운 이 시간을 만들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
거친바람 , 그리고 확인할 수 없는 준령과 녹원 .
미친 사람과 같은 몰골위로 흘러내리는 이 처량한 빗줄기 마져도 아낌 없이 사랑한다.
자연을 향한 식을 줄 모르는 열정과 지칠 줄 모르는 건강이 아직 내 곁에 머무르고 있어
나는 오늘도 콧날이 시큰 하다.
오염되지 않은 대자연과의 거리낌 없는 조우를 할 수 있는 이 사간이야 말로 감동스럽고
축복에 가득찬 시간이다.
뒤이어 도착한 일행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갈 길을 재촉한다.
희양산 가는 길
안개 자욱한 산길에서 바람은 나뭇가지에 걸린 백두대간 표지기를 일자로 나부끼게 하고 눈은 비를
머금고 내려 자켓 위에 우비를 입고 배낭에 방수포를 씌웠다.
도막 갈림길을 지나고 희양산 사선봉을 지나서 산 길은 능선을 휘돌아 골짜기로 내려 선다.
우측에 거대한 산의 허리를 휘감아 내리는 걸로 보아 우린 시루봉 골짜기를 따라 베너미 평전으로
내려서는 모양이다.
앞 쪽을 막아선 큰 산은 점점 멀어지고 있고 길은 산골짜기로 계속 내려가는 길이라 눈 위에 발자국과
간간히 나부끼는 표지기가 아니라면 혹여 백두대간을 벗어나 길을 잘 못 들었다는 걱정이 생길만한
그런 길이었다.
배너미 평전에는 이정표가 있다.
시루봉 20분, 희양산 40분
희양산 정상에 40분이면 도착 한다고 ?
악천후의 산길을 감안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무성의한 이정표는 또 어느 산님을 맥빠지게
하리라!
아무도 앖이 축축히 젖어가는 그 길에서 잠시 다리쉼을 했다.
13년 전 이화령에서 버리미기재 까지 가던 날 지름티재 까지는 계속 비에 젖었었다.
마눌과 함께 찾았던 2008년 봄날 비로소 희양의 맑은 히늘을 열어 주셨던 산신령님은 오늘도 희양
산문의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실 모양이다.
길은 본격적으로 희양의 정상을 향한 오름 길을 시작한다.
성터 인근에 도착하면서 날씨가 갑자기 더 사나워지기 시작 했다.
13년 전에는 스님들이 이 곳을 막아 놓고 희양산 정상을 오르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그날은 새벽부터 오전 내내 비가 뿌렸던 때문인지 스님들이 지키지 않았다.
우리끼리 열띤 논의 끝에 희양산 정상에 오르는 것은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 로프도 없이 이런 날 희양산 바위벽을 내려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누군가의 격앙된 목소리
때문 이었다.
하여간 비가 오는 미끄러운날 우린 지름티재로 내려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이 성터에서
우회함으로써 산행시간은 1시간 이상 더 소요되었다.
그 때 빗길에 서성이던 아쉬움 때문에 희양은 늘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었고 6년 후 마눌과
100대 명산순례길에서 비로소 초록이 번져가는 아름다운 희양정상의 봄날을 마침내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
백두대간 동지 강원장님은 오늘에사 끊어졌던 그 길을 잇고 마음의 앙금을 씻어낼 수 있었으니 대간
꾼들에게 백두대간이란 영원한 마음의 고향과 자부심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몇 백 미터 더 진행하니 이제 눈은 폭설로 변하여 앞이 안 보이는 수준으로 내린다.
대차게 내리는 눈은 길 위의 발자국을 모두 지워 버리고 선답자들에의해 다져진 눈길마저 덮어 버릴 기
세 었다.
참 올해는 원 없이 눈 꽃을 보고 원 없이 날리는 눈을 맞는다.
지난 소백산 여행 길에서 겨울산에 대한 목마름은 다 해갈 되고 이젠 봄을 맞은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올 겨울 들어 가장 장대한 눈을 다시 백두대간에서 맞는다.
갓바위 회장이 모든 귀연회원들은 가가운 탈출로를 이용해 하라는 메시지가 들어 왔다.
성터에서 500미터쯤 더 올라 가니 희양산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온 산우들이 바위벽 아래로 지름티재
하산을 준비하고 있다.
몇몇 산우들은 너무 위험하다고 다시 성터로 내려간단다.
날은 저물어 가는 가운데 폭설이 난무하는 심란한 상황이지만 희양산을 코 앞에 두고 되돌아 갈 수
없어서 우린 산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둘과 둘이 외롭게 정상 공격조을 꾸렸다
우린 능선 나무 등걸에 배낭을 내리고 스틱과 카메라만 가지고 순식간에 돌변해 싸늘해진 희양의
가슴을 힘차게 두드렸다.
희양산 曦陽山 백운대
높이 998m. 소백산맥에 속하여 있으며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고 문경
새재에서 속리산 쪽으로 흐르는 백두대간의 줄기에 우뚝 솟은 신령스러운 암봉이다.
북쪽으로 시루봉(915m), 동쪽으로 백화산(白華山, 1,064m), 서쪽으로 장성봉(長成峰, 915m)·대야산
(大野山, 931m)·조항산(鳥項山, 951m) 등과 이어지고 문경분지의 서쪽을 이룬다.
옛날 사람들은 희양산을 보고 갑옷을 입은 무사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오는 형상이라고 했다.
지증대사가 희양산 한복판 계곡으로 들어가 지세를 살피니, "산은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으니
마치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치며 올라가는 듯 하고 계곡물은 백겹으로 띠처럼 되었으니 용의 허리가
돌에 엎드려 있는 듯 하였다"고 감탄한 산이라고 전한다. 태백산을 일으켰던 백두대간 줄기는 여기
에서 다시 서쪽으로 휘어지면서 이 일대에서 가장 험준한 산세를 이뤄 놓았고, 이들 산 가운데 가장
빼어난 산이 바로 희양산이다. 남쪽 자락에는 음력 초파일을 전후한 약 한 달 가량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조계종 특별수도 도량인 봉암사가 있다
희양산은 불교구산(佛敎九山)의 하나로 남쪽 산록에 881년(헌강왕 7)에 도헌(道憲)이 창건한 봉암사
(鳳巖寺)가 있으며, 부속암자로 백련암(白蓮庵)이 있다.
백두대간 의 맛은 이런 것이다.
자연은 경이롭고 위대하다. !
대자연은 늘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무수한 기쁨 감동을 그 넓고도 깊은 가슴에 서리서리 감추고
있다.
그걸 보여주는 건 전적으로 산신령님의 뜻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감동을 찾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가슴을 흔드는 풍경은 뜻하지 않는 곳에서 갑자기 다가 온다.
대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산과 기가 통하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대자연을 향한 열정과
정성에 감동한 신령님께서 전혀 예상치 않은 때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홀연히 눈 앞에 열어주시기도
한다.
산상에서 맞는 폭설은 비장하고 장엄했다.
아무런 풍경은 보이지 않았지만 잿빛 하늘에서 세차게 내려치던 눈발과 몸을 뒤흔드는 바람은 대자연의
경외감과 함께 마지막 겨울의 감동을 가슴 가득 몰고 왔다.
13년 전에는 얼굴조차 대하지 못했고 백대명산 길에서는 신록과 봄 꽃이 다투어 피어나던 5월의
함박 웃음 가득한 얼굴 이었는데 오늘은 전혀 다른 희양의 얼굴을 본다.
마지막 가는 겨울의 길목에서 탄탄한 골격과 다부진 근육으로 백두대간의 허리를 지키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희양의 강인한 모습 이었다.
표변해버린 이 혹독한 풍경도 그리 두렵고 낯설지 않았다.
그 봄날의 부드럽지만 강하고 따뜻하지만 단호했던 희양을 진심을 내가 알고 있기에...
짧은 인생길에 서 너 번씩 걸어가는 길 이기에….
우린 세찬 바람과 장대한 눈이 휘날리는 아무도 없는 희양의 용골마루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오래도록 남을 멋진 추억이었다.
고난과 악천후의 행군 끝에서 마치 우리의 성공적인 종주를 축하해주기라도 하듯 펄펄 내리는 함
박눈을 맞으며 표석 앞에 선 아들녀석도 활짝 웃으며 오늘의 승리를 만끽했다.
하산길
되돌아 나올 때 우리가 남긴 발자국도 이미 지워지고 있었다.
희양신령님은 느닷없이 겨울의 평화를 깨어버리고 난입한 무리들의 흔적과 어지러운 발자국을 지워
버리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연화님의 전화가 왔다.
희양산 아래 직벽으로 내려오지 말라고…
아들과 둘이 정상을 향한 걸 아는 연화님이 예상치 못한 폭설에 워낙 난해한 그 구간을 내려가다보니
뒤에 남은 우리가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아들 녀석도 더 멀리 내려서서 돌아간다는 말에 정코스로 하산하자고 했지만 이정도 폭설에 바람이면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안은 이 길에서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은 모두 지워졌을 것이다.
우린 원안대로 하산 하려던 계획을 유보하고 다시 성터 갈림길 까지 내려와 등로를 우회하기로 했다.
안전이 우선이다. 아들아 !
아들녀석도 희양의 정상에 발자국을 남겼으니 좀 길게 돌아 가는 것 말고는 크게 문제될 것 없다.
요 몇 년 사이 산이서 이렇게 큰 폭설을 만났던 건 처음 이었다.
골짜기에 나무들은 순식간에 눈을 뒤집어 쓴 채 화려한 눈 꽃을 피워냈고 아들과 나도 눈사람으로
변해 갔다.
고도가 내려가면서 내리는 눈은 물기를 더 많이 머금어서 우리는 완죤 물에 빠진 생쥐처럼 눈과 비로
범벅이 되었다.
눈 길 위에 다시 눈이 내려 흔적을 덮어버린 통에 가끔은 계곡의 엉뚱한 곳으로 헛발질을 했지만 그래도
잠시 숨을 고르고 바라 보면 하얀 눈밭에서도 하산 길의 형세가 가늠이 되어 조심스레 하산을 길을 잡을
수 있었다.
멋진 설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데 끊임 없이 내리는 물먹은 눈이 모든 것을 적시는 통에 카메라 들기를
어렵게 했다.
카메라도 비에 젖고 렌즈에는 계속 뿌연 습기가 가득 차 있었다.
아쉽지만 점점 약해지는 내 기억이 더 많은 아름다운 풍경을 메모리할 수 밖에 없었다.
일행의 발자국이 모두 지워지고 후미가 지나간 흔적도 남지 않아 마음이 급하기도 했지만 우린 아무도
없는 험한 희양계곡의 고독한 설경을 즐기며 그렇게 멋진 겨울 계곡과 이별을 고했다.
희양산 표석을 지나 그저 순식간에 온 누리를 덮어버린 하얀 눈밭의 풍경에 드러난다.
눈과 바람은 여전히 사선으로 내리치는 광활한 평지의 낯익은 풍경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물상은 눈과
바람과 우리 둘 뿐이었다.
눈을 가득이고 선 과수원의 나무들과 골짜기 아래 멋들어진 전원 주택은 한폭의 아름다운 수묵화 였다.
이렇게 눈이 내리니 산간의 길이 막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어려워 지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될 지경
이었다.
모두들 그렇게 그 길을 내려섰겠지만 우리는 백두대간 출정이래 처음으로 장도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물에 빠진 생쥐의 모습으로 이동 베이스 켐프에 도착했다.
악천후를 감안한 A팀이 주차장 옆 식당 가건물을 빌려 멋진 뒤풀이 장소를 마련하고 뜨거운 김치찌게를
부글부글 끓여 놓았다.
우린 너무 늦게 내려 온 미안함과 차가 빨리 출발해야 할 것 이라는 강박 때문에 옷을 갈아 입는 것도
포기하고 눈을 잔뜩 뒤집어 쓴 채로 뒤풀이 장소로 먼저 들어 갔다.
이것이 백두대간을 주유하는 또 하나의 기쁨이 아닐까?
차가운 먼 길을 걸어 와서 산우들의 환영을 받으며 연거푸 세 잔의 쏘맥을 마시고 뜨거운 국물을 먹는다.
그 멋진 풍경을 걸어 내린 감동의 여운은 내 머리에, 내 가슴에 그대로 남아 있고 나와 바라 보는 세상이
같은 따뜻한 사람들과 세상 어느 호텔 보다 더 푸근하고 편안한 곳에서 세상 어느 음식보다 더 맛 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
그 것도 아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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