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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78ENG 천태산의 봄바람

























































































































































늙어간다는 건

조금씩 세월에 가벼워지고 둥글어 지는 것, 하지만 조금씩 삐걱거리는 거

좀더 자유롭고 여유로워지는 지는 것, 하지만 춤추고 노래할 시간은 점점 줄어 드는 거

삶에 너그러워지는 것, 하지만 생각이 더 많아지고 행동이 줄어 드는 거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너무 나대지 말아야 하는 거

삶이 한갓 구름이고 세월이 바람이란 걸 아는 거

 

 

78ENG  2018 춘계 야유회

회동일  : 2018519~20

회동지  : 천태산 , 태성별장

참석자  : 전환,동윤,양표,종경,덕하,태성 그리고 나



1월 보훈둘레길에서 만났으니 4개월 만의 모임이다.

고향에 집을 지어 친구들을 초대한 태성이 덕분에 78ENG 춘계회동은 일찌감치 영동일원 천태산을

산행 후 태성 별장에서 1박하는 일정으로 확정했다.

땅팔아 벤츠 타고 오느라 양표가 늦는 바람에 용빈식당에는 약속시간인 12시가 훌쩍 넘어 도착했다.

휴일 인데도 한산한 식당에 태성이 먼저 도착하여 음식을 다 주선해 놓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

 

양념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허멀건한 버섯찌게가 한상 차려져 나왔다.

고춧가루도 안 보이고 비주얼이 영 신통치 않다.

손님도 없는 데다 모양새도 그러니 국물을 한 숱가락 떠 먹을 때까지 맛에 대한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다.

~~~”

뚝배기보다는 장 맛 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나만이 아니라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감탄하는 걸 보니 우린 오늘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버섯전골을 먹

은 거다.

고기와 양념에 의해 분산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버섯 향과 맛이 살아 있는….

식사를 마시고 양표가 밴츠턱을 낸다고 제일 먼저 뛰쳐 나갔는데 벌써 태성이 계산을 끝내 놓은 상태였다.

~~ 빈몸만 오라더니 ….

근데 넘치는 양표 돈은 워디에 쓰나?”

 

 

배낭 가져오라고 공지 했는데

배낭도 물도 안 가지고 온 친구들도 있다.

늙어가는 건 자기 말이 더 많아지는 거 하지만 남의 얘기는 귓뚱으로 듣는 거

 

무식허면 용감하다고 평소 체력관리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닌 우리 친구들이 명색이 한국의 100대 명산

이고 암릉의 대표주자인 천태산을 너무 우습게 보는 건 아닌가?.

 

그래도 날씨가 살렸다

초록이 싱그러운 화사한 봄날에 거침없이 불어주는 바람이….

 

몇 년 전 한여름 군대 친구들을 데리고 천태산에 왔었다.

그 옛날 이기자 부대 유격의 추억을 소환한다는 명분아래 한 명의 열외도 없이 A코스 정규 암릉을

태웠는데 뜨거운 여름날이라 2통의 물도 모자랐었다.

그 뜨거운 몸뚱아리를 식힌 알탕소는 아얘 온천이 되었다는 전설….

 

배낭에 관한 살벌한 리얼 다큐멘타리도 있다.

오래 전 산친구들과 버스를 대절해서 입산 금지구역인 설악산 한계산성 산행을 한적이 있다.

가이드할 선답자가 있긴 했지만 떼거리를 몰고 금지구역을 간다는 건 주최측에서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에 선뜻 추진하기 어려운 산행이었다.

내노라하는 한밭벌 산꾼들이나 닉네임만 대면 알만한 재야의 고수들만 대상으로 해서는 버스 임차료가

나오지 않기에 설악산 정규등산로 산행지를 표면에 내걸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참석자를 모집했다.

그래서 전투력 중급 이상자들로 구성된 37명의 설악 비등 특공조가 편성되었다..

가고는 싶은 곳이라 원정대를 구성하긴 했지만 참가자가 많아지면서 집행부가 부담스러워질 수 밖에 없는

산행이었다.

빡센 산행으로 일부 참가자들이 체력적 한계에 노출될 수 있고 단속에 걸리면 인당 50만원 과태료에다가

 비등에서 안전사고라도 나면 산악회는 들쑤셔 놓은 벌집이 된다.

지난 기록을 들추면 9년 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다가 온다.

 

인적의 범접을 허락하지 않는 설악의 깊은 곳

능선은 날을 세우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서 다시 반대편에서 거대한 암봉으로 솟구치기를

반복한다.

길은 거칠었고 그 길에서 몇 번의 오르내림을 계속하다 보니 호흡은 거칠어 지고 붉게 상기된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깊은 수림에 덮혀 깊이를 알 수 없는 깎아지른 절벽이 나타났다.

등로는 나무나 바위를 잡고 절벽의 허리를 돌아 갈 수 밖에 없는 길 이었는데 위험한 길이라 선두 그룹의

 젊은 친구 몇몇이 후미를 위해 로프를 걸었다..

그 구간을 건너다가 세월따라 님이 30미터는 족히 되는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손 쓸 새도 없이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돌발사고였다.

,쿵 볓 번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친구들은 갑작스런 불상사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모두 할말을 잊고 그 자리에 얼어 붙었다.

이기 당최 먼 일이래?”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난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건 사망 아니면 중상이다.

금지구역에 버스로 한 차를 데리고 와서 거기서 큰 사고가 났으니 이건 난감한 상황을 넘어서서 우린

이제 난리가 나버린 거다..

빨리 상태를 확인하여 관리공단에 통보하고 119 헬기를 띠워야하는 비상 상황 아닌가?..

이미 반은 더 지나 왔으니 남은 인원은 모두 에정대로 올려 보내고 회장과 나 그리고 청산님이 남아 수습을

하는 편이 낫겠다.” 등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내가 회장이 아니라 천만 다행이다.” 라는 얄팍한 생각 까지

 

내려가기에도 만만치 않은 길이라 우린 애타게 산 친구의 이름을 불렀는데 한참 후에 아래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나 괜찮아유~!”

 

 

세월따라 님은 30미터가 넘는 절벽에서 추락하고도 사지가 멀쩡한 채 살아 돌아왔다.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채….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배낭 때문이었다.

배낭에는 도시락과 물통, 간식과 과일, 갈아 입은 옷과 수건, 산친구들과 나눌 양주까지 들어 있었다.

떨어지면서 나무 둥치를 배낭으로 치면서 쓰리쿠션을 먹는 바람에 속도가 줄었고  등쪽으로 떨어져서

배낭이 쿠션 역할을 해서 충격을 흡수한 탓에 기적적으로 사망이나 중상을 면한 것이었다.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숙한 로프 설치 때문이었다..

옆으로 연결한 로프를 바위나 나무에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헐거운 상태라 나뭇가지나 돌부리를 잡

넘어가는 것 보다 더 위험했다.

한 손으로 나뭇가지나 돌부리라도 잡으면서 로프를 잡았더라면 괜찮았는데 목에 큰 카메라를 메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로프에만 의지하려다 보니 중심을 잃고 떨어진 것이다.

삶고 죽음의 아이러니  그리고 그 교차점에 있었던 로프와 배낭

사람을 살리려는 로프가 사지로 내몰고 사소한 배낭이 목숨을 구하고


 

신의 엄중한 경고였고 또 신의 보살핌이었다.

장미의 가시처럼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길에는 늘 위험이 따른다.

아차 하는 순간이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점점 더 강한 자극과 비경을 탐하는 우리들은 더 많은 리스크에 노출되지만 영악한 사고란 놈은 정말

위험한 곳 보다는 우리에게서 조심성이 사라지는 순간을 노린다.

수십 가지 경우의 수가 맞아 떨어져야 일어나는 그 상황은 허망하기 이 를데 없고 운명처럼

순식간에 닥쳐 온다.

조심 또 조심하고 자연 앞에 겸허해지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안은 없다.

 

천우신조로 사고는 수습되었지만 계절의 흥에 겨웠던 가슴은 싸늘하게 식었고 대경실색 했던 동료들

모두 가슴을 쓸어 내렸다.

“사고는 인간이 저지르고 용서하는 것은 신이다’라고 강회장님의 말한 것처럼 그날 신은 오늘 우리를

용서했다.

모두들 40번이 남게 감사를 되뇌였다는 청산님의 심정이었을게다.


“설악 산신령님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산행기 발췌

 

 

친구들아 산행의 기본 에티켓은 마실 물과 최소한의 비상식량은 자기 배낭에 꼭 넣고 가야 하고 베낭은

꼭 메고 가는 거

친구를 전적으로 믿는 것도 좋지만 자기 몸은 자신이 먼저 챙겨야 한다.

담부턴 어떤 산이라도 절대 날라리 같이 건들건들 오지 말아라

아무리 태성이가 맨몸으로 오라 했어도 달랑 불알 한쪽만 차고 오면 천태신령님이 기분 나쁘시지….

오늘 우리가 가는 산이 산은 중급 난이도에 빛나는 100대 명산 천태산이다.

 

보기드문 봄날이다.

미세먼지 제로에 시계는 청명하고 하늘은 드 맑다.

눈부신 햇살아래 시원한 바람이 불어 산에 오르기 너무 좋은 날

돈을 쓸 기회가 없었던 양표가 입장료 (인당 1000)를 쾌척했다.

영국사의 유명한 은행나무 아래서 기념촬영을 하고 우린 보무도 당당히 가장 난코스인 A코스로 진입했다..

 

1차 암벽을 통과하고

70미처 암벽에서 동윤이 못내 암벽 못 타는 걸 아쉬워 했지만 택배 받다가 삐끗한 허리가 아직도 다

낫지 않는 1급 정비대상의 노구라 암벽 우회를 종용했다.

오르면 못 오를 사람이 있겠냐 만은 우리 나이에는 만에 하나라도 생길 수 있는 불상사에 대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절대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평소에 근력운동이나 체력관리를 소홀히 한 상태에서 무리한 산행을 하다보면

돌발 상황에서 몸이 말을 잘 안들을 수도 있다.



만평의 논을 소유하고 있는 대지주 양표는 늘 넘쳐나 주체하지 못하는 양기의 힘으로 다람쥐처럼 날렵하게

70미터 암벽을 올랐고 평소 많은 운동량으로 체력이 다져진 종경도 가볍게 뒤따라 올랐다.

혈맹과 의리로 중무장하고  소신과 결단력으로 과감하게 정면 돌파하는 거침없는 부농 양표!!

 

우리 모두는 늘 그랬던 것처럼 거친 암벽지대를 무사히 통과했고 세월의 연식에 걸맞게 최대한 느린 걸음으로

멋진 오월의 풍경과 바람을 즐기며 천태에 소요했다.

우린 그렇게 힘들지 않게 천태산 정상에 올랐다. 

 


원시시대의 인간은 먹이와 생존을 위해 하루 평균 40km 걷고 달렸다고 한다.

온 세상을 무성한 자연이 다 덮고 있을 때 그 땐 길도 제대로 없었을 것이다..

오랜 삶의 방식과 본능이 유전자에 다 대물림 되어 있어서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연 속에 있을 때 고향 같은

평화와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많은 은퇴자의 로망이 전원생활인 것도 본능의 향수와  전혀 무관하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우린 어쩌면 늙어서 찾은 자유를 콘크리트 빌딩 속에 다시 감금해서는 안될지도 모른다.

세월에 건강과 젊음을 더 빨리 네다바이 당하지 않기 위하여

 

내려오는 곳에 비장의 알탕소에 들렀다.

영혼 정화 의식

천태산의 바람이 몸에 앉은 세속의 먼지를 날리고 오월의 차가운 계곡물이 마음의 때를 씻어 주었다.

 

태성의 별장은 천태산에서 멀지 않았고 비봉산 자락 바로 아래 자리잡고 있었다..

마눌과 함께 어는 여름날 준비 없이 떠났던 양산팔경 답사 여행에서 비봉산은 오르지 못했었다.

오늘 내가 그 미답의 비봉산 자락에서 하루를 유하게 되었다.

 

도라무통으로 만든 야외용 바비큐 그릴에 숯불을 넣고 삼겹살이나 구어 먹는 줄 알았는데 부인과

딸래미 까지 동원하여 태성은 완벽한 가든파티를 준비해 놓았다.

빈 몸으로 건들건들 온 게 너무 미안시러워 지는….

태성은 이 음식들을 준비하느라 다친 걸 빙자해서 산행을 함께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근래에 맛볼 수 없었던 최고의 성찬이었다.

최고의 미각을 위한 모든 상황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우린 거친 산길을 빠대느라 허기에 충만했고

쾌적하고 시원한 산 공기가 코를 뻥 뚫어주는 가운데 그림 같은 달과 별이 푸른 하늘 가로 솟아

오르고 식탁에는 가득한 산해진미와 준비하는 사람의 정성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우린 황제의 식탁에 걸인의 입맛으로 초대되었다.

 

친구 우리가 마신 건 술이 아니네.

우리가 마신 건 세월의 강물 그리고 젊은 날의 추억이었네

술잔에 비치던 건 우리 젊은 날의 고뇌와 방황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아련한 그리움


친구 우리가 취한 건 술이 아니야…

우리가 취한 건 다시 마주한 젊은 날의 낭만이고

그 시절의 빛과 향기를 잃지 않은 채 다시 건네준 친구의 마음이었네



멋진 풍경이 있고

한 잔의 술과 맛 있는 음식이 있고

생각과 미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오래 묵은 된장 같은 벗들이 있으니 어찌 아니 흥겨우랴?

우린 어두워 진 후에도 한참 동안 많은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집안으로 들

와서도 연장되는 연회의 분위기와 계속 리필되는 술과 안주로 인해 쉽사리 잠들 수 없었다.

 

양표가 후다닥 씻고나서 눕는가 싶더니 갑자기 포크레인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안방을 기웃거리다 잠자리가 양표 옆 밖에 없는 걸 알고 슬그머니 다락방 쪽으로 옮긴 동윤은 양표의

실체를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난 상관없는데 덕화가 오늘밤 좀 힘들 것다’”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ZZZZ```

양표가 모는 탱크소리가 난무하는 전쟁터에서도 난 아주 잘 잤다.

소변도 마렵고 해서 깨었는데 일어나보니 새벽 5

수면시간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 푹 잔 탓에 기분이 상쾌하고 몸이 가뿐했다.

천태산과 비봉산으 기가 몸으로 들어온 탓일 수도 있다.

한 두어 시간은 능히 잠을 때릴 수 있지만 에정대로 비봉산에 올라야지

다른 친구들은 부족한 잠을 채우고 양표와 동윤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싱그러운 아침햇살

속을 걸어 비봉산에 올랐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야산인데 제법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운동화를 신고 끼적끼적 따라온 양표는 중간에 돌아가고 동윤과 같이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전망대에서

평화로운 양산벌을 내려다 보았고 소나무에 둘러 싸인 정상 까지 올라 비로소 미뤄둔 양산8경 답사를

완성했다. 

 

내려오니 아침식사가 다 준비되었다.

맑은 북어국과 정갈한 반찬들….

간밤에 술을 많이 마신 친구들을 위한 안주인의 세심한 배려였다.

 

이틀간의 친구들과의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세상을 잘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에

가슴 뿌듯하고 생각을 넘어선 융숭한 환대와 알차게 보낸 좋은 시간의 여운들이 내내 따라와 즐거운

기분 이었다.

 


이젠 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허겁지겁 살아갈 필요가 없는 나이

늙어서 누리는 자유의 좋은 점은 보기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고 마시고 싶지 않는 술자리는 

피할 수 있다는 거

하지만 가끔은 잃어버린 옛 친구들을 찾아보고 높아 있는 하늘을 올려 볼 일이다..

흘러가는 세월에 많은 것을 잃어 버리고 우리의 역사와 젊은 날의 추억을 함께한 친구마저 하나

씩 잃어 버리면 구천으로 난 그 황량하고 외로운 길은 누구와 함께 걸어 가는가






동행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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