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
세속에서 멀지 않되 그 이름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곳
늦은 시간 나상무와 정읍 광영이 장인상에 조문한 다음날 난 세속을 떠난다.
세상 살아가는데 으레 따라 붙는 이러 저런 고민들을 내리고
추석연휴 흐뜨러지고 산만해진 마음을 정리하기 위하여…
술과 기름진 음식으로 2kg나 불은 내 몸에 경종을 울리기 위하여….
같은 곳을 바라보고 취미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 우린 짧은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고 기꺼이 함께 떠날 수 있는 것이다.
몽블랑은 인상이 깊었고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산사람들은 마음에 들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여행의 끝에서 연락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다시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함께 또 산으로 떠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어짜피 산과 통한 사람들이니 어느 산모퉁이에서 만나기도 하겠지만 눈부신 풍경 속을 함께 걸은
추억만으로도 우린 기꺼이 눈부신 대자연 속의 멋진 가을을 함께 소통할 수 있다.
산은 맛난 고기와도 같다,
데쳐 먹어도 좋고 뽂아 먹어도 좋고 구어 먹어도 좋은…
혼자 가도 좋고 둘이 가도 좋고 여럿이 가도 좋은.
고산님 월랑님 갈매기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차 안에서 활력소님과 몽블랑을 함께
다녀왔던 태극기 아줌마 까지 만났다.
묘봉은 오랜만이다.
거칠지만 아름다운 조망을 보여주는 멋진 산
당초 활목재에서 출발하기로 했는데 비등구간 단속 우려로 인해 운흥1리에서 출발 상학봉과 묘봉을
거쳐 운흥 2리로 코스를 변경했다.
하늘은 드맑고 바람은 시원하니 상쾌한 기분에 발걸음도 가볍다..
선답자가 있어 당연히 가지 않은 길이 포함된 토끼봉의 길을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드는 이상한 생각?
당연히 묘봉이라면 토끼 묘(卯) 자를 쓰는 줄 알았는데 토끼봉이 또 있다니?
누군가 고양이 묘(猫)자를 쓴다고 했다.
산행 후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묘봉은 묘할묘(妙) 를 쓰는 妙峰 이다.
이순에 이르러 처음올라 보는 봉우리
헐~ 그랴서 인생의 황혼기에도 건강과 호기심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가파르고 위험한 곳이라 금지구역의 팻말을 걸었고 땀의 댓가를 지불해야 하니 풍광은 출중했다.
앞 뒤에 몽블랑 팀들이 도열하고 고도를 높일수록 가슴 후련한 가경이 펼쳐지니 마치 아침밥 챙겨
먹고 행동식 지참해서 샤모니에서 알프스에 오르는 그날로 되돌아 간 느낌이다..
허기사 여기도 알프스다. 충북 알프스 !!
토끼굴을 지나 멋진 바위 봉에 올라 수려한 속리 세상을 바라본다.
멋진 자연 속을 소요하며 만난 푸른 하늘과 맑은 바람이 심상을 어지럽히는 잡념과 가슴에 쌓인 화기를
걷어 간다.
마음을 고요하게 할 수 있으면 삶이란 늘 즐거운 여행길이 된다.
상학봉 가는 길 아직 그 잔상과 흥분이 남은 상태로 좀 이른 식단을 펼치고 인삼주와 마가목주로 분위기를
띠웠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흥마저 살아오니 기분은 날아갈 듯 좋아지는데 낙차 큰 험한 구간을 취중 운행하려 하니
발은 천방지축 날뛰는 마음을 따라잡기 역부족이라 위험하기 짝이 없다.
상학봉에 올라 후련한 조망을 감상하고 그 옛날 추억이 남아 있는 묘봉에 올라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남긴다.
서원리 구병산에서 시작했던 충북알프스 종주길
험한 묘봉 절벽길을 밧줄에 의지해 오르던 그날 위로 무수한 세월이 흘러 갔다.
묘봉은 동네 뒷산처럼 순해졌고 나는 세월에 침식되고 풍화되었다.
세상의 풍경이 바뀌어 가듯 사람도 세월따라 변해 가지만
세상의 모든 희로애락이 다 작은 가슴 속에 들어 있고 멋진 하루를 만드는 건 모두 자신의 생각과 마음에
달린 일이다.
대자연의 멋진 풍경 속을 돌아내려와 계곡에서 한가롭게 몸을 씻는다.
한 낯의 나른한 햇빛을 즐기며 삽겹살 안주에 막걸리 한 잔을 치는 것 또한 이 멋진 가을 날에 마음 하나로
불러 낼 수 있는 살아 가는 날의 기쁨이다.
다시 찾은 가을과 다시 만난 친구들이 반가웠던 하루
일 자 : 2018년 10월 26일
동 행 : 충일산악회와 몽블랑 13번방 친구들 4명 + 샤방,샤방 1명
코 스 : 운흥1구 – 토끼봉- 상학봉-묘벙 –북가치 –신정2구
시 간 : 약 5시간
날씨: 맑고 바람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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